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2022년은 나에게 중요한 해이다. 지난 28년간의 직장생활을 내려놓은 뜻깊은 해이다. 눈남 뜨면 자동적으로 직장으로 향햐던 루틴을 새로운 루틴으로 장착해야 하는 해 인것이다.
늦은 나이에 공무원이 되고, 젊은 직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남모르게 노력도 많이 했다. 수많은 민원을 처리하면서도 사람들로부터 상처도 받았고, 처음 듣는 욕설도 받았고, 업무처리를 잘못하여 협박도 당해보기도 했고,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물론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9년을 함께한 직장동료들과의 행복한 시간들, 민원을 해결해준 분들로부터의 감사 인사를 받았던 일, 업무성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던 일 등등...
새해 첫날 마음가짐을 다졌다. 3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루틴!! 출근!!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세팅이 되어 있던 몸은 문밖을 나서게 될 것이다. 하루아침에 나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지고, 금단현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올해 첫날 처음으로 마음 가짐을 다졌다." 이제 너는 6개월 후면, 다시 재 부팅을 해야 해..."라고.
조직에서 이탈이 되면 어떤 마음이 들까?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자가 격리자로 잠시 조직을 이탈해 보았다. 조직과의 인연이 끊어진 상태도 아니었는데 불안했다. 나를 제외하고 모든 일들이 돌아가는 듯하였고, 나를 잊은 것을 아닐까.. 사람은 주위로부터 잊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데... 별라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완전 조직의 끈이 없어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퇴직 선배 중 한 분은 퇴직 후 한 달 동안 직장 주위를 몇 달을 빙빙 돌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새해를 맞이하고, 퇴직에 대한 마음을 다진 지 일주일이 지나고 처음 휴일을 맞았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겠다는 목적지 없이 차의 시동을 걸었다. 어디로 가볼까...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아파트를 나섰다. 왼쪽? 오른쪽?... 그래 왼쪽으로 가보자...
목적지 없이 나섰으니, 자동차의 속도는 느리다. 뒤에서는 빨라 가라며 빵빵거린다. 할 수 없이 좌회전을 해서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한적한 길로 들어서니 더 갈 데가 없는 듯 허허벌판이었다. 다시 메인도로로 들어왔다.
미시령 옛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보자는 생각에 미시령으로 향했다. 어이쿠 이를 어쩐담... 미시령 도로는 얼어서 통행불가였다. 목적지를 정하고 나니 앞이 가로막힌 형국이었다. 차량통제선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불안해졌다. 세찬 바람에 도로에 내려있던 눈이 날려와 차 앞을 가로막았다. 무서워졌다.
꼭 지금의 상황이 6개월 후 내가 마주 서야 할 상황 같았다. 불안하고 아찔해졌다.
얼마전 같이 근무하는 동료, 젊은직원이 그만 둔다면서 상담을 요청했다. 일단 직장생활 3년만에 그만둔다고 하니, 그 용기가 부러웠다.
그만두는 이유는 이랬다. 3년동안 근무해 보니 앞이 보이지 않는단다. 지금까지 하던 행정업무지만 비젼이 보이는 곳으로 가겠다며 그만둔다고 했다.(속으로는 다들 공무원하지 못해 안달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자신감인가, 무모한 용기인가.)
이 직업을 갖기 이전 한번 그만둔적이 있었다. 대책도 없이 그냥 홧김에 그만 두었었다. 세상은 나를 제외하고 돌아가는것 같았다.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1년이 지나면서 땟걸이 까지 떨어졌다. 불안해서 남편만 달달 볶았다.
그리고 무척 후회했다. 다시 직장을 구하면 이런일은 절대 없노라고 다짐까지 했다.
그래서 인지 난 아직도 그때 사표 내던날 꿈을 꾼다. 그 암담했던 그날로 돌아가 가위가 눌린 후에야 잠에서 깨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과거의 나를 생각하며 물었다. 갈데는 있느냐고. 그만 두고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정년을 채우고 그만두는 나도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하루가 불안한데 앞으로 준비한다는 말에 가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시 물었다. 준비 할 동안 쓸돈은 있냐고? 현실적인 질문하는 나에게 놀랐다.
강한 바람에 설악의 눈이 날리며 도로롤 뿌옇게 덮쳤다. 정신을 차려 이번엔 고성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도로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낙엽이 도로 한 복판으로 우르르 밀려왔다가 붕뜨더니 내려앉았다.
눈앞에서 흩날리는 낙엽이 부러워졌다. 바람의 향방에 따라갈 곳이 정해지는 낙엽이 부러웠다.
낙엽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람에게만 맡기면 되는 것이다. 낙엽은 지금까지의 나였다. 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나머지도 시간도 직장을 다니기 위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나에게 주워질 텐데, 당장 집 밖을 나와 목적지도 정하지 못하면서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낙엽 같은 인생은 앞으로 없을 텐데....
그만두는 동료는 시간이 걸리더라고 자기가 하고 싶은일을 할수 있는 직장을 찾아서 연락하겠다고 했다.
나도 그래야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찬찬히 천천히 찾아보고, 그일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야 겠다. 이번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 봐야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멋진 할머니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