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친구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다.
다희의 옷차림에 놀란 민철.
민철과 인아는 마주 앉는다.
다희 뭐, 대학원 석사 마치고 미국 유학 갔지. 거기서 박사 학위 따고, 다시 유럽 가서 미술사 공부하다가 금년에 귀국해서 교수로 지내고 있지. 신문이나 잡지에 칼럼도 내고, 책도 쓰고.
민철 어, 그래.
다희 아, 잠깐만 있어봐.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포장된 작은 상자를 갖고 나와 민철 앞에 놓는다) 이거.
민철 이게 뭔데?
다희 별 거 아니야. 스위스 여행 갔다가 네 생각나서 하나 샀어. 시계야. 한 번 차 봐. 맘에 들지 모르겠지만.
민철 (인아와 눈이 마주친다) 아냐, 난 됐어.
다희 그러지 말고 한 번 열어보기라도 해라. 그래도 성의가 있는데. 그렇죠 인아 씨.
인아 (억지웃음)
민철 (마지못해 포장을 뜯는다)
다희 차 봐.
민철 (다희 앞에 놓으며) 아냐, 너 나중에 남자 친구 생기면 선물해.
다희 (민철을 살짝 보더니 포장을 뜯어 민철의 팔을 잡아당겨 손목에 채운다) 잘 어울리네. (인아를 보고) 아, 참! 인아 씨!
인아 네?
다희 거기 욕실이랑 화장실 불편하지 않아요? 재래식이라 많이 불편할 텐데. 불편하면 저희 욕실 써도 돼요.
인아 (조금은 단호하게) 아뇨, 괜찮아요.
다희 (의아한 듯) 그래요? 많이 불편할 텐데. 저도 써 봐서 아는데. 많이 불편해요. 냄새도 많이 나고 지저분하고. 아시잖아요.
인아 괜찮아요. 맘만 고맙습니다.
다희 괜찮다면 어쩔 수 없고요.
인아의 표정이 좋지 않다.
#157 같은 장소
얼마나 마셨는지 다희의 볼이 빨갛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뿌리치고 걸어가는 인아.
다시 다가가 좀 더 세게 팔목을 잡는다.
#159 민철 모 작은 방
방 안으로 들어온 인아 캐리어를 열더니 짐을 캐리어에 넣기 시작한다.
민철 (인아의 양팔을 잡는다) 인아야, 내 말 좀 들어 봐.
민철의 팔을 뿌리치고 다시 짐을 넣는 인아.
방문을 두드리고 문을 여는 민철 모
민철 모 야들아, 저녁 먹으래이.
분위기를 보고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민철 모.
민철 모 아가. 니 우나?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인아에게 다가간다) 니 우는 기가? 참말로, 무슨 일인고? 누가? 우리 아길 울린기가? (민철을 노려보고) 민철이 니가 그랬나? 니가 그랬난 말이다. (민철의 등짝을 후려 친다)
민철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민철 모 에라 이 문둥이 자슥. 세상에서 제일 못 난 놈이 여자 울린 놈이라 안 카나. 와 아기를 울렸싼노? (인아를 보고) 얘야, 내가 대신 미안하대이. 그러니 날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라. 내가 정말 미안하대이. (인아를 안고 다독인다) 에라 이 못난 놈. 에라 이 못난 (민철의 등짝을 여러 번 때린다) 아가. 저녁 먹고 대화로 풀 재이. 화 가라앉히고 대화로 말이다. (엄지로 인아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럼 내 나가서 상 차려 놓을 테니 민철이랑 나와서 먹으래이.
인아 네. 어머니.
민철 모 그래. 그래. (민철을 보고) 니도 니 아비 닮아가나. 이 문둥이 자슥아. (아들 등짝 한 번 때리고 나간다)
#160 안방
민철 모 민철 인아가 상을 앞에 두고 저녁을 먹는다.
말없이 먹기만 하는 인아.
인아의 눈치를 보는 민철과 민철 모.
민철 모는 가끔 반찬을 집어 인아 밥그릇에 놓는다.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는 인아.
인아의 엉덩이를 두드리는 민철 모.
#161 작은 방
씻고 들어오는 인아. 트레이닝 복을 입고 머리에는 수건을 둘렀다.
그런 인아를 앉아서 쳐다보는 민철.
인아는 민철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거울을 보고 화장품을 바르는 인아.
수건을 들고나가는 민철.
#162 같은 장소
민철이 씻고 들어오니 인아가 벽을 향해 누워 있다. 방 가운데에는 캐리어가 길게 세워져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서 있는 민철.
말없이 빈자리로 가 벽을 향해 눕는다.
고개를 돌려 인아를 보는 민철.
#163 같은 장소
불 꺼진 방
인아 (작은 소리) 오빠.~~~~~~(조금 큰 소리) 오빠~~~~~~(큰 소리) 오빠~~~~~
민철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니 머리맡에 인아가 보인다) 어, 인아야 왜?
#164 재래식 화장실
화장실 앞에 선 민철과 인아
인아 좀 떨어져 있어 줘요. 어디 가지는 말고.
민철 어, 알았어.
인아 가까이 오지 말고 여기 있어야 해요.
민철 어, 그래.
인아 화장실로 들어간다.
#165 같은 장소
코를 막고 앉아 있는 인아.
인아 오빠 거기 있죠? (대답이 없자) 오빠? (대답이 없자) 민철 오빠?
그때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린다. 강하게 부는 바람 소리.
인아 (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엄마야!
정면에 보이는 민철의 품에 안기는 인아.
민철 (품에 안긴 인아를 보고) 화 풀렸어?
인아 (그 말에 정신이 든 인아 얼른 품에서 떨어져 서서 민철을 노려 본다)
돌아서 가려는 인아를 민철이 붙잡는다.
민철 인아야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인아가 걸음을 멈추고 민철을 돌아본다.
민철 내 말 좀 들어봐. 걔는~~~~~~
인아 나는 오빠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죠?
민철 그게 무슨 말이야?
인아 (울먹이며) 결혼까지 했던 여자가, 고작 십 년 전 남자 친구 첫사랑 가지고 화내 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민철 누가 그래? 이혼한 사람은 그러면 안 된다고.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이 바보야.
인아 나도 이러는 내가 싫단 말이에요. 오빠의 첫사랑! 그냥 쿨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신경 쓰이고 화나고. 쿨하지 못한 내가 싫다고요. 속 좁은 내가.
민철 다 지난 일이야. 십 년도 더 된 옛날 일. 난 이제 더 이상 걔를 좋아하지도 않아.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인아 너지 걔가 아니야. 우리 톱밥에 톱질하지 말자. 인아야.
인아 아직 그분은 오빠 사랑하는 걸요. 아직 그분에게는 오빠가 진행형이라고요. ~~~~~~난 이혼했지만, 더 이상 그 사람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 사람도 다른 여자랑 살고 있고.
민철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흔들릴 것도 아니고. 나도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아. 그러니 우리 이런 일로 더 이상 감정 상하고 싸우지 말자.
울고 서 있는 인아에게 다가는 민철.
인아를 품에 안고 다독여 준다.
#166 마당
평상에 앉아 밤하늘을 보고 있는 두 사람.
인아는 민철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인아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민철.
민철 (인아를 보고) 이런! 이쁜 얼굴 퉁퉁 부었네.
인아 (민철을 보고 얼굴을 만지며) 많이 보기 흉해요?
민철 아니, 그래도 예뻐!
인아 (살짝 노려 보며) 피! 낼 얼음찜질해야죠.
민철 (다시 한쪽 팔로 인아를 덮는 민철)
인아 (뭔가 생각난 듯) 아!
민철 왜? 인아야?
인아 오빠, 혹시 아까 가슴하고 허벅지 봤어요?
민철 (적이 놀란 표정) 어? 아니! 안 봤지!
인아 안 봤죠? 믿어도 되죠?
민철 당연하지. 안 봤어.
인아 치, 누구는 가슴이랑 엉덩이 없나! 오빠 유혹하려고 일부러 가슴 파인 옷 입고 짧은 반바지 입고 나와서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민철 그래?
인아 그럼요! 나중에 같이 해수욕장이든 워터파크든 같이 가요. 내가 확인시켜줄 테니까.
민철 (화색) 어? 그래, 좋아.
인아 그런데.
민철 왜 인아야?
인아 (시계를 보고) 시계는 어떻게 할 거예요?
민철 (손목시계를 보고) 이거? 낼 다시 줘야지.
인아 (몸을 웅크리며) 오빠 추워요. 우리 그만 들어가요.
민철 그래? 그럴까? 인아 추워?
인아 네.
두 사람 평상에서 내려와 방으로 걸어간다.
인아를 감싸고 걸어가는 민철.
#167 작은 방
방 가운데 인아와 민철이 마주 보고 자고 있다.
인아는 웅크린 채 민철 품 안에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