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54 석호네 집
석호 부부와 자녀들, 민철, 인아가 들어온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석호 (소파로 향하며) 야,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네가 교회를 다 출석하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내가 그렇게 말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몸을 앞으로 숙이며) 뭐, 우정보단 사랑이 먼저다. 뭐 이런 거냐?
민철 너 많이 서운했구나?
석호 서운할 뿐이냐, 30년 우정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다.
민아 (웃으며) 이 이가 많이 서운했나 봐요. 오빠.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민철 (석호의 등을 두드리며) 아, 그래. 미안하게 됐다. 이해해라. (한 손으로는 인아의 손을 잡는다)
석호 야, 저 손 잡는 것 좀 봐.
인아 (상기된 얼굴)
웃는 세 사람.
민아 내 정신 좀 봐. (일어나며) 뭐 마실 것 좀 내와야겠네.
인아 (같이 일어나며) 제가 도와드릴게요 언니.
민아 넌 그냥 앉아있어.
인아 아니에요 언니.
두 여인이 사라진다.
석호 (작은 소리로) 야, 인아가 그렇게 좋냐?
민철 그래, 좋다.
석호 녀석.
#55 같은 장소.
식탁에 네 명이 앉아 있다.
식탁에는 다과가 차려져 있다.
민아 오빠, 오늘 교회 오니 어땠어요?
민철 아, 난 죄가 많은가 보다 했지?
석호 아니, 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민철 군에 있을 때 종교 행사 인솔 갔을 때도 그랬는데, 교회에 가면 왜 온몸이 가려운 거냐? 이거 죄가 많아서 그런 건가?
석호 오늘부터 매주 나오는 거냐?
민철 (인아 눈치를 보며) 글세, 그래야겠지.
인아 (민철을 보다가 뭔가 생각난 듯) 아, 석호 오빠.
석호 왜, 인아야.
인아 민철 오빠가 나랑~~~~~~
민철 (무슨 말할지 눈치채고 급하게) 차 사 준다고.
의아한 눈으로 민철을 보는 세 사람.
석호 그게 무슨 말이야? 차를 사준다니?
민철 나중에 나랑 인아 씨랑 잘 되면 내가 너 차 바꿔줄게.
인아 (상기된 얼굴로 민철을 본다)
석호 뭔 소리야, 야 한민철. 뭔 네가 우리 차를 바꿔줘. 우리야 너희 두 사람 잘 되면 그걸로 족하지 무슨 차를 바꿔죠. 중매 잘 서면 양복이 한 벌로 족한데, 무슨 차를 사준다고. 야, 솔직히 양복도 필요 없어. 우리가 아무리 차 바꿀 능력도 없겠냐. 이 자식 갈수록 사람 섭섭하게 하네.
민아 그래요. 오빠. 저희야 두 사람 잘 되면 그걸로 만족해요.
민철 그러냐? 그럼 미안하게 됐다.
#56 민철 차 안
인아는 말이 없다.
인아의 눈치를 보는 민철.
민철 아, 인아 씨랑 좀 더 있고 싶은데, 낼 또 출근하셔야 하니까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겠네요.
인아 네.
민철 (눈치를 보다) 인아 씨, 아까 혹시 기분 나빴어요?
인아 네?
민철 아까 석호 집에서 제가 결혼 이야기해서 기분 나빴냐고요.
인아 아뇨. 제 입 막으려고 농담한 것이란 걸 알아서 그리 기분 나쁘진 않았어요.
민철 아, 네. (뜸을 들이다가) 그런데 그거 농담한 거 아닌데.
인아 네?
민철 아까 결혼 이야기한 거 농담처럼 들렸겠지만 농담한 거 아니라고요. 취중진담? 뭐 그런 거라고 할까. 몇 년 있음 마흔인걸요.
인아 (상기된 얼굴)
$57 인아 집 앞
차에서 내려 마주 선 두 사람.
민철 들어가세요.
인아 네.
인아가 초인종을 누른다.
인아를 보고 있는 민철.
인아 저, 그리고. 오빠.
민철 네.
인아 말 편하게 놓으세요. 듣는 제가 부담스러워요.
민철 그래요?
인아 네. 씨 자나 존대 안 하셨음 해요.
민철 그럼 그럴게요. (인아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럴~~ 게~~~~~~~~인아야.
인아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오빠.
민철 어 그래, 잘 들어가.
인아가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민철도 출발한다.
#58 인아 집 거실
인아 다녀왔습니다.
인아가 거실로 들어서자 부모님과 선아가 소파에 앉아 인아를 쳐다보고 있다.
선아 (인아에게 호들갑스럽게 다가온다) 언니, 언니, (엄지를 보이며) 오~~~. 그분 멋있던데. (인아의 어깨를 감싼다) 언니가 드디어 제 짝을 만난 건가?
인아 (상기된 얼굴로 머리를 쓸어 넘긴다) 아빠 엄마는 어떠셨어요?
아버지 난 첫인상은 맘에 들더라.
어머니 나도 아빠랑 같은 생각이야. 얘,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
아버지 언제 한 번 집에 데려 오고.
인아 네.
#59 인아 방
핸드백과 재킷을 걸어놓는 인아.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잡기는 인아
#60 회상
민철 (눈치를 보다) 인아 씨, 아까 혹시 기분 나빴어요?
인아 네?
민철 아까 석호 집에서 제가 결혼 이야기해서 기분 나빴냐고요.
인아 아뇨. 제 입 막으려고 농담한 것이란 걸 알아서 그리 기분 나쁘진 않았어요.
민철 아, 네. (뜸을 들이다가) 그런데 그거 농담한 거 아닌데.
인아 네?
민철 아까 결혼 이야기한 거 농담처럼 들렸겠지만 농담한 거 아니라고요. 취중진담? 뭐 그런 거라고 할까. 몇 년 있음 마흔인걸요.
인아 (상기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