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드라마 -10-

진짜 시작

by 간서치 N 전기수

#38 인아의 방


책상에 스마트폰이 불빛을 내뿜으며 진동한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는 인아. 끝내 받지 않는다.


#39 인아의 방/민아 진찰실 (회상)


인아 (통화 중) 어, 언니.

민아 오빠랑 어떻게 돼가나 궁금해서 전화했어.

인아 아, 네.

민아 그래 오빠 겪어보니까 어때? 우리말이 맞지?

인아 (웃으며) 네, 언니. 근데, 언니, 그분이 저 이혼한 거 아나요?

민아 오빠가? 글세 난 말 안 했는데.

인아 그럼 석호 오빠는~~~~~~

민아 글세, 말 안 한 것 같던데.

인아 (웃음이 사라지고 근심이 어린다)


#40 민철의 병실


침대에 누워 통화하고 있는 민철.


민철 어, 석호야. 인아 씨 말인데, 무슨 일 있니?~~~~~~아니, 최근 며칠 동안 연락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해도 답장도 없어서. 무슨 일 있나 해서.~~~~~~그래서 말인데, 너한테 부탁이 있다.


#41 인아 직장 건물 입구


인아가 건물 밖으로 나온다.


석호 (목소리) 인아야!


멈춰 서서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인아.

석호가 다가온다.


인아 오빠가 여기는 무슨 일로?

석호 뭐 이 근처에 일이 있어 왔다가 네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바쁘니?

인아 아뇨.

석호 그럼 나랑 얘기 좀 할까?


#42 회사 근처 카페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인아의 표정이 밝지만 않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석호.


석호 인아야, 너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니?

인아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오빠.

석호 왜? 인아야.

인아 혹시 그분도 알아요?

석호 민철이? 뭘? (뒤늦게 생각난 듯) 아, 너 이혼한 거?

인아 예.

석호 아니. 왜?

인아 오빠도 말 안 했어요?

석호 어, 말 안 했지.

인아 그럼 그분은 모르시는 거잖아요.

석호 아마도?

인아 왜 그걸 말 안 했어요?

석호 (등받이에 기대 말없이 인아를 보다) 그게 중요하니?

인아 중요하죠. 그분은 제가 미혼인 줄 알 거 아니에요? 설령 좋아하는 맘이 있다 해도 제가 이혼한 걸 알면~~~~~~싫어질 수도 있고~~~~~~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석호 인아야.

인아 (석호를 본다)

석호 내가 아는 민철이는 그럴 애가 아니야. 걔한테는 문제가 안 될 걸 알기에 말을 안 했을 뿐이야.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네가 직접 만나서 확인해 봐.

인아 ~~~~~~그럼 오빠가 같이 가줄래요? 오빠가 같이 있으면 말하기가 한결 가벼울 거 같아서.

석호 그래, 알았어. 그래 줄게.


#43 민철 병실


석호가 먼저 들어오고 인아가 뒤따라 들어온다.

침대에 누워 있던 민철이 인아를 유심히 본다.

석호가 소파에 앉아 인아는 민철을 회피한 채 옆에 가 앉는다.

인아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민철의 시선.


민철 석호야.

석호 어, 왜?

민철 안 가니?

석호 어?

민철 안 가냐고.

석호 어, 그래. 가야지. 그럼 난 가 볼 테니 둘이 얘기 나눠.


석호가 일어서는데 인아가 가지 말아 달라는 눈짓을 한다.


석호 그럼 가볼 테니, 너 퇴원 후에 보자.

민철 그래, 그러자. 와 줘서 고맙고 잘 들어가라.


석호가 병실을 나가고 귀 뒤를 따라 나가는 인아.


민철 (조금 큰 소리로) 인아 씨는 여기 있고요.


민철의 외침에 움찔 놀라 멈춰서는 인아.

긴장한 눈빛이다.


인아 (용기를 내어) 사람이 어쩜 그리 인정머리가 없어요. 사람이 왔는데, 오자마자 가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저도 갈래요.(문 쪽으로 걸어간다)

민철 (좀 더 큰 소리로) 거기 있으라고요. 인아 씨는.

인아 (놀라서 당황한 기색)

민철 미안해요. 놀랐다면. 석호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이런다고 상처받을 친구 아니니까. 그나저나 인아 씨는 왜 그동안 제 연락 씹은 건데요? 우리 애초에 나 퇴원 전까지 열 번 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아직 세 번 남았잖아요. 내일이 퇴원인데 일주일 동안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씹고.

인아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해요.

민철 그나저나 결정은 했어요?

인아 (고개를 끄덕인다)

민철 결정이 했단 말이죠.

인아 네.

민철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내가 지금부터 다섯을 셀 거예요. 그 다섯 동안에 앞으로 계속 만날 거면 거기 서 계시고, 그럴 생각이 없으면 조용히 나가면 돼요. 전에 말했듯이, 나가도 붙잡거나 연락하지 않을 테니. 알았죠?

인아 네.

민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그럼 셉니다. 하나~~~ 두울~~~ 세엣~~~ 넷~~~(신경은 온통 인아에게 가 있다) 다 서~~~~~(살며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린다)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인아.


민철 안 간 거예요?

인아 네.

민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럼 앞으로 저랑 사귀는 거예요?

인아 네.

민철 (침대에서 내려와 인아에게 다가간다)인 아씨 정말 고~~~~~

인아 (뒷걸음치며) 그전에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민철 (가다 멈춰 선다) 무슨 얘기요.

인아 (다시 고개를 숙이고) 실은 제가, 제가 (기어가는 소리로 스타카토) 이혼했었어요. (말이 점점 빨라지며) 죄송해요. 실망했거나 화가 났다면 정말 죄송해요. 속일 생각은 없었어요. 저는 이미 아시는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정말로 죄송해요. 뭐라 욕하셔도 달게 받을 게요. 정말 죄송해요. 다만 그동안 고마웠어요. 덕분에 즐거웠고요.


잠시 흐르는 정적

눈을 질끈 감고 고개 숙이고 있는 인아 귀가에 들리는 민철의 한 마디


민철 (소리) 아, 그거였구나.


눈을 뜨고 조심스레 민철을 보는 인아.


인아 예?

민철 그거였네요. 석호가 말한 게.

인아 그게 무슨 말인지?

민철 전에 석호한테 물었었거든요. 내가 인아 씨에 대해 알아야 할 게 있냐. 그랬더니 있는데 본인 입으로 직접 들으라 하더라고요.

인아 아, 예.

민철 아니 근데 말이 왜 이렇게 빨라요. 대사 외우는 것도 아니고, 랩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게 뭐 미안할 게 뭐 있어요. 인아 씨가 큰 잘 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럼 그동안 연락 안 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요? 내가 알면 기분 나빠할 거다? 속았다고 엄청 화낼 거다? 그래서 그동안 잠수 타고 안 오고 연락도 안 한 거예요?

인아 (미안한 듯 끄덕인다)

민철 난 또 뭐라고.~~~~~~그럼 그동안 그것 때문에 속 좀 끓였게네요. 그래서 그런가 안 본 사이에 살이 좀 빠지신 것 같기도 하고.

인아 (자신의 몸을 살펴본다)

민철 상관없어요.

인아 (약간 놀란 민철을 본다)

민철 저는 오히려 인아 씨 이혼한 게 감사한데요.

인아 뭐가요?

민철 아니, 그렇잖아요. 인아 씨가 이혼했기 때문에 제게 기회가 생긴 거잖아요. 대시해 볼 수 있는 기회, 사귀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니까 오히려 감사하죠. 안 그래요?


민철, 인아에게 천천히 다가가 안는다.

가만히 안기는 인아.


민철 그럼 우리 이제부터 정식으로 사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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