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지니 MBTI가 뜨네

과학인가 미신인가

by 간서치 N 전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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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전방 순시에 나섰습니다.

대통령 앞에서 공수도 시범을 선보였습니다.

이를 본 대통령의 입에서 한마디가 튀어나왔습니다.

택견이구만

공수도를 보고 택견으로 이해하는 인식의 과정을 불교용어로 격의라고 합니다.

불교가 중국에 처음 들어올 때 기존 사상인 도교와 유교의 개념을 가져다 가르친 데서 유래된 말입니다.

문학 용어로는 말하면 치환이라고 하죠.

이처럼 인간은 새로운 사물을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과거에 유행했던 혈액형별 성격유형이나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MBTI가 이런 이유로 유행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중에 엠페도클레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원소(엘레멘 툼)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우주를 구성하는 4가지 원소로 물, 불, 공기, 흙을 꼽았습니다. 그가 말한 네 가지 원소도 그의 이전 철학자인 아낙사고라스나, 크세노파세스, 파르메니데스 등이 한 말을 종합한 것이었습니다. 이로부터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의 4가지 체액설(humouralism)이 나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4가지 체액설은 돌고 돌아 현대에 와서 혈액형별 성격 분석으로 바뀌었습니다.


연말연시에 철학관에 가서 사주팔자를 보곤 합니다.

사주팔자는 자신이 태어난 생년 월시의 네 가지 기둥이 인간의 집을 지배한다는 사상입니다.

그 네 가지 기둥을 조합하여도 수십 억 세계인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같은 사주팔자를 타고났다고 해서 운명이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관상학에서도 "만상불여심상"이라고, 수상, 족상, 관상보다 심상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최근에 유행하는 MBTI별 성격 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칼 융의 심리학에서 비롯된 MBTI 검사로 인간의 성격 유형을 전부 표현하지 못합니다.

MBTI가 그리 정확한 성격 검사 지표도 아니라 심리학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칫 인간의 다양성을 몇 가지 지표로 단순화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도는 남성과 여성을 보는 시각에도 나타납니다.

과거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제 생각에는 캐럴 타브리스의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라는 책이 더 과학적입니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이죠.


우리 주변에 과학의 모습을 한 신화나 미신이 있습니다. 혈액형 별, MBTI별 성격 유형이 그렇고, 화성에서 온 남자나 금성에서 온 여자가 그렇습니다. 이것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합니다. 사람을 침대 위에 눕혀 놓고 침대 크기에 맞춰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거나 늘리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