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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Aug 14. 2020

내 어린 시절의 기억

나는 어린 시절에 취해 살았다

‘나는 지나치게 어린 시절에 취해 살았다’


근래 들어 드는 생각이다.


요즘 아들러 심리학의 전문가인 기시미 이치로의 책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읽고 있다.


책에 담긴 내용 중에 「의미부여를 달리하면 미래도 달라진다」는 제목의 글이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다룬 내용이다.

글에서 저자는 말한다. 어린 시절 경험이 사람들에게 동일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어린 시절 불행한 일을 겪은 아이라도 성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결과는 제각각이라고 한다. 

그 차이는 자신의 경험에 어느 정도의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어린 시절 겪은 불행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과거에 그리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과거는 그 사람의 미래를 주관하지 못한다.

즉 과거 경험의 영향력은 그 경험에 의미를 두는 만큼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나는 지나치게 어린 시절에 의미를 두었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내가 살아온 인생의 반을 지배하도록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는 무능했다. 대신 가족을 자신의 분풀이 상대로 삼았다.


어린 시절 기억에 남은 아버지의 모습은 이렇다.

아버지는 동생이 경영하는 수산시장 중매인 사무소에서 일했었다.

경매가 있는 새벽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하루 종일 방 한구석에서 잠만 잤다.

작은 아버지는 일찍이 상경하여 갖은 고생을 다하고 일가를 이룰 수 있으셨다.

그 작은 아버지 밑에서 아버지, 그리고 배다른 막내 작은 아버지, 고모가 일했었다.

그중 막내 작은 아버지는 나중에 독립하였다.

아버지도 의지가 있었으면 자신의 일가를 이루고 살았을 것이라고 우리 가족은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럴 의지나 능력이 없었다.

그저 수금 같은 동생이 시키는 단순 업무만을 처리하였다.

그마저도 제대로 처리 못해 항상 결손이 났었다.

대신 막내 작은 아버지가 자기 이름을 걸고 독립했다.


아버지는 점심이 되기도 전에 집에 돌아와 방 한 켠에 누워 온종일 잠만 잤다.

일어날 때는 밥 먹을 때와 담배를 피울 때뿐이었다.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도 오로지 아버지 때문이다.

골초였던 아버지의 바지는 항상 구멍이 났고, 벽지는 누랬으며 냄새가 났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담배를 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었다.


능력이 없어 밖에서는 기죽어 살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샌드백 삼았다.

툭하면 손찌검을 했고, 그것도 웃으면서 주먹을 날렸다.

그렇게 집은 공포의 장소로 변했고 나와 동생은 공포 속에 아버지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 시기 그런 경험이 나를 덮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인성을 형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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