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간서치 N 전기수 Jun 27. 2022
#168 민철 모 부엌
아침을 준비하는 민철 모에게 다가가는 민철.
민철 엄니.
민철 모 (부르는 소리에 아들을 본다)와, 더 자지 벌써 일어났노.
민철 그냥 눈이 떠졌음 더.
민철 모 아가는 자나?
민철 야.
민철 모 어제는 와 그랬노? 인아가 와 그리 화가 났었나 말이다.
민철 (머리를 훑는다) 그리 됐음 더.
민철 모 와, 무슨 말 못 할 이유라도 있나?니가 어쨌길래 갸가 화가 나서 짐을 싸나 말이다.
민철 (한숨을 한 번 쉬고) 어제 마을회관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오는 길에 다희 집에 갔었슴니다.
민철 모 다희? 다희가 한국에 왔나?
민철 야.
민철 모 근데 다희 온 거랑 인아가 화난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가.
민철 그게~~~~~~
민철 모 그롬 혹시 갸가 아직도 널 잊지 못한기가? 한국에 온 것도 혹시 그라서 그런기가?
민철 (말없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슴니더.
민철 모 내가 다른 년이 그랬다면 내가 당장 달려가 한바탕 할기다. 와 우리 아들 혼삿길 막느냐고. 그란데, 다희한테는 나도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구먼. 알고 보면 다희도 불쌍한 계집아이가. 어릴 때 어머니 여의, 할머니 손에 자라지 않았나 말이가. 형제자매도 없이. 외로운 아이다. 불쌍한 아이고. 네가 말로 잘 타이르으라.
민철 알겠습니더.
다시 밥 준비하는 민철 모.
민철 엄니.
민철 모 와.
민철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엄니 아니었으면 인아 짐 싸서 서울 갔을 겁니더.
민철 모 나한테 고마울 거 없다. 갸가 착한기다. 요즘 누가 어른이 말한다고 듣나? 그랴도 갸는 어른이 어르고 달래니 말을 듣니 다행 인기라. 니가 여자 하나는 잘 만났다 생각하고 잘 하래이.
민철 야.~~~~~~그리고 엄니
민철 모 또 와?
민철 엄니한테 드릴 말씀이 있습니더.
민철 모 또 무슨 문제 있나?
민철 실은~~~~~~인아~~~~~~한 번 다녀왔습니더.
민철 모 어딜? 어딜 다녀왔다 말이고?
민철 (말없이 어머니를 본다)
민철 모 이혼? 이혼했었다 이기가?
민철 야.
민철 모 (한참을 생각하다) 와? 와 그걸 내게 말하는기가? 그것 때문에 걸리나?
민철 천만에요. 내는 엄니가 반대해도 인아랑 결혼할기라예.
민철 모 그란데, 왜 내게 묻노?
민철 엄니는 괜찮습니꺼?
민철 모 놀라긴 했지만은 요즘 이혼이 큰 흠이가? 그란데, 아는 있고?
민철 아는 없슴니더.
민철 모 그럼 됐다 아이가. 서로 좋아하면 됐지. 그란데, 그런 착한 애가 이혼은 왜 한기고?
민철 석호한테 들은 거는, 시댁이 엄청 잘 살았다 했습니더. 그란데, 시댁 살이가 엄청 심했고, 남편도 인아를 챙기지 않았다고 하더구만요.
민철 모 아이고, 그 어린것이 고생이 많았겠고마. 네가 잘 해주래이.
민철 야, 알겠슴니더. 엄니.
민철 모 와?
민철 고맙습니더.
민철 모 고마와 할거 없데이. 너희 둘이 잘 살면 난 그것으로 된기다.
민철 나중에 서울로 모시겠습니더.
민철 모 일 없다. 내는 죽을 때까지 여기 살기라. 내가 왜 서울에 가노? 고향 놔두고. 기냥 너희 둘이 살아라.
민철 엄니.
민철 모 시어머니는 아무리 좋아도 시어머니인기라. 내도 사람이라 너희랑 살면 왜 인아한테 아쉬운 게 안 생기겠노. 기게 고부갈등의 시작인기라. 니는 시댁 살이로 힘들었던 아에게 또 시집살이시키고 싶나?
민철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더.
인아가 부엌으로 들어온다
인아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늦잠을 자서.
민철 모 아니다. 다했다. 내는 늙어서 새벽잠이 없다. 아침 준비는 끝났으니, 너희는 씻기나 해라.
민철 (인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 잤어?
인아 (민철을 보고 활짝 웃는다) 네.
다희 (소리) 민철아! 한민철!
마당으로 난 문으로 보니 다희가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 서 있다.
다희가 신경 쓰이는 인아와 민철.
민철 모 다희 왔나?
다희 예,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동안 무고하셨죠?
민철 모 나야 잘 있지.
다희 (홍삼 선물 꾸러미를 들고 민철 모에게 다가간다) 이거 별거 아닌데, 어머니 드리려고 준비했어요.
민철 모 (인아가 신경 쓰여 받지 않으려) 야야, 난 이런 거 필요 없다. 네 아버지나 갖다 드리라.
다희 저희 아버지도 드렸어요. 이건 어머니 거예요....
민철 모 난 괜찮다. (다희가 억지로 손에 쥐어주자 인아가 신경 쓰이는지 눈치를 보다 부엌으로 들어간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인아.
표정이 좋지 않다.
다희 그런데 민철아.
민철 어, 왜?
다희 차가 안 보인다. 차 안 가지고 왔어?
민철 어? 어! 기차 타고 왔어.
다희 그래? 언제 올라갈 건데?
민철 글세.
다희 차 안 가지고 왔음 내 차로 같이 올라가자. 나도 혼자 가면 적적하니까.
민철 아냐, 괜찮아. 호의는 고맙지만 기차로 올라가면 돼.
다희 (인아를 힐끗 보고) 근데, 어제 인아 씨랑 작은 방에서 잔 거야?
민철 어? 어!
다희 좁지 않아? 인아 씨 불편하면 우리 집에서 자도 돼.
민철 아냐, 괜찮아. (인아를 살핀다. 표정이 좋지 않다) 다희야.
다희 응? 왜?
민철 우리 잠깐 나가서 얘기 좀 할까?
다희 (옅은 미소) 응? 그래.
민철이 나가면서 인아에게 갔다 온다는 신호를 보낸다. 민철을 따라 나가는 다희.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인아.
#169 시골길
민철과 다희 나란히 걷는다.
민철의 동태를 살피는 다희.
다희의 시선을 회피하는 민철.
민철 다희야.
다희 응? 왜 민철아.
민철 (다희는 보지 않고) 나는 네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교도소 들어간 후로 네 연락이 끊겼을 때도 난 네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나는 오히려 내가 교도소에 있었던 시간이 우리 둘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 그때 나는 생각했어. 나는 너에게 맞지 않다. 네 곁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너를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잊으려 했고. 그래서 너와 연락이 끊긴 이후로 고통스럽거나 힘들지 않았어. 난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생각했어.
다희 (당황한 듯) 아, 그랬어? 그랬음 다행이네.
민철 (걸음을 멈추고 다희를 본다) 다희야.
다희 (걸음을 멈추고 민철을 본다) 어? 왜?
민철 내 마음속에서 연인으로써의 다희는 그때 사라지고 고향 친구로서의 다희만 남았다. 그리고 이제는 인아가 나의 마지막 사랑이야. 난 네가 더 이상 우리 사이에 개입하지 않았음 해.
다희 (당황스러운 듯) 어? 그래?(고개를 숙인다)
민철 미안하다. 다희야. 좋은 말 하지 못해서.
다희 (고개 숙인 채) 아냐, 괜찮아.
민철 그래도 넌 내 친구니까, 도와줄 일 있음 연락해.
다희 그래, 알았어.
민철 그럼 가자,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다희 아냐, 나 혼자 갈게. 괜찮아. 안 그래도.
민철 괜찮겠어?
다희 어, 괜찮아.
민철 그래, 그럼, 잘 가.
걸어가는 다희.
다희의 뒷모습을 보던 민철도 집으로 향한다.
#170 민철 모의 집
민철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니 인아가 툇마루에서 서서 민철을 본다.
인아를 보고 웃어 보이는 민철.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마루로 올라 안방으로 간다.
민철을 따라 안방으로 들어가는 인아.
안방에는 상이 차려져 있고 민철 모가 앉아 있다.
민철 모 다희랑을 야기 잘했나?
민철 야.
민철 모 어서 밥 먹으래이, 식겠다.
민철 (인아에게 숟가락을 쥐어 주며 웃는다) 어서 먹어.
인아 (민철을 보다 먹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