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드라마 -42-

by 간서치 N 전기수

#279 거품 풀


바닥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온천풀에 몸을 담그고 있는 두 사람.


민철 아, 좋다! 인아야.

인아 예, 오빠.

민철 여기는 거품이 계속 올라오니까, 생리 현상 참지 않아도 돼. 알았지.

인아 (빠직) 뭐예요.

민철 아니, 방귀를 배출 안 하면 몸속에 흡수돼서 안 좋대.

인아 뭐라는 거예요? 오빠, 제가 아무데서나 그랬으면 좋겠어요?

민철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여기는 그래도 된다는 거지. 거품이 모락모락 나오니까.

인아 저는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그럴 생각 없거든요! 평생 동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신혼 기간만큼은.

민철 그래? 알았어.

인아 제가 그렇다고 오빠도 그러라는 건 아니에요.

민철 어?

인아 저는 그렇다 쳐도 오빠까지 그런 걸로 내외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에요.

민철 아냐, 인아도 안 그러면 나도 그러지 말아야지.

인아 난 괜찮다니까요. 설마 결혼까지 한 마당에 그것 때문에 무르겠어요?

민철 그런 건 아니지만~~~ 아, 어제는 인아의 그 말에 감동 먹었다.

인아 뭔 말이요?

민철 나한테 애가 있어도 상관없다는 말.

인아 아, 그거요? 막상 실제로 있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빠가 애 있는 이혼남이었어도 나는 상관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철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 갔다 올 걸 그랬나?

인아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다. 민철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민철 (인아의 표정을 보고 잘못된 걸 느끼고 일어나는 인아를 잡아 앉힌다) 인아야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그러니까 내 말은, 아, 그러니까 내 말은.

인아 한 번 갔다 왔으면 누구한테 갔다 올 생각인데요? 혹시 다희 언니예요?

민철 아, 그게 아니라. 인아가 내가 총각이라는 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아서 그냥 해 본 말이지, 진심은 아니야.

인아 오빠는 제가 마냥 쉽고 편하죠?

민철 아니, 전혀 아니야. 내가 전에 말했을 텐데. 인아가 이혼녀라고 쉽게 본 적 없어.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니까. 혹시 잘못하면 이런 말 할까 봐.

인아 그런데 왜 지금 이 순간에 그런 말을 하는데요?

민철 내가 잘못한 거지. 인아의 맘을 풀어준다고 한 말인데, 선을 넘는 발언을 한 거지. 내가.

인아 원래 오빠 맘 속에 있는 속마음은 아니고요?

민철 아니, 전혀.

인아 혹시 아까 젊은 여자가 오빠한테 관심 보여 설레서 그래요?

민철 아니라니까. 오빠가 잘못 말했지만, 인아가 오빠 진심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면 오빠도 기분이 좋진 않아. 인아가 이혼한 과거 때문에 나한테 미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당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 잘 못 나왔어. 그뿐이야! 인아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인아 알았어요.

민철 기분 나빴다면 내가 미안해. 하지만 정말 그런 의미로 말한 거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 줘.

인아 알았어요. 오빠!

민철 왜?

인아 제가 잘할게요.

민철 지금도 잘하고 있어.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인아 정말요?

민철 그럼!

인아 알아주니 다행이네요.

민철 알지, 그걸 모를까 봐. 나도 잘할게.

인아 네! 알았어요.

민철 우리 그만 나갈까?

인아 네, 그만 나가요 오빠. (손을 들어 보이며) 손이 쭈글쭈글 해졌어요.

민철 그래 가자.


일어나 나가는 두 사람.


#280 카페


영수와 미영이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영수 오늘 식사 어떠셨어요?

미영 네, 좋았어요. 맛있는 거 사주셔서 감사해요. 과장님.

영수 미영 씨.

미영 네. 과장님.

영수 공적인 자리는 그렇다 쳐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과장님이라 하지 말고, 다르게 불러줬으면 하는데요. 아직 사귀는 단계가 아니라 그런가?

미영 아뇨, 그건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영수 뭐가 좋을까요? 오빠는 아직 좀 그렇죠? 영수 씨도 그렇고?

미영 네. 아직 조금. 과장님으로 부른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가 아직 좀.

영수 그건 그렇죠.

미영 네. 죄송해요.

영수 아뇨, 그게 뭐 죄송할 일인가요.


카페 문이 열리고 노파가 들어온다.

노파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는 꽃 한 송이가 포장되어 있다.

노파는 연인이 있는 테이블을 다니며 꽃을 판다.

영수 미영 테이블로 온다.


영수 할머니! 저도 꽃 한 송이 주세요.

노파 어휴 고마워요. (바구니에서 한 송이를 영수에게 건네준다) 여기 있어요. (미영을 보고) 여자 친구가 아주 예쁘네.

미영 (난처해한다)

영수 아, 얼른 주세요. (한 송이를 받는다) 여기요 (만 원을 건넨다) 거스름돈은 필요 없습니다.

노파 아휴, 고마워요 젊은이. 둘이 예쁜 사랑 나눠요.


노파가 떠나고 둘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영수 우리가 연인처럼 보였나 봐요.

미영 네.

영수 그리 됐으면 좋겠네요.

미영 (살짝 당황한 기색) 네?


#281 미영 집 근처


영수와 미영이 나란히 밤길을 걷는다.


미영 집까지 바래다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영수 유종의 미요. 마침표를 찍고 싶어서.


미영이 어느 빌라 앞에 선다.


미영 다 왔어요.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과장님.

영수 아, 집이 여기군요.

미영 네. 그럼 잘 돌아가세요.

영수 네. 편히 쉬세요.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요.

미영 네, 저도 과장님 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웠어요.

영수 그럼 저 가볼게요.

미영 네.

영수 (돌아서 간다)

미영 과장님!

영수 (가다가 멈춰 돌아선다) 네, 미영 씨.

미영 저희 집에서 차 마시고 가실래요?

영수 (좋은데 참는 표정) 예, 얘!


#282 미영 집


거실에 앉아 있는 두 사람.

탁자에 컵 두 잔이 놓여 있고 티베트가 들어가 있다.

영수는 주위를 둘러본다.


영수 뭐 남자 손 필요한 거 없어요? 못을 박아야 한다거나 전등을 교체해야 한다거나.

미영 네, 그런 일은 오빠가 해주거든요.

영수 담에 그런 일 있음 제게 알려주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형님은 형수님 생겨서 이제 더 이상 신경 쓰기 힘들 거예요.

미영 예.

영수 이렇게 차까지 대접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미영 아니에요. 오늘 고마워서 그래요. 그냥 가시라 하는 게 왠지 정 없는 거 같기도 해서.

영수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알아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미영 다치신 데는 이제 괜찮은지?

영수 (상처를 어루만지며)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 웃을 때나 힘줄 때는 통증이 있는데, 이제 곳 나아지겠죠.

미영 네. 속히 나았으면 좋겠네요.

영수 미영 씨가 그리 걱정해 주시니 금방 나아지겠죠.

미영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 네.

영수 아이고 제정신 좀 봐. 제가 눈치가 없죠. 그만 가볼게요. 그럼 쉬세요.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영 (따라 일어난다) 네, 가시게요?

영수 가야죠. 시간이 늦었는데.


#283 미영 집 현관


현관문 밖에 있는 영수.

집 안에서 인사하는 미영.


영수 그럼 가보겠습니다.

미영 조심히 가세요.


영수가 떠나고 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오는 미영.

병에 꽂힌 꽃 한 송이를 본다.


#284 밤거리


밤길을 걷는 영수.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귀 가지 찢어진 입에 가벼운 발걸음.


#285 선아 숙소 방 근처


선아가 방으로 걸어가는데 경호가 서 있다.


선아 경호야.

경호 (선아를 보고 다가간다) 선아야.

선아 왜, 우리 방에는 무슨 일로?

경호 어, 다른 건 아니고. 아까는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어서.

선아 뭐가 미안한데?

경호 어, 그게. 아까 너 쓰러지는 거 잡을 때 내가 (천천히 기어가는 소리) 내가 손 데서는 안 되는 곳을 만진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선아 (한숨) 후, 괜찮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 안 그랬음 내가 넘어져서 바위에 부딪쳐 다쳤을 거야. 신경 안 써도 돼. 그거 말하려고 지금까지 여기 있었던 거야?

경호 어!

선아 안 그래도 되는데. 난 정말 괜찮아. 오히려 말을 하니까 더 이상해지잖아. 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경호 그런가? 그럼 미안하고.

선아 아냐, 됐어. 미안해할 필요 없어. 정말이야. 아까 일은 신경 안 써도 돼. 난 오히려 고마웠어. 하마터면 이쁜 얼굴에 흠집 날 뻔했잖아. 안 그래?

경호 어, 그래. 그니까.

선아 (살짝 노려보며) 너 설마, 혹시라도 감촉을 느끼면서 이상 야릇한 생각한 건 아니지?

경호 (화들짝 놀라며) 아니, 전혀. 아무 생각도 안 났어.

선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암튼, 난 괜찮으니까, 그 일은 (입술을 지퍼로 닫는 시늉) 스읍!

경호 어, (선아를 따라 한다) 스읍!

선아 (경호를 보고 웃는다) 그걸 따라 하니 너는?

경호 (어색한 웃음) 하하하,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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