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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메기 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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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순보기
Jan 9. 2022
아침부터 쨍쨍 내리쬐는 날씨는 교실에 앉아있기 힘든 날씨였다. 한 반에 59명의 학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에서 김이 폴폴 나는 격이었다.
빨리 학교가 파하길 기다렸다. 창문 너머에서는 동생이 나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며 나무 그늘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나는 책가방을 짊어지고 운동장으로 내달렸다. 운동장만
지나가면 그다음 코스는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 앞에는 큰 강이 흘렀다. 그 큰 강은 한여름 우리의 놀이터였다. 동생 2명과 나를 포함해서 3명은 일제히 달려 나갔다. 이미 수업 중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던 얼굴에서는 쉬지 하고 땀이 흘러내렸다. 입었던 옷이 다 젖었다. 우린 강으로 달렸다.
드디어 강에 도착 !! 물에 풍덩 할일만 남았다.
그런데!! 그런데 !! 온천지가 돌 뿐이었다.
그 많았던 물이 어디로 갔을까?
우리 앞으로 펼쳐진 어마어마한 자갈밭을 보고 놀라서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강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곳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왔는데, 강에 물이 없다니,
바로 달려서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려던 우리 계획은 순간 물거품이 되었다.
그제서야 우린 땀벅이 되었다는것과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것을 느꼈다.
우리 3명은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침 등교할 때 엄마는 학교가 파하면 바로 집으로 와서 감자 캐는 것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놀다 가려는 우리의 마음을 알고, 물이 하늘로 빨려 올라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땀범벅이 된 동생들을 보니, 오늘의 계획을 주도한 나는 면목이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 머리 정수리에 땡볕을 받으며 감자 캐기가 싫었다.
강가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강가의 돌들은 한여름 햇볕에 달아오를 데로 올라 뜨거워져 있었다. 기우뚱하고 손을 짚기라도 하면 저절로 " 앗 뜨거워" 하는 말이 나왔다.
조금 강가로 다가가자 커다란 돌멩이 밑으로 물이 고여 있는 것이 보였다. 커다란 바위 주변으로 물이 고여 있었고, 작은 물줄기를 통해 물이 흘러들고 있었다.
누가 머라 할 것도 없이 우린 물 엉덩이에 들어 앉았다. 서로에게 물을 튕기며 놀다 지쳐 휴식을 취하느라 물 웅덩이 주변에 모여 앉아 있었다.
그런데 커다란 바위틈에서 무섭게 생긴 고기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고기는 연신 머리를 바위 밖으로 내밀었다가 집어넣다가를 반복했다. 넙적한 주둥이에 커다란 수염을 2개나 달고 있는 고기였다.
우리는 숨을 죽이며 고기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고기들이 무더기로 바위 밖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고기들의 행동을 살피던 동생이 " 언니야!! 저거 잡자!!
하는 소리에 고기들이 일제히 바위틈으로 쏙 들어 가 버렸다.
도대체 몇 마리가 바위틈에 있을까? 나는 손을 집어 넣었다. 바위 속에는 수많은 고기들이 모여 있었다. 손에 순식간에 몇 마리가 잡혀 나올 정도였다.
" 야!! 얼른 도시락 꺼내!!" 동생이 가방에서 빈 도시락을 꺼냈다. 도시락에 고기를 담았다. " 얼릉 뚜겅 닫어 !!" 도시락에 서너마리밖에 담을 수 없었다.
우린 웃옷을 벗어 소매를 묶었다. 그리고는 손에 잡히는 대로 고기를 넣기 시작했다.
손에 잡히는 고기는 모두 도시락과 옷소매에 넣었다. 바위틈에는 고기가 여전히 손에 많이 걸렸다. 하지만 더 이상 담을 곳이 없는 우린 잡은 고기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이걸 보면 분명 좋아하실 거라며 부지런히 달렸다. 집으로 가는 동안 도시락에서는 고기가 뛰쳐나와 , 길바닥에서 파닥거렸다. 주워 담기를 여러 번 한끝에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를 부르기 시작했다. 빨리 고기를 보여 드려야 하는데 엄마가 보이질 않았다.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고, 놀란 엄마가 집으로 뛰쳐 들어왔다. 우린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잡은 고기를 쏟아 놓았다.
고기를 보는 순간 엄마는 이거 어디서 났느냐며 똑바로 말하라고 했다 (양양 남대천에서 어른들도 잡긴 힘든 고기를 잡아왔으니, 엄마가 우리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조금 전의 상황을 말씀드린 후에야 어머니는 안도하시며, 우리가 잡은 고기로 저녁 반찬을 만들었다.
밥상 위에는 구이와 탕이 올려졌다. 무섭게 생긴 녀석은 메기로 아버지의 매운탕이 되었고, 몸통이 시커먼 녀석은 꺽지로 우리의 구이가 되었다.
맛있는 생선구이에 배가 통통해 지도록 먹은 밥은 이내 졸음이 밀려왔다. 숙제를 하고 자라는 엄마의 말씀에 책가방을 찾았다. 없었다. 책가방이.
고기를 잡는데 정신이 팔리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에게 잡은 고기를 자랑할 것만 생각해 책가방은 모두 놔두고 왔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학생은 책가방을 중요시해야 한다며 화를 냈을 뻔한데도 엄마가 앞장서서 책가방을 찾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이미 엄마의 손에는 망태기가 들려 있었다.
낮의 장소에 도착하니 가방 3개는 그대로 있었다. 가방을 찾아 좋아하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고, 엄마는 바위틈을 뒤지고 계셨다. 우리가 잡을 때보다 더 큰 메기들이 잡혀 올라왔다. 엄마의 망태기에는 고기가 가득했다.
가방도 찾고, 고기도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밤하늘에는 별도 가득했다.
학교 앞 양양 남대천은 새마을 사업 일환으로, 일부를 밭으로 개간을 하였다. 그 공사 중 물길을 다른 곳으로 잠시 돌려놓아,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민물고기들이 바위틈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나중 "새마을"이라는 잡지 화보를 통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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