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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Aug 14. 2020

진화론

올베르스의 역설

그런데 인간은 창조의 목적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믿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을 읽지만, 많은 기독교 신자들도 창조론을 믿기 보다는 진화론으로 기울기도 합니다.


현대 사상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을 꼽으라면, 크게 세 사람을 듭니다. 바로, 칼 마르크스와 지그문드 프로이드 그리고 찰스 다윈이 그들입니다. 그들 중에서도 진화생물학자인 에른스트 메이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그들 중에서도 찰스 다윈이 21세기에 이른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세계관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면 찰스 다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메이어 교수는 현대 사상에 끼친 다윈의 영향을 여섯 가지로 말합니다.


1. 생물학적 이해와 자연사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초자연적 현상과 원인들을 완전히 추방했다.

2. 사물을 정태적인 본질에 따라서 분류하는 고대 희랍 철학의 유형론(typology)을 거부하였다.

3. 생물학적 이해와 자연사에 대한 설명을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으로 풀어감으로써, 목적론적(teleological) 설명은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었다.

4. 기계론적 결정론을 부정하였다.

5. 새로운 인간관을 정립하였다.

6. 윤리학에 대한 과학적 기초를 놓았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전도서 1장 9절의 말씀과 같이, 메이어의 입을 통해 알게 된 다윈의 사상 역시 그만의 독창적인 사상은 아닙니다. 라마르크의 ‘획득형질’과 패트릭 매슈의 ‘선택이라는 자연의 법칙’ 같은 ‘자연선택’이라는 사고의 바탕을 이루는 생각들이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1859년 다윈이 10년간 유보시켰던「종의 기원」을 발표하게 된 계기도 1858년 동물학자 월러스가 다윈의 ‘자연선택’과 비슷한 개념을 의사타진 해오자, 이에 충격을 받은 다윈이 이듬해에 서둘러 발표한 것입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발표는 전통적인 기독교 세계관의 공기로 둘러싸인 빅토리아 시대에  초음속이 일으키는 충격파 같은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그의 저서는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전체적인 성경의 세계관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단지 자연 안에서의 사람과 하나님의 자리 바꾸기 정도에 불과한 코페르니쿠스적 변화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의 충격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성경이 말하는 인간관의 개념을 적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더 이상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진화의 단계를 거쳐 오늘에 이른 자연의 산물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을 지배하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자연의 선택적 인과관계의 고리들로 이루어진 우주 가운데 하나님이 서 있을 자리를 잃으셨습니다. 


다윈의 사상에 「자본론」제2권을 다윈에게 헌정할 것을 엥겔스에게 제안할만큼 칼 마르크스는 고무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다윈 본인은 이와 같은 유물론과 자연주의와의 만남을 경계했었고, 그가 남긴 기록들을 보더라도 물론 말년에는 불가지론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다윈의 이론이 인종차별을 방지하는 윤리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는 진화론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하나님의 섭리와 하나님의 형상으로 된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진화론이 윤리와 도덕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쳤음이 역사 속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일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 영역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진화론은 종교와 과학 사이에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켰습니다. 심지어는 나치즘 같이 한 집단이 자신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다른 집단을 대규모로 학살을 자행하는 행위를 자연선택으로 합리화하는 악에 대한 해법 제시에 있어서 진화론자들 사이에서도 이견 대립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진화로는 과학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객관적 진리를 다루는 반면 종교는 단지 주관적 가치를 내세울 뿐이라는 이원론적 구분이 현대인들의 생각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진화론자들 중에는 굴드 같이 종교의 자리를 남겨 두어서 둘의 충돌을 피하려는 방법론적 자연주의 학자들이 있는 반면에, 도킨스 같이 진화론만을 유일한 진리 체계로 인정하여 과학과 형이상학 영역에서 아예 하나님의 설 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형이상학적 자연주의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의 입장에서는 전자는 이신론이나 불가지론에 이르고, 후자의 경우는 무신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종교는 주관적인 측면에서만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 객관적 세계의 실상을 설명하는 형이상학에는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기독교계의 대응도 자유주의적 신학과 보수적 신학에 따라 차이를 보였습니다.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에 대한 해석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을 선택했습니다. 반면에 보수적 복음주의 신학에서는 이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만물들이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에 의하여 창조되었다는 성경 말씀을 튼실히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연대와 관련한 논의와는 다른 차원에서 진화론의 오류를 짚어내는 최근의 지적 설계론의 운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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