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군입대

by 속초순보기

신랑의 군 입대를 앞두고 나보다 어머님이 더 안절부절 하셨다. 어머님은 군대 가는 날 울지 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내가 울면 아범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군 생활 내내 집 생각으로 힘들어할 것이라며.

어머니는 아침부터 방으로 부엌으로 왔다갔다 하며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부터 밥상을 다른 날보다 더 신경 써서 차렸다. 산골에서는 볼수 없는 귀한 생선이 밥상에 올라가 있었다. 고향이 바다인 나는 생선 냄새만 맡아도 바다가 그리워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일었다.


나도모르게 생선에 젓가락이 가는 걸 신랑을 위해 억지로 참았다. 몇 일동안 어머님의 마음과 행동을 보니 나는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 나라도 의연하게 있어야 되겠다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군에 입대하기 위해 집을 떠는 신랑이 앞장서 동구 밖을 나갔다. 나는 이제 막 한 달이 지난 아이를 안고, 앞장서서 아들의 뒤를 가까이 따라가는 부모님을 따라 나갔다. 얼마만큼 따라 나가자 신랑이 다녀 오겠다며 어서 들어가라고 말은 부모님을 향하며, 눈길은 나한테 머물렀다.


어여 가라며 말하는 아버님의 눈 언저리에는 눈물이 얼핏 보였다. 어머니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쳤다. 남편의 모습이 굽어진 길 끝에서 사라졌다. 남편이 사라진 길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보니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닦고 계셨다. 남편이기 전에 남편은 어머님의 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편에 대한 사랑보다 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우리 모두는 집으로 돌아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아빠를 3년 동안 볼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아이를 눕히고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그 허전한 마음을 우리 둘이 서로 채울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하며 점심 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나갔다.


점심을 드시고 밭으로 향하는 부모님의 어깨에 힘이 없어 보였다. 신랑은 근 1년 동안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했고, 집안의 대소사를 다 챙겼다. 집안에 큰 일꾼이자 기둥이 사라진 셈이었다.


산골의 가을은 일찍 찾아왔다. 정신없이 집안일을 끝마치고 방에 들어갔다. 방안의 분위기는 아직도 남편이 길을 떠나기 전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도 문 밖의의 바람소리는 더 거칠게 들렸다.


아이를 씻기고 옆에 누워 아빠의 군 입대 사실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도 아는지 방긋방긋 웃으며, 내가 하는 말에 옹알이로 대답을 했다. 나와 아기의 동태를 살피러 문 앞에 서있던 어머님이 벌써 아이가 옹알이를 한다며 아범이 보았으면 기뻐했을 텐데..하시는 말씀이 어머니도 아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딸아이는 아빠가 군대 가는 첫날부터 옹알이를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볼 수 없는 남편이 그리워졌다. 문풍지가 초가을 바람에 사르륵 사르륵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내 겨드랑이 밑으로 스며 들어 남편의 부재로 서글픈 마음을 더욱 부채질 했다. 남편도 오늘밤은 나처럼 그리워 하고 허전하겠지 하고 생각하니 더욱 안쓰럽고 그리워 졌다.


그날 밤은 문밖에서는 귀뚜라미가, 앞산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밤새 들렸다.

그리고 일주일후 집을 나설때 입고 간 남편의 사복과 신발이 배달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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