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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초순보기 May 14. 2023

아이에게 물려 줄수 있는것.


서울여행 6개월차에 남편이 동반했다. 안나푸르나까지 다녀오는 남편은 등산을 좋아하여, 뚜벅뚜벅 걸으며 역사를 찾아다니는 나하고는  여행의 목적이 달라 좀체 따라나서지 않는다. 그런 남편이 따라 나선 이유는 맞벌이를 하는 딸 부부를  대신하여, 학교 참관수업에 부모 자격으로 출석하기 위해서이다.



하루 전날 도착하여, 두 아이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중 누가 자신의 수업에 가면 좋으냐 물었다.

 

손녀인 첫째 아이는, 할아버지 !! 하였고, 난 자동으로 둘째아이의 몫이 되었다.


태어나서 나하고 1년이상을 보낸 아이가  할아버지를 먼저 선택하여, 내심 선택되기 바랐던  마음은 막 부풀어  오르려다 푹 꺼지는 풍선껌처럼 되어 쪼그라 들었고 서운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손녀딸 반으로, 나는 손자반으로 가게 되었다.





 

아침부터 미용실에라도 다녀와야 하나, 옷은 어떻게 입고 가야 하나, 망설이길 수십 번 끝에, 드라이를 하고, 가장 젊어 보이는 옷을 입고 학교로 향하였다.



학부모가 올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아이로부터 들어, 참석자가 적을거라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학교앞 도로에는 참관수업에 참여 하려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 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 우리 엄마 좀 찾아 주세요" 급식실에서 나와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이 학부모의 행렬을 보며 장난끼 스런 말을 건네기도 하며 학교앞은

젊은 분위기로 넘쳤다.



그 분위기의 사람 대부분 젊은 부모였고, 나이드신 분들은 자녀와 함께 따라 나선 조부모가 일부 였다.


그 모습을 보니 부모님이 와야 할자리에 조부모가 와서 실망이나 하지 않을까? 게다가 시골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에 창피해 하지는 않을까?


딸 부부도 아이의 수업장면을 보고 싶을텐데,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여기에 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 하였다.



역시나 수업참관 부모들 중 할머니는 나 혼자 였다. 기죽지 말자.. 생각하며 당당하게 교실 문을 열었다.



평소 할머니에게는 말도 걸지도 않는 녀석이었지만, 손울 본쩍 들더니, 아는 척까지 해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답을 할뻔함을 감추고 씽끗 웃어 주었다.


먼저 선생님은 부모들 앞에서  긴장했을 아이들을 위해, 음악으로 수업의 문을 열었는데,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춤을 추으며, 흥을 돋우었다.


평소 나에게는 말도 걸지 않고, 조용한 녀석이라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도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나선 행동이 대견스러웠다.


게다가 팀별 주제 발표에서는 원고를 보지도 않고, 발표하였고, 그 모습에 감동 받아 눈물이 핑 돌았다. 집에서는  말이 없고, 제 부모한테는 마냥 아기처럼 굴던 녀석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도 되었고, 아이들은 보여지는것이 다 가 아니라는것을 아이들키울때도 그랬지만,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아이의 참관수업이 끝나고, 학부모 회의가 이어지고, 학부모 반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조금 전 아이의 행동에 고무되어, 할머니라는 사실을 까먹고 대표에 선정에 손을 들을 뻔까지  하였고,


아이의 학습 태도를 보고 난 후여서, 학부모 소개시  외할머니라고까지 이야기했고, 마치 제 자식인양 할머니라는 사실도 잃어 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조부모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해 보다가 탈무드 실려있는 " 할아버지의 과일나무"라는 동화가 생각이 났다.




"

정원의 사과나무에 열린 과일을 보며, 손녀와 주고받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 자신은 사과를 먹을수 없지만 자식을위해 사과나무를 심는 이야기 로 인상깊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 제가 할아버지보다 더 크면 할아버지께 과일을 따서 드릴게요."

" 괜찮다..."

" 난 그때 네 옆에 없을지도 모른단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네 주변엔 더 좋은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 그리고 이 뜰에는 네 자식들이 뛰어놀고 있을 거다. 저기 저 나무를 보렴"

" 작년 가을 저 나무에서 열린 과일을 모두 맛있게 먹었었지? 저 나무는 훨씬 전에 나의 할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심으신 거란다"



내리사랑이라고 할까.


내 자식보다 더 예쁜 손녀, 손주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


정원이 없으니 사과나무를 심을 수도, 경제 상황도 뻔하니 다른집 할머니처럼  조기 유학을 보낼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말만 할 수도 없고... 아이들에게 물려 줄수 있는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래 !!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자 !!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매일 매일 꾸준히 하는 성실함과 꾸준함.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여행을 즐기며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 주자 ..


내가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것 꾸준하게 실천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것 그것이 손주에게 보여줄수 있는 내리사랑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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