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면회, 긴 아쉬움

by 속초순보기

면회를 가던 날 추운 날이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는 우리에게 아버님은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다. 아범이 있는 양구는 더 추울 것이라면서.그렇지만 나는 추운지도 몰랐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어 추위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면회소에 도착하여 신청서를 작성한 후에는 내 시선은 온통 면회소 창문 밖으로 고정되어 있었다.남편이 나오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면회 온다고 연락도 못했는데 외출은 나올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면회소의 문이 열리면서 남편이 나타났다.


남편은 집에 있을 때 보나 야위어 보여 안쓰러웠다. 남편은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어머니와 아이에게로 향했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우리는 읍내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삼거리로 나갔다. 삼거리로 나오면서 부대위로 쳐져 있는 철창을 보니 마치 감옥처럼 보였다. 저기 들어가면 누가 불러내 주지 않으면 못 나오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거리 버스 정류소에는 많은 군인들이 읍내로 나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20여 분을 기다려 함께 기다리던 군인들과 버스에 탑승했다. 시골길 만원 버스는 덜컹거리며 달려갔다. 등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깨어나서 두리번거렸다. 주위에 있던 군인들이 아이에게 까꿍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아이는 금세 입을 삐쭉삐쭉

하였다.


난감해진 군인들이 돌아가며 우쭈쭈 까꿍을 했지만 아이는 웃으려고 하기는커녕 아예 울려고 하였다.

요즘 아이는 낯가림이 심했다. 동네에서 보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어서 인지 낯선 사람만 보면 기겁을 하고 울었다. 이를 바라보고 있던 남편이 울려고 하는 아이 옆으로 다가가서 말을 건네니 아이는 금세 미소를 지었다.


생후 한 달 만에 군대를 갔기 때문에, 아빠를 알아 볼리도 없을텐데 아이는 제 아빠를 보고 웃었다.이 모습을 본 어머님은 아범이 애만 나아놓고 군에 갔는데, 아빠를 알아보는 걸 보니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씀하셨다.


똑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 중에서 자기 아빠에게만 웃어 주니 그 말도 맞는 말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 말을 듣고 아이의 얼굴을 보니 아이가 아빠를 닮아가고 있었다.


새벽에 길을 나선 탓에 빨리 숙소를 잡고, 아이도 눕히고 쉬고 싶었지만 읍내에는 많은 면회객으로 인하여, 빈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여관집에서 그동안 쓰지 않던 방이 하나 있다며 그거라도 괜찮으면 쓰겠냐고 해서 우린 그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날 숙소 문을 나서는데 여관 사장님이 우리를 따라 나왔다. 숙박비 계산을 안 했나 하면서 의아해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어머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 할머니는 아기 업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천천히 오세요" 그러면서 우리 부부를 방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우리 애들은 그런 애들이 아니라면서 빠른걸음으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나는 쑥쓰럽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야속했다. 터미널로 가면서 남편은 집에 가서 잘 지내고 있으라고 했다.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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