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벗어나세요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나는 드라마는 안 보고 예능만 본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다.
그 방송을 보면서 떠오른 두 권의 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이 책은 폴 투르니에라는 프랑스의 기독교 정신의학자가 쓴 부부를 위한 책이다.
부부라는 각자의 섬이 서로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부부라는 섬의 간격이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해야 하고, 목차에 나오는 제목이 바로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다.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태도가 있다. 바로 용기와 노력이다.
용기는 자신을 배우자에게 드러내는 용기를 바란다. 거기에는 그동안 자신을 형성하기까지의 모든 기억과 경험을 말한다. 좋든지 나쁘든지 모든 기록을 상대방에게 오픈해야 한다. 나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와 함께 필요한 게 상대방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다.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에 나온 출연진들이 하는 말 중 가장 많은 말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줄 알았어요
상대방을 과신하지 말자. 당신의 배우자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그대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니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배우자에게 오픈해야 한다.
특히 그 프로그램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책의 목차 중 7번에 관한 것이다.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서로 성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인정해야 한다.
남녀 간의 성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데는 이 책이 큰 도움을 준다.
정신분석 이론에서 "정상적이고 성숙한" 여성을 정의할 적에 가장 관건이 되는 사항은 그녀의 성적 태도이다. 남자의 성기를 집어넣었을 때 그녀의 질 안에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가 곧 성숙하고 건강한 여성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지표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강조하노니, 오르가슴은 질 안에서 일어나는 게 결코 아니다. (중략) 우선 이렇게 아무 근거가 없는 정의를 내려놓고 소위 정신분석의 이름으로 여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혼란스레 만들었다는 사실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손꼽을 만한 천인공노할 사건이 아닐 수 없다.(중략) 요약하면 이렇다. 여태껏 성행위의 기본인 줄만 알았던 성교는 아기를 만드는 일에 필수적이지만 성적인 쾌락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다양한 스킨십 중 한 가지일 뿐인 것이다. 여자의 성적 만족을 위해 굳이 질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남자의 페니스를 자극하듯 여자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정도로 충분한 쾌락을 유도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자극을 위해 반드시 성기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가부장제가 도리어
남성을 더 힘들게 하고
더 남성을 억압한다.
가부장제 속에서는 여성도 피해를 보지만, 남성도 마찬가지로 피해를 본다. 관계는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남성은 자신들이 만든 그릇된 신화 속에 얽매여 산다. 질 오르가슴이 나은 페니스 중심의 성교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을 보면, 성적으로 개방된 서구 유럽의 여성들도 남성과의 성관계에서 성적 쾌락을 경험한 여성이 드물다. 이유는 바로 "질 오르가슴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시작하면 삽입부터 생각하다 보니 남성은 여러 가지가 걱정이다. 그런 걱정을 덜기 위해 의학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크기를 키운다든가, 덜 민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남성이 맛보기 힘든 질 오르가슴에 집착하는 사이 여성도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오르가슴을 모르고 사는 여성이 뜻밖에 많다.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말미에는 실제 부부가 나와서 부부간의 성문제를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그 모든 문제를 하나로 아우를 수 없겠지만, 굳이 압축한다면, 바로 "질 오르가슴에 대한 집착"이 아닐까 싶다.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 부부>를 보면, 그 집착은 두 가지의 상반된 태도로 나타난다. 하나는 "무조건 넣고 보자"이고, 다른 하나는 정반대로 "내 거기에 문제가 있는데"였다. 그리고 좀 더 넓게 보면, 섹스리스의 원인 중 하나도 '질 오르가슴에 대한 집착'으로 보였다. '아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염려.
남자가 질 오르가슴에 집착하지만, 여성은 다양한 상황에서 오르가슴을 경험한다. 놀이기구를 타다가 경험하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방의 애정 어린 스킨십에 느끼기도 한다. 물론 오르가슴의 핵심은 신경다발 뭉치인 클리토리스에 있지만, 또 남녀 간의 성관계의 목표가 반드시 오르가슴인 것도 아니다.
부부가 성관계에 대한 잘못된 신화에서 벗어나 자유로와질 때,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