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직장에서의 퇴임식은 회의실에서 가족과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의 경력에 대한 찬사와 고생에 대한 답례로 꽃다발 증정을 전달받은 후 기념사진 촬영으로 끝이 난다.
나는 그런 천편일률적인 퇴임식이 싫다. 왜 번거롭게 그런 걸 다해?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간단하게 그동안 정들었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질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퇴직은 평생을 한 곳에 메어 있다가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되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무대이다.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인사보다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선포를 하고 싶다.
매일 똑같았던 일상생활에서 앞으로는 나만의 인생에 내가 사장이 되고, 계획하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다.
그래서 틈틈이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했다.
블로그 글쓰기를 한 이유는 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고, 또 쓰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껏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써 보았으나, 간절히 원하고,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꿈을 찾기 위해 강의도 듣고, 책을 읽고,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은 있었다. 일단 먼저 자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의 탐구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이런면(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보려는 노력)이 있어나 ? 하는 날은 가슴이 뛰었고, 꾸준히 한다고 해서 다 되는것은 아니잖아 할때는 절망적이 되기도 하였다.
그동안 꿈도 없었거니와 매일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살아왔으면서 이제서 자기 자신을 찾겠다고? 연금받아 쓰면서 자유를 누리며 편하게 살지 왜 고생을 사서해?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매일 중단과 시작의 연속이었다.
글을 쓰고 난 후 점검을 해보면 나에 대한 이야기와 속초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어릴 때 다리를 다쳐 힘들었던 일, 형제자매들과의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결혼 후 이야기가 주였고, 속초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그 포스팅으로 풀어 나갔다.
글쓰기를 시작한 첫날은 1500자 쓰는데 4시간 이상 걸렸다. 4시간을 쓰고도 글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일기도 한번 써 본적이 없었다). 글쓰기 관련 책을 몇 권 읽어 보았으나, 전혀 감도 오지 않았고, 말들이 어려웠다. 어떻게 어떻게 하라는데, 그 어떻게 하라는 것이 정말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보석 같은 글 한 줄은 찾아냈다 " 글은 읽어서 잘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기 때문에 잘 쓰게 된다"라는 것!!
그때부터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잘 쓰는지 못쓰는지 그것은 나중 문제로 치고 그저 매일매일 쓴다.
앞으로 1년간을 더 쓰고 퇴직 날 책을 내고, 북콘서트로 퇴임식으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 권은 나에 대한 이야기, 한 권은 속초여행 관련 책 총 2권으로 하고 싶다.
콘서트장 입구에는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배너 기와 순보기 캐릭터가 놓여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오면 책상과 의자 하나에 2종류의 책이 올려져 있다.
책의 제목은 " 순보기 진화론"과 "속초여행 사용설명서"이다.
콘서트장 안에는 블로그에 포스팅한 속초의 주요 관광지 사진과 포스팅 내용이 배너 형태의 프린트물로 장식되어 있다.
그 외 손님들을 위한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다
콘서트장에는 6월의 싱그럽고,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서서히 손님을 맞아 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