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공무원딸

by 속초순보기


아버지는 나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하였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8남매를 다 공부시킨다는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는사람도 없이 일반회사에 취직을 하는 것은 더 어려웠기도 때문일 것이었다. 그래서 안정적이고, 시험만 봐도 되는 공무원이 되라고 하셨고, 공무원이 되어서는 동생들을 보살피기를 바라셨다.


그리도 동네에서도 누구네집 딸은 공무원이래..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바램을 나는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시험을 보기 위해 집을 나가서는 바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 대해서 동네에서는 공부를 시켜놨더니 아무소용이 없다더라, 자식을 그렇밖에 못 키웠네.. 하며 뒷담화를 많이 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컷던 만큼 실망도 컷다. 그래서 언젠가는 만회해주실 바라렸다.


결혼후 큰아이가 10살이 되어서야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바라던 공무원이 되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을때는 동생들도 이미 성인이 되어 있었고, 나를 흉보았던 동네사람들도 다 떠나고 없었지만 아버지는 집안에 공무뭔이 났다며 무척 기뻐 하셨고, 동네에 자랑을 하시며 술대접도 많이 하였다. 아버지 입장에선 내가 드디어 위신을 세워 주신 거였다. 나도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마음에 뿌듯했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아버지는 내가 근무하는 시청으로 자주 찾아왔다. 연락없이 찾아오셔셔 일에 지장을 받을때도 있었다. 아버지는 공무원딸과 밥을 같이 먹는걸 좋아하셨고, 나를 만나러 왔다 보게 되는 동료들에게 딸자랑을 은근히 하시는걸 좋아하셨다.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소소한 기쁨이신 것 같아 , 업무중이라도 눈치가 보이고 난감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개으치 않았다.


매년 년말이 되면 시청과 상급기관에서는 일년동안의 노고에 대한 포상을 했다. 나도 상을 받게 되어 부상으로 팔목 시계를 받았다. 부상으로 받은 동그란 시계는 싸구려 티가 많이 났다. 그래서 받는 즉시 서랍에 던져 놓았다.


그 시계가 우리집에 놀러 오신 아버지 눈에 띄여, 아버지가 차시겠다며 가져 가셨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시청을 방문 하였다. 아버지는 양복을 잘 차려 입으셨는데, 양복이 시대에 벗어나 있어 ,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고 구닥다리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소매는 팔목 위까지 올라가 있었다. 오래 입으셔셔 팔이 줄어 들어 든듯 했다.


그런데 소매가 올라간 팔목에는 부상으로 받은 그 손목시계가 있었다. 나의 눈길이 자연히 그 손목시계에가서 멈추자 아버지는 " 너가 상으로 받은 시계를 찼다”며 자랑스럽게 짧은 소매를 걷으면서 까지 시계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 시계에 ooo시장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다" 며 시계를 주신 시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고 어리둥절 해진 나는 궂이 그럴필요없다고해도 막무가내셨다. 딸을 맡겨 놓고 인사도 못 드렸는데, 시계까지 받았으니 꼭 인사를 드려야 한다며 굽히지 않으셨다.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나는 그 시계는 누구에게나 주는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금방 실망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는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로 모르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어디어디 근처에 쓰러져 있다는 전화였다. “ 시청, 김순복, 시청 김순복”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정신을 잃으셨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하던일을 멈추고, 그냥 내 달렸다. 전화에서 알려준 장소로 가보니 아버지는 안계셨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도로 한가운데서서 아버지를 불렀다. 아무리 불러도 아버지는 대답이 없으셨다. 겁이 났다. 이러다가 아버지를 영영 잊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오금이 막 저려왔다.


주변사람들에게 탐문을 해보아도 아버지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시간 이상을 주변을 헤메고 다녔다.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막혀 헉헉거렸다. 점점 절망적이 되어갔다. 그 때 지나가던 사람이 어떤 아저씨가 저쪽으로 힘없이 걸었가드라며 가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저씨가 이야기 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축쳐진 뒷모습만 봐도 아버지였다. 한걸음에 달려가 “ 아버지 !” 하고 부르니 뒤돌아보며 “ 어 ? 어떻게 왔어? ”“ 근데, 여기가 어딘지 기억이 안나” 하셨다. 아버지의 모습은 한마디로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먼지와 오물투성이었고, 손에는 상처까지 나 있었고 신발 한짝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


얼른 아버지를 자동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왜 갑자기 기억을 잃으셨을까? 기억을 잃으시면서도 내가 다니는 직장과 내 이름을 말하신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그것만이라도 기억해준 아버지가 고맙고 고마웠다.


아버지는 내가 공무원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나의 직업이 공무원인 것은 아버지가 바라던일이었고, 아버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내가 공무원이 된것은 아버지와 나와의 무언의 약속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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