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합격후에 오는 고민

남편 군입대 후

by 속초순보기

아무도 모르게 혼자 읍내로 나가 원서를 내고, 잠깐 외출 좀 하겠다고 아이를 들쳐업고 시험을 보러 갔다 오고, 이제 합격하기만을 기다렸다. 반장님 댁 마루에 던져져 있는 서울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합격자 명단을 찾았다. 경기도, 강원도... 합격자 명단은 도별, 시군별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 자 한 자 명단을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내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가 사는 강원도란 지명이 나오고 내가 살고 있는 ooo군의 첫 번째로 내 이름이 올라 있었다. 정말 내 이름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신문은 우체부 아저씨가 배달한 것처럼 원래 대로 잘 접은 뒤 반장님 댁 마루에 잘 올려 두었다.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고 집으로 오는 길은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붕 떠 있었다. 이제 합격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접수만 시키면 산골을 벗어난다는 생각에 벌써 도시의 사람이 다 된 것처럼 상상이 되었다. 아직 제대가 10개월이나 남아 있는 남편은 나의 합격 소식을 들으면 좋아해 줄까? 제대 후에는 가족 모두를 먹여 살린다고 시험도 치지 말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 사람인데, 기뻐해 줄 것 같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마당에서 앉아 노는 아이를 보며, 만약 내가 직장으로 읍내로 나가면 아직 3살도 안된 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시부모님에게는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걱정이었다. 합격의 기쁨보다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었다.


합격자 서류 접수는 발표 후 한 달 정도 걸렸다. 서류를 준비해서 방문접수를 하라고 했기 때문에 접수일을 기다려, 읍내로 나갔다. 접수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시골 읍내의 소도시에는 커다란 건물들이 많지 않아서,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무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오늘 서류 접수 마감일이라 접수하러 왔다고 책상에 앉아서 서류 정리를 하는 직원에게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사무실 안쪽에서 듣고 있던 직원들과 탁자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던 직원들이 모두 일어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니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것은 내가 산골로 들어간 이후 처음이었다. 그중 한 사람이 내게 다가오더니 재차 내 이름을 물었다. ooo라고 대답하자 확인하려는지 다시 물었다. 나는 내가 맞는데 도대체 왜 그러냐며 물었다. 사무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난처한 표정이 역력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신문의 합격자 명단에 분명하게 내 이름이 있었고, 분명 오늘까지가 서류 접수 마감일 인데..... 하며 사람들을 얼굴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 한직원이 다가오더니, 준비해 온 서류를 건네 달라고 하고선 서류 속의 내 신분을 확인했다. 서류에 있는 내 인적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더니, 그 직원은 사무실내의 또 다른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마 그 방의 주인은 이 사무실의 최고 책임자인 듯했다. 나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언인가 잘못이 되었구나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어정쩡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합격이 취소 되었으면 어쩌나..하는 심정이 되면서 점점 불안 해 지기 시작했다.


10여분을 기다리자 조금 전 그 직원과 나이가 지긋한 양복차림의 중년쯤 돼 보이는 사람이 나오더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좌우로 갸웃갸웃하더니, 둥근고 낮은 탁자가 있는 소파에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는 사무실에서는 합격자 발표일부터, 합격자 전원에게 전화연락을 했다고 했다. 합격자 전원이 중에 한사람이 연락이 되지 않아, 혹시나 하여 나와 이름이 같은 응시생에게 연락을 하였다고 했다. 산골인 우리 동네에는 이장댁에만 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집은 연락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름만 같다고 수험번호가 다른 2번 응시생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지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동명이인으로 수험번호 2번인 사람에게 연락을 하여 이미 합격서류를 다 받아 논 상태라고 했다. 2번 응시생은 불합격인 줄 알고 있다가 합격자로 연락을 받아, 몹시 좋아하면 서류를 제출 했다고 했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나타났으니 한마디로 난리가 난 것이었다.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일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웅성거렸다. 나는 그제야 시험 당일 날 일이 생각났다. 시험장에 늦게 도착한 나는 설명이 끝난 답안지 작성요령을 뒷사람에게 물어 보려고 등을 돌렸을때, 2번의 응시가가 내이름과 나이가 같았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수험당일 내 뒤에 앉아 있던 응시생이였다. 우린 서로 쳐다보며,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이 상황을 누군가는 정리를 해 주길 기다렸다. 잠시 후 인사 책임자 인듯한 직원이 급히 들어온 그 여자분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우여곡절을 겪고 시험에 합격하여, 연수를 마치면 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나가게 된다 생각하니, 두려워 졌다. 시부모님 그늘에서 남편이 제대 할때 까지 기다릴껄... 아이는 어떻게 하지... 산골을 떠나 읍내로 나간다고 하면 남편은 무엇이라고 할까.... 연수 일주일을 앞두고 잠못 이루는 불면의 밤이 계속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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