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드라마 -16-

다툼

by 간서치 N 전기수

#61 강남역


지하철역 입구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는 민철.

먼발치서 인아가 보인다.

민철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드는 인아.

민철도 인아에게 화답하려는 찰나

어떤 남자가 인아에게 다가간다.

인아에게 말을 거는 남자.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민철.

남자가 인아에게 말을 하며 스마트폰을 내민다.

남자를 보내고 민철에게 다가오는 인아.


인아 오빠, 미안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민철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 아니, 나도 온 지 얼마 안 됐어. 가자.


휙 돌아서 걷기 시작하는 민철.

그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따라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말없이 앞만 보고 서 있는 민철.

한 칸 아래서 뒷모습을 보고 서 있는 인아.


#62. 강남 거리.


지상으로 나와 걷는 두 사람.


인아 오빠,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민철 (한 번 힐끗 보고) 안 좋은 일? 없는데.

인아 그럼, 혹시 오빠.

민철 응.

인아 저한테 혹시 불만이라도~~~~~~~

민철 불만? 아니.

인아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민철 (피식 웃으며) 난 괜찮아. 신경 안 써도 돼.


걸어가다 인기척이 없어 돌아보는 민철.

인아가 오지 않고 뒤에 서 있다.

인아에게 다가가는 민철.


민철 오지 않고 왜 거기 서 있어?

인아 (말없이 선 채로 민철을 보고 있다)

민철 왜 그래, 인아야?

인아 저, 그냥 들어갈게요.

민철 뭐?

인아 저 그냥 들어간다고요.

민철 들어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왜?

인아 오빠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오빠랑 같이 있으면 싸울 거 같아요. 난 오빠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민철 싸우다니, 내가 너랑 왜 싸워. 난 괜찮다니까. 아무 일 없어. 너한테 불만 같은 거 없고.

인아 오빠는 아니라고 하지만, 표정이 말해주는걸요. 차라리 무슨 일 있으면 무슨 일 있다고 말하든가, 불만이 있으면 뭐가 불만이라고 말하든가. 제가 무슨 독심술사도 아니고.

민철 (차마 말할 수 없다는 듯 인아 시선을 피한다)

인아 뭔데요? 뭣 때문에 그러는데요?

민철 그게. (여전히 인아의 시선을 회피한다)

인아 (뭔가 생각난 듯) 혹시 아까~~~~~~

민철 (그제야 인아를 쳐다본다)

인아 지하철역에서~~~~~~그거예요?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민철 아니, 그게~~~~~~ 인아가 내 눈에만 예뻐 보이면 좋겠는데~~~~~~ 이게 남자 보는 눈은 다 똑같나 봐. (한숨) 하~~~

인아 (말없이 민철을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 어디 가서 이야기 좀 해요.


민철의 손을 잡고 끌고 가는 인아.


#63 카페 안


굳은 표정으로 인아가 먼저 카페로 들어온다.

인아를 지나 나가려는 여자 일행.

뒤늦게 들어오는 민철을 보자 서로 보고 웃으며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이를 인식한 인아. 가다 말고 다시 민철에게 다가간다.


인아 (억지웃음) 빨리 오지 않고 뭐해요? (팔짱 끼며)

민철 (달라진 태도에 놀란 반응)


이 모습에 실망한 여자 일행 나간다.


인아 (팔짱 풀고 온기 사라진 표정으로) 뭐 마실래요?

민철 응? 아이스 아메리카노?

인아 앉아 계세요.


카운터로 걸어가는 인아.

멍하니 뒷모습을 보고 있는 민철.


#64 같은 장소


마주 앉은 두 사람.

민철은 인아의 시선을 빨대로 얼음 잔을 젖는 손으로 흘려보내려 한다.


인아 아!

민철 (인아를 쳐다본다)

인아 그러고 보니, 오빠 지난번 방송국에서 기획사 간부가 제게 말 걸어왔을 때도 표정이 안 좋았어요.

민철 그랬어?

인아 네.


민철은 빨대로 아아를 빨아 마신다.

인아는 그런 민철을 보고 있다.


인아 오빠.

민철 어, 왜?

인아 (깊게 한 번 숨을 내쉬고) 저는요, 보기보다 겁도 많고 의심도 많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길에서 누가 말 걸어와도 말을 섞어본 적도 없어요,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적도 없고요. 사귄 적은 더더군다나 없어요.

민철 어, 아 그래!

인아 저는 오빠가 그런 걸로 불안해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저의 어떤 모습이 오빠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는지.

민철 아냐, 그런 거. 나야 인아 믿지~~~

인아 그런데, 왜~~~ (말하려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아무리 멋있는 남자가 말을 걸어와도 달라질 건 없어요. 지금 제게 의미 있는 사람은 오빠니까. 제가 왜 이 좋은 주말 오전에 오빠를 만나러 나왔겠어요.

민철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어 그래, 그렇지.

인아 그럼요. 차라리 집에서 한 주 동안 못 봤던 드라마나 실컷 보면 좋을 주말에, 신경 써가며 나왔겠냐고요.

민철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렇다.

인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자가 외출 한 번 하려면 얼마나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줄 아세요?

민철 아니.

인아 저는요, 아무리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어도 무조건 열 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 생각난 듯) 그러니까, 오빠가 첫날에 제게 선물해준 풀코스를 저 혼자 다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민철 (감탄한 표정) 아~~~~~~

인아 그렇게 해서 나왔는데, 아까 오빠 때문에 다시 들어갔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 기분이 어떨지.

민철 안 좋지. 안 좋겠지?

인아 기분만 안 좋겠어요? 한동안 오빠 안 보죠. 연락도 안 하고, 안 받고.

민철 (아직은 굳은 반응) 그래? 그럼 안 되지. 저런 큰일 날 뻔했네.


인아 스마트폰을 꺼내어 민철 앞에 놓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찍은 배경 사진.

스마트폰을 풀어 카톡 프사를 보여준다.

역시 배경 사진과 동일한 사진


인아 오빠, 저한테 충분히 존재감 있어요.

민철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어 그래, 알았어.

인아 (말없이 보다가) 오빠는 제가 왜 오빠를 만난다고 생각해요?

민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놀란 듯 인아를 본다) 응? 글세~~~~~~인아가 믿고 따르는 석호와 민아랑 친하고~~~ 또 인연인 것 같아서?

인아 그렇죠. 근데 그것만 가지고 만나는 건 아닌데.

민철 뭐, 또 다른 이유라도 있어?


#65 민아 병원 주변 카페 (회상)


민아 소개팅이 부담스러워? 그럼 좀 더 자연스러운 자리를 마련해보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 곧 있으면 민수 초등학교 입학하잖아. 입학 기념 겸 생일파티를 호텔 레스토랑에서 할 계획이었거든. 너도 그때 와라. 그때 그 오빠도 초대할 테니까. 그 자리에서 네가 보고 판단해봐. 네가 맘에 들면 나중에 자리를 따로 마련할 테니. 그게 좋겠지?

인아 (망설이는 표정)

민아 (민아의 반응을 살피다가) 뭐가 그렇게 생각이 많아~~~~~~잠깐만, 내가 그 오빠 사진을 보여줄게. 보면 너도 맘에 들 거야. 조금만 기다려봐. 어디 있더라. (스마트폰 갤러리를 열어 사진을 찾는다) 여깄다. 여기. 여기, 이 분. (스마트폰을 인아 앞에 놓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석호와 민철이 어깨동무를 하고 밝게 웃고 있다.

웃옷을 벗은 다부진 체격의 잘 생긴 키 큰 남자가 웃고 있다.


인아 (사진을 보는 인아의 동공이 커진다)

민아 (사진을 유심히 보는 인아를 쳐다보며) 어때, 한 번 만나볼 거야?


#66 다시 카페


민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런 거였어?

인아 (얄미운 듯 그를 쳐다본다) 그래요.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라고요.

민철 그래 알았어. 그럴게.

인아 그렇다고 아무 여자한테 자신감을 갖진 말고요.

민철 아니, 당연하지. 내가 왜~~~

인아 (말없이 보다가) 가끔 오빠랑 같이 다닐 때 오빠를 보는 여자들의 시선 느낄 때가 있는데.

민철 (놀란 듯 민아를 본다)

인아 아까도 카페 들어오는데, 어떤 여자들이 나가다가 오빠 쳐다보던데~~~~~그때 제가 어떤 행동했는지 기억 안 나요?

민철 글세, 기억 안 나는데.

인아 팔짱 끼었잖아요. 전혀 그럴 분위기도 아닌데.

민철 아, 그랬나.

인아 (상기된 얼굴을 두드리며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왜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지. 후우~~~ (민철을 노려본다) 이게 다 오빠 때문이에요. 저 이제 더 이상 오빠한테 감출 것도 숨길 것도 없는 그런 여자가 됐네요.

민철 아니, 그게 뭐 어때서.

인아 그걸 몰라서 물어요? 이제 오빠한테 신비감도, 비밀도 없는 그런 여자가 됐잖아요. 몰라요, 이제. 오빠가 재미없다고 떠난다 해도.

민철 (말없이 인아를 보며 웃다가 정형돈 말투로) 아닌데, 그럴 일은 없을 건데. 난 인아랑 헤어질 생각 없는데.

인아 (민철을 보고 웃는다) 이제 저 믿죠?

민철 (끄덕이며) 응

인아 저, 오빠 믿어도 되죠?

민철 당연하지.

인아 그럼 됐어요. 우리 그만 나가요.


두 사람 일어난다.

민철이 쟁반을 들고 반납대로 걸어간다.

뒤따라 가는 인아.

민철이 쟁반을 내려놓고 돌아서자 인아가 다가와 팔짱을 낀다.

살짝 놀라 인아를 쳐다보는 민철.

그제사 이해한 듯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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