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주마다 도로 제한 속도가 달랐다. 가장 속도가 높았던 것은 80마일(129km/h)이었는데, 차량 왕래가 적은 서부의 도로에서 본 적이 있다. 캔자스 주70번 도로는 제한 속도가 시속 70마일이었던 것 같다. 속도 규정을 지키며 가는 내내 대규모 관개시설을 갖춘 농경지만 보였다. 둥글 납작한 원기둥 모양의 비닐 포장된 건초 더미도 널려있었다. 이곳이 대표적인 겨울밀 재배 지역인데, 7월 초였으니 이미 밀 수확은 끝난 시기였다.
중부 지방을 지날 때 만났던 소나기도 생각이 난다. 천둥, 번개, 바람과 함께 갑자기 시작한 소나기에 놀랐는데, 앞 쪽 지평선엔 번개 불기둥이 내리 꽂힌다. 이스라엘 민족을 광야에서 이끄신 하나님께서 사용하셨던 불기둥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차량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가다 보니 소나기는 빠르게 지나갔다. 아들들은 이 지역에 잘 나타난다는 토네이도였을까봐 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캔자스 주의 서쪽부터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Goodland라는 작은 동네에 들어갔다. 여기서 High Plains Museum라는 박물관에 들어갔다. 서부 개척 당시 캔자스의 모습을 실물처럼 만들어 전시했다. 오래전 상점들, 우체국, 보안관 사무실 등에 밀랍 인형이 분장하고 일하는 척하고 있었다. 구식 관개 시설, 각가지 농기구, 다양한 생활용품들까지 재현해놓았다. 생생한 모습으로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70번 도로가 고원 지대에 들어서면서 미어캣처럼 생긴 프레리도그가 등장했다. 개체 수가 많아 아주 징그러울 정도였다. 로드킬 당한 모습도 많이 보았다. 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풀과 잔디를 먹는다. 주로 북아메리카의 고도가 있는 대평원에 서식하는데, 척박한 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해 굴을 파서 생활한다. 먹이인 풀 때문에 가축과 경쟁 관계라서 사냥되거나 독약 중독에 의해 지금은 그 수나 분포범위가 상당히 감소되었다고 한다.
콜로라도 주 덴버에 가까워질수록 기후가 더 건조해지는 것 같다. 농경지가 줄어들고 목초지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여기부터 서부지역은 대규모 방목 지역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먹는 미국산 소고기의 대부분도 이곳에서 생산이 되겠지.... 건조하고 더운 덴버에 도착했다. 호텔 야외 주차장에 들어서니 땅은 메마르고 기온이 섭씨 35도가 넘는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야생 토끼는 한 줌밖에 안 되는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덴버를 시작으로국립공원을 찾아가는 다니는 여행이 시작된다.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이다. 이제 한여름 로키의 만년설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하루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