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간서치 N 전기수 Jun 19. 2022
#91 민철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고 인아가 들어온다.
양손에 짐이 가득하다.
어느 바구니 밖으로 삐져나온 대파 줄기도 보인다.
짐을 내려놓고 욕실 가서 손을 씻는 인아.
거울을 보고 머리를 모아 밴드로 묶는다.
현관으로 가서 가져온 짐에서 앞치마를 꺼내 입는다.
#92 안방
남자 혼자 사는 방이라 지저분하다.
침대의 이불이나 베개도 흐트러져 있다.
방바닥에는 빨래도 펼쳐져 있다.
숨 한 번 고르고 청소에 들어가는 인아.
옷장 정리, 서랍 정리.
침대 시트와 베개 커버, 이불도 새것으로 교체한다.
바닥에 널린 빨래도 바구니에 담는다.
벗어놓은 속옷도 보인다.
집는 걸 망설이다 시선은 다른 데로 향하고 엄지와 검지로 밴드 부분을 잡고 조심스레 통에 담는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린다.
바구니에서 둘이 찍은 사진 액자와 디퓨져를 꺼내 침대 옆 작은 삼단 서랍장 위에 놓는다.
서랍장을 열려다 한참을 망설이는 은아.
열지 않고 주방으로 향한다.
#93 같은 장소
욕실, 거실, 안방 집안 청소하는 인아.
#94 주방
식재료를 꺼내 씻고 다듬기 시작하는 인아.
가스레인지 화구 가득 냄비와 프라이팬이 놓여 있다.
#95 같은 장소 (저녁)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철.
거실에 불을 켜니 달라진 분위기에 놀란 눈빛.
인아 (소리) 오빠 (안방에서 나온다)
민철 (놀라며) 인아야,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인아 석호 오빠한테 비번 물어왔어요. 많이 놀랐어요?
민철 놀라지 그럼. 근데, 평일인데 이 시간에 어떻게?
인아 오늘 회사 창립 기념일. 오빠 잠깐만요. (두 손으로 민철의 눈을 가린다)
안방으로 가는 두 사람.
인아 (가렸던 손을 거두며) 짜잔.
민철 (달라진 내부를 보며 놀란다) 우와! 이거 다 인아가 한 거야?
인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민철 와, 완전 다른 집 갔다.
인아 맘에 들어요?
민철 맘에 들다마다.
인아 아무리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지만, 정리 좀 하고 사세요.
민철 엉, 근데, 내가 속옷도 벗어놓고 나간 것 같은데.
인아 빨아서 널어놨죠.
민철 어, 그래. 미안하네, 그런 것까지 하게 해서.
인아 됐어요. 자, 다음은 욕실 (민철의 눈을 가리고 나간다)
욕실 앞에 선 두 사람.
인아 (손을 내리며) 짜잔.
민철 (놀라서) 이야, 정말 깨끗해졌는데. 정말 깔끔해졌어.
인아 오빠가 다쳐서 나을 때까지 당분간 못하니까.
민철 (인아의 어깨를 잡아 안으며) 인아야, 정말 고마워. (다독이며) 정말 고마워 인아야.
인아 보여줄 게 또 있는데.
민철 또 뭐가 남았어?
민철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간다.
식탁에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
민철 이걸 다 인아가 한 거야?
인아 예. 오빠가 시골 밥상 좋아한다고 해서. 한번 만들어 봤어요. 앉아요 오빠.
민철 (앉아서 요리들을 둘러보며) 이게 다 뭐야. 나물에 전에. 와 진수성찬이 따로 없네.
인아 오빠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민철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여.
전 하나를 집어 간장에 살짝 찍어 민철 입 안에 넣는다.
음미하면 먹는 민철.
민철 어, 맛있어. 울 엄마가 해준 것보다 맛있다.
인아 그 정도예요?
민철 엉, 맛있어.
인아 (웃는다) 아, 냉장고에 반찬 통에 담아 놨어요. 저녁만큼은 사 먹지 말고 집밥 먹어요. 오빠. 부족하면 또 만들어 줄게요. 다른 거 먹고 싶은 게 있음 말하고요. 만들어 줄 테니. 알았죠?
민철 어, 알았어.
#96 같은 장소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인아는 사과를 깎고 있다.
민철은 인아를 지긋이 보고 있다.
인아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요.
민철 어, 고맙워서.
인아 또요?
민철 어?
인아 그냥 고맙기만 해요?
민철 아니, 고맙기만 한가. 사랑스럽지.
인아 (그 말에 웃는다)
민철 (말없이 인아를 본다)
인아 오빠, 무슨 생각하는데요.
민철 어? 아냐. 아무 생각도.
인아 괜찮아요. 말해요.
민철 어, 그게~~~~~~아냐. 아무것도.
인아 사람 궁금하게 하지 말고 말해요 오빠.
민철 그럼 기분 나쁘지 말고 들어.
인아 네.
민철 그냥,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인아 어떤 생각요.
민철 (조심스럽게) 그래도 살림해본 사람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 (인아의 표정을 살핀다)
인아 그리 생각하면 저야 고맙고요.
민철 아, 그래.
인아 네~~~~~~아얏 (칼을 떨어뜨리고 베인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감싼다)
민철 (놀라서) 인아, 왜 그래? 베였어?
인아 네.
민철이 인아의 다친 손가락을 살피더니 인아를 데리고 안방으로 간다.
침대 옆 삼단 서랍을 열기 시작하는 민철.
서랍 내부를 긴장한 눈으로 보는 인아.
민철 밴드가 어딨더라. (마지막 서랍을 열고) 여기 있다. 인아야 손가락 내밀어 봐.
인아 (안도한 인아 한층 밝아진 얼굴로 다친 손가락을 내밀며) 에이. 호들갑은.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민철이 인아의 다친 손가락을 밴드로 감는다.
민철 조심하지. 괜찮아?
인아 (웃으며) 네, 오빠 (신뢰하는 눈빛)
#97 같은 장소
두 사람은 베란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보고 있다.
민철 인아야, 오늘 정말 고마웠어. 오빠 진짜 감동 먹었어.
인아 감동 먹었어요?
민철 어, 감동. 아, 인아가 내겐 우렁 각시구나! 싶었지.
인아 우렁 각시요?
민철 어, 우렁 각시.
인아 오빠도 참.
민철 오늘 정말 감동이었어.
인아 그 정도에요?
민철 어, 돌부처도 돌아누울 것 같아.
인아 (웃으며) 돌부처요?
민철 (진지한 표정으로 인아를 본다) 인아야.
인아 (민철의 진지한 표정에 웃음이 가신다) 네. 오빠.
민철 오늘만큼은 너 보내기 싫다.
인아 (놀라서) 오빠.
민철 오늘 만큼은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되겠니?
인아 오빠.
민철 오해하지 말고, 내 말은 그러니까 널 어쩌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오늘만큼은 너랑 헤어지기 싫어서 그래. 그니까~~~~~~
인아 알아요, 오빠. 오해 안 해요. 근데, 아직 그래서요.
민철 뭐가 그런데?
인아 아직 저는 오빠에게 생얼을 보여줄 맘에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
민철 그거라면 괜찮아. 난 인아가 피오나 공주여도 상관없어.
인아 네? 누구요? 피오나 공주요?
민철 어, 피오나 공주.
인아 (차가운 표정) 생각해보니, 맘이 바뀌었어요.
민철 아니 왜?
인아 아직 저는 못 생긴 피오나 공주를 오빠에게 보여주면 안 되겠다 싶네요. 그래서 못 생긴 피오나 공주로 바뀌기 전에 집에 가려고요.
민철 (일어나려는 인아의 손을 잡는다) 아나. 내 말 뜻은 그게 아니라, 나는 인아의 어떤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지. 인아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인아 (민철 옆에 바싹 앉아서) 오빠가 몰라서 그러는데요. 저 화장한 얼굴과 안 한 얼굴이 별 차이 없거든요. 오히려 화장 안 한 게 더 예쁘다는 사람도 꽤 된다고요.
민철 알지. 그걸 누가 모르나. 잘 알지.
인아 (민철을 잠시 노려보다가) 그리고 이럴 줄 모르고 아무 준비도 없이 와서.
민철 뭐가 필요한데? 필요한 거는 나가서 사면 되고. 또 요 앞이 한강이니까, 사 오면서 한강 좀 거닐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