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인아 집 앞
인아 집 근처에 멈춰 선 차.
민철 다 왔다.
인아 먼 길 운전하느라 고생했어요. 오빠. 제가 해도 됐는데.
민철 아냐. 괜찮아. 부산 갔다 온 것도 아니고, 차도 막히지 않아 금방 왔잖아.
인아 그럼 먼 데 갈 때는 번갈아서 해요.
민철 그래, 그러자.
인아 네. 그렇게 해요.
민철 그리고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인아 아녜요. 제 잘못도 있는 걸요.
민철 아냐, 그래도 내가 연장자인데, 내가 속이 좁았어. 미안해. (자기 입을 때리며) 이 입이 문제야. 이 입이.
인아 (민철의 손을 잡으며) 응, 그러지 마요.
민철 알았어 안 할게.
인아 (민철을 빤히 보다가 가까이 오라는 손짓) 오빠, 가까이 와봐요.
민철 (인아 쪽으로 몸을 숙인다) 인아야 왜?
인아 오빠 입은요 평상시에는 밥을 먹거나, 말을 하거나 숨을 쉬거나 하는 거에요.
민철 엉
인아 그리고 저랑 있을 때는 (민철 입술에 뽀뽀하고) 뽀뽀를 하거나 (민철과 짧은 키스 후) 키스를 하거나 그리고, 사랑해, 예뻐, 고마워, 미안해. 이런 말 할 때 쓰는 거예요.
민철 뭐라고? 처음 거 두 가지 이해 못 했어. 다시 한번 알려줘.
인아 (빤히 보며) 알면서 왜 모른 척해요?
민철 아냐, 내가 머리가 나빠서 다 이해 못 했어. 그러니 한 번 더 해줘.
인아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사업을 해요?
민철 사업 머리는 있나 보지.
인아 (체념한 듯) 알았어요. 그러니까 오빠 입술은 저와 있을 때는 (뽀뽀하고) 뽀뽀, 또 (키스하려는데 민철이 좀 더 시간을 끌자 놀란다)
민철 고마워, 인아 예뻐. 사랑해. 이렇게?
인아 치, 됐어요. 알면서.
민철 그만 들어가자.
인아 잠깐만요. (핸드백에서 물티슈를 꺼내 민철의 입술을 닦는다) 립스틱이 묻었어요.
민철 (인아의 모습을 본다)
#294 인아 집 현관
인아 부모님이 두 사람을 맞는다.
인아 부 어서 오게.
인아 모 어서 와요.
민철 (신을 벗으며 인사를 한다) 네,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어머님도 건강하시죠?
인아 부 우리야 건강하지.
인아 모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민철 방으로 들어가시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295 안방
인아 부모가 앉아 있고 인아와 민철이 마주 앉아 있다.
인아 부 편히 앉게나.
민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인아 부 그래, 할 말이 뭔가?
민철 인아랑 결혼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인아 모 (인아 손을 잡으며 좋아한다) 그래 잘 됐다.
인아 부 그래, 자네 어머님도 아시나?
민철 네, 전화로 말씀은 드렸습니다.
인아 부 그래? 그럼 (심각한 표정) 우리는 자네가 내 딸과 결혼하는 거~~~~~~(웃으며) 나는 찬성이지.
민철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잘 살겠습니다. 인아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인아 부 그래 준다면 우리는 더 바랄 게 없지. 안 그래요? 여보!
인아 모 아, 그럼요. 둘 이 행복하게 잘 산다면 더 바랄 게 없죠.
인아 아빠, 엄마 고마워요.
인아부 인아야, 아빠 엄마가 찬성할 거 알았잖니.
인아 (웃는다)
인아 모 (황급히 일어서며) 내 정신 좀 봐. 저녁 준비해야 하는 걸 깜빡했네.
인아 (따라 일어나며) 엄마, 제가 도울게요.
인아와 인아 모 나간다.
인아 부 난 자네가 맘에 드네.
민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님.
인아 부 자네에게 큰 흠결이 있는 어 반대할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인아가 저토록 좋아하니까. 내 딸이지만, 난 최근에 인아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지만 놀랐다니까.
민철 그건 도 찬 가지입니다. 아버님.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최근에 많이 변한 걸 느낍니다.
인아 부 자네도 그런가?
민철 네, 아버님.
인아 부 그게 다 자네 덕분이지. 왜 에리히 프롬이 이런 말을 했지. 사랑은 능력이라고. 그러니 개발할수록 사랑이라는 능력도 커지는가 보지.
민철 아, 네.
인아 부 그래, 그럼 준비나 계획은?
민철 준비랄 것도 없습니다. 인아는 그냥 몸만 들어오면 됩니다. 집은 지금 제가 사는 아파트에 함께 살면 됩니다. 아예 살 때부터 이때를 생각해서 넉넉한 집을 골랐습니다. 그냥 예식장과 신혼 여행지만 정하면 됩니다.
인아 부 말은 고마운데, 딸을 보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뭔가 하나라도 더 해서 보내고 싶어 하지. 그냥 보내고 싶겠나.
민철 아, 예.
인아 부 그래, 그럼 예식이나 신혼여행은 전액 우리가 부담하고~~~~~~자네 지금 타는 차 얼마나 탔나?
민철 (웃으며) 어떻게 인아랑 하는 말과 똑같으십니다. 아버님.
인아 부 인아도 같은 말을 하던가?
민철 예. 차 바꾼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인아 부 그래, 그럼 뭘 해준다? 그건 차차 생각해 봐야겠네.
민철 네, 아버님.
#296 주방
엄마가 식사 준비하는 걸 도와주는 인아
인아 (울먹이는 어미를 보고 다가와 뒤에서 안는다) 엄마.
인아 모 (눈물을 훔치며) 네가 그동안 맘고생이 많았는데, 이제야 고생 끝 행복 시작인 것 같아 엄마 맘이 좋아서 그래.
인아 그럼 울지 마요. 엄마가 울면 나도 울게 되잖아. (울기 시작한다)
인아 모 (딸의 눈물을 닦으며) 좋은데 눈물이 나는 걸 어쩌니.
인아 이제는 아빠 엄마 속 썩이지 않고 잘 살게요.
인아 모 그래, 그래 잘 살아야지. 우리 딸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인아 집에도 자주 놀러 올게요.
인아 모 오긴 뭘 자주 와. 일 년에 다섯 번만 오고 그 외에는 오지 마. 설날, 추석, 아빠 엄마, 선아 생일. 그리고 너 애 낳으면 그때 몸조리하러 오고. 그 외에는 오지 마. 올거면 꼭 한 서방하고 같이 와. 너 혼자 오면 안 받아줄 거니까.
인아 알았어요.
인아 모 그래도 아빠 엄마는 네가 한 서방 만나서 행복해하는 모습 보고 흐뭇해서 좋았어. 이혼의 상처를 딛고 새 출발하는 게 얼마나 좋던지.
인아 잘 살게요. 엄마.
인아 모 그럼 잘 살아야지. 한 서방 보면 볼수록 맘에 들더라. 똑 부러지고 남자답고, 널 많이 아껴주니까.
인아 맞아요. 오빠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를 안는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