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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나 Oct 12. 2021

대륙횡단 여행이 꿈이야! [2]

두 번째 이야기

웨스트 버지니아 주를 지나 켄터키 주에 들어서면서 우리 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루에 1100km 이상 이동하여 빨리 콜로라도 주까지 도착하는 계획을 세웠다. 도로는 오르막 내리막도 없이 곧게 뻗어있고, 지나다니는 차량도 줄었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지평선이 계속 눈앞에 펼쳐져 있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며 그려보던 지평선을 계속 마주보며 차는 달리고 있었다.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는 농경지가 보이고 한적한 도로가 계속 이어졌다. 초보 운전자인 나도 운전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휴게소에서 남편과 자리를 바꿔 운전대를 잡았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켄터키 주의 제2의 도시, 렉싱턴에 들어섰다. 차가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많아지면서 혼이 빠져 정신이 없었다. 큰 도로로 진입하는 순간, 어리버리한 내게 뒷 차가 빵빵거린다. 남편의 얼굴은 붉그락 푸르락 거린다. 어찌어찌해서 빠져나왔지만 십년감수했다. 이후 난 여행 내내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18세기 후반에 건설된 렉싱턴은 문화가 발달한 도시이다. 과거에는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문화, 학술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서부개척 시대엔 여기도 서부라고 불렀다던데 지금은 오히려 동부에 가까운 중부지방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도로 주변에는 담배, 땅콩 등의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다양한 작물을 기르는 혼합농업지역으로 구분해야겠다.


렉싱턴을 지나 켄터키주 루이빌에 들어섰다. 이 도시는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켄터키프라이드 치킨의 본사가 있고, 켄터키 주 최대 도시이다. 농기구 제조, 식품 가공업 등이 발달한 상공업도시이며, 담배 시장으로서는 세계 최대라고 한다. 우리는 루이빌 중심가를 통과하여 계속 서쪽을 향해 달렸다.


우리가 중부지방을 지날 즈음,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았다. 그날이 국경일인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숙소에 들어간 후에야 알았다. 동네 곳곳에 성조기로 보이고, 작은 마을인데도 불꽃놀이가 엄청났다. 밤늦도록 폭죽 터지는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미국 사람들의 독립기념일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광복절을 맞이하는 느낌과 비슷할까?


루이빌을 지나 64번 도로를 따라 인디애나 주 남쪽을 통과했다. 이어서 일리노이 주를 지나서 한참을 가다 보니 미시시피강을 만났다. 이 강을 건너면 미주리 주이다. 미시시피는 아메리카 인디언 말로 ‘위대한 강’이라는 뜻으로 나일강, 아마존강, 양쯔강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다. 캐나다의 일부와 미국의 중남부를 포함하는 국제하천으로 남쪽 멕시코만으로 흘러든다.


미시시피 강의 긴 다리를 지나는데 세인트루이스의 상징인 The Gateway Arch가 보였다. 이것은 서부 개척을 기리는 기념물이라고 한다. 세인트루이스는 미주리주 동쪽 끝에 있는 상공업 도시이다. 1800년에는 프랑스가 통치하고 있었고, 프랑스 모피 상인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미시시피 강의 수운 발달로 도로·철도교통까지 집중되자 중서부의 교통 중심지가 되었다. 세인트루이스는 미시시피 강 유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고, 지금도 거리 이름에 프랑스어가 남아 있다.


하루를 마무리 하기 직전 진입한 도시에서는 꼭 Information Center를 찾았다. 그곳에서 지역 정보는 물론 다양한 호텔 쿠폰도 챙겼다. 그중 가격과 할인율이 맘에 드는 곳을 찾아갔다. 관리가 잘되는 주의 안내소에서는 간식과 차를 대접받기도 하였다.


세인트루이스를 지나면서 64번 도로는 70번 도로와 합체된다. 그 70번 도로의 미주리 주 서쪽 끝에는 미국 중부를 대표하는 도시, 캔자스시티가 있다. 이 도시는 미주리 주의 동쪽 캔자스시티와 캔자스 주의 서쪽 캔자스시티로 이뤄져 있다. 축산물의 집산지이며 대규모 육류가공공장이 유명하다. 이 지역은 미국의 대표적인 대규모 옥수수, 콩 재배 지역이다. 아마도 옥수수를 사료로 대규모 축산업이 발달했겠지.... 같은 캔자스시티인데 미주리 주 쪽과 캔자스 주 쪽의 느낌이 달랐다. 캔자스 주 쪽은 도로 상태도 더 좋고, 안내소의 시설도 좋다. 캔자스 주 정부가 더 부자인 듯하다.


캔자스 주에서 동네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백인이었다. 맥도널드에서도 주로 젊은 백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워싱턴 DC 같은 동부의 대도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주로 흑인,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일했던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은 허드렛일이 많은 대도시에 집중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캔자스 주의 주택은 이제까지 보아왔던 다른 지역의 주택보다 규모가 컸다. 대규모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한 곳이라 그런지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았다.


캔자스시티를 지나 캔자스 주의 주도인 토피카 부근에서 잠시 유료도로를 통과했다. 우리는 계속 70번 도로를 따라 콜로라도 주 덴버를 향해 서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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