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민철 사무실
민철이 서류를 검토하다가 영수를 본다.
민철 영수야 나 결혼한다.
영수 (놀라며) 정말이십니까? 대표님?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은 언제 하십니까?
민철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한 건 아니고, 프러포즈하고 양가 부모님 허락만 받아놓은 상태다.
영수 아 그렇습니까?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형님.
민철 그래 고맙다. 그건 그렇고, 너는 어째, 내 동생과 잘 돼가냐?
영수 (머리를 긁적인다) 만나고는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영 씨가 워낙 뜨뜻미지근해서 절 좋아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민철 영수야, 내가 미영이를 가끔 뭐라고 부르는지 아냐?
영수 글세요, 형님. 뭐라고 부르십니까?
민철 어미새. 어미새라고 부른다.
영수 어미새요?
민철 그래, 어미새. 미영이 걔가 외롭고 어렵게 자라서 남에게 쉽게 맘을 열지는 않아. 그런데 한 번 누군가에게 맘의 문을 열지. 그러면 그 사람한테 올인하는 스타일이야.
영수 그렇습니까?
민철 그렇다니까. 인아 만나기 전에는 미영이가 가끔 집에 와서 반찬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랬어. 만일 미영이가 너한테 맘을 열잖아, 그럼 아마 넌 감당하기 힘들 거다.
영수 전 차라리 그래 줬으면 좋겠습니다.
민철 그러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두드려봐. 좋은 소식 있겠지.
영수 네, 그러겠습니다. 아, 그런데 오늘 미영 씨가 보이지 않던데요.
민철 응, 걔가 생리통이 심해. 그래서 오늘 생리 휴가 냈어. 아마 집에서 쉬고 있을 걸.
영수 (마음에 새겨듣는다) 그렇습니까?
#298 미영 집
침대에 누워 있는 미영.
많이 아픈지 고통스러운 표정이다.
가까스로 일어나 배를 어루만지며 냉장고 쪽으로 간다.
물을 꺼내 컵에 따른다.
진통제를 물과 함께 삼킨다.
다시 배를 어루만지며 소파로 가서 눕는다.
#299 미영 집 근처. (저녁)
종이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영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손을 들어 종이 가방 속에 있는 것들을 본다.
팩과 약, 그리고 한방차가 있다.
1층 번호키를 열고 걸어 올라가는 영수.
#300 미영 집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미영.
#301 미영 집 앞.
문 손잡이에 종이 가방을 걸어놓으려는데 안에서 미영의 비명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린다) 미영 씨. 안에 계세요? 저예요 장영수. 무슨 일 있으세요? 괜찮으시면 문 좀 잠깐 열어봐요.
#302 미영 집
거실 바닥에서 고통스러워하는데 영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 쪽으로 힘들게 기어가는 미영.
엉덩이에 피가 보인다.
영수 (문 두드리는 소리와 목소리) 미영 씨. 문 좀 열어보세요. 미영 씨. 괜찮으세요?
미영이 기어가 문을 집고 일어나 간신히 현관문을 열고 바닥에 쓰러진다.
영수 (바닥에 쓰러진 미영을 보고 놀라 얼른 앉아 상체를 안는다) 미영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어디가 아픈데요?
미영 (고통스러워하며) 배가. 배가.
영수 배요? (혼잣말로) 맹장염 같은데. (전화기를 꺼내 119를 누른다)
#303 구급차 안
침대에 누워 있는 미영.
미영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영수.
미영의 바지에 생리혈이 샌 것을 보고 겉옷을 벗어 덮어준다.
#304 병원
수술실로 이송되는 미영.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따라가는 영수.
#305 수술실 앞
전광판에 <한미영 수술 중> 불이 들어와 있다.
수술실 앞 장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영수.
민철이 수술실로 뛰어온다.
민철 영수야, 미영이는?
영수 (일어나서) 방금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 말이 맹장염이라고.
민철 그래? 고맙다. (두 손으로 영수의 손을 잡는다) 네가 나 대신 우리 미영이 챙겨줘서.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영수 아닙니다. 형님.
민철 아니, 그런데, 그 시간에 미영의 집에는 무슨 일로.
영수 (쑥스러워하며) 저기, 미영 씨 생리통 심하다 해서 생리통에 좋은 단팥 팩과 한방차 같은 걸 챙겨주려고 갔다가.
민철 (영수의 머리를 흩트리며) 자식. 이런 면도 있었네. 내가 배워야겠는데!
영수 에이 형님도. (멋쩍어 웃는다)
#306 회복실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미영.
의자에 앉아 미영을 보고 있는 민철과 영수.
미영이 눈을 뜬다.
민철 미영아 정신이 드니?
미영 (민철을 보고) 오빠.
영수 미영 씨. 괜찮으세요?
미영 장 과장님.
민철 너 어떻게 된 거야?
미영 모르겠어요. 배가 너무 아팠던 기억 밖에는.
영수 그래도 천만다행이에요. 미영 씨. 저는 얼마나 놀랐던지.
미영 고마워요. 장 과장님.
민철 그래, 네 말이 맞다. 영수 아니었으면 너 큰일 날 뻔했다. 맹장 터졌으면 어쩔 뻔했냐.
영수 아유, 제가 뭘유.
미영 정말 고마워요. 장 과장님.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영수 (좋아서) 아유, 미영 씨도 별말씀을.
미영 아녜요, 정말 장 과장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영수 전 미영 씨가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민철 미영아 오빠는 그만 가볼게. 영수 있으니까 필요하면 영수한테 부탁해. 영수야. 너 낼 출근 안 해도 된다. 그냥 미영이 곁에 있으면서 간병 좀 해줘.
영수 예,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미영 씨 잘 케어하고 있겠습니다.
민철 그래.
미영 아네요, 오빠. 아녜요, 과장님 그럴 필요 없어요. 저 혼자 있어도 돼요.
민철 고집부리지 말고 그냥 오빠가 하라는 대로 따라. 수술 첫날이라 내가 불안해서 그래.
영수 예, 미영 씨. 미안해하지 마세요. 오늘 낼만 제가 있을 게요.
민철 그럼 나 간다. 영수야. 울 동생 좀 부탁한다. (문 쪽으로 걸어간다) 미영아. 몸조리 잘하고 있어.
미영 예, 오빠. 잘 들어가세요.
영수 (따라 나온다) 형님, 여기는 걱정하기 마시고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민철 그래, 너만 믿는다.
영수 예.
민철 복도를 따라 걸어간다.
다시 미영에게 다가가는 미영이 옆에 앉는다.
영수 너무 부담 갖거나 미안해하지 마세요. 미영 씨. 지난번에는 미영 씨가 저 챙겨주셨으니, 이번에는 제가 챙겨드려야죠. 우리 아직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사이잖아요. 그러고 보면 우리 두 사람은 병원과 인연이 깊네요.
미영 네. 과장님. 고맙습니다.
영수 그냥 맘 편하게 가지세요. 부담 갖지 마시고.
미영 네. 그런데 그 시간 제 집에는 무슨 일로?
영수 아, 그게, 오늘 회사에서 미영 씨가 안 보여서 형님에게 물어봤더니, 미영 씨가 생리통이 심해 휴가를 냈다고 해서, 생리통에 좋은 이것저것 챙겨가지고 가져다 드리러. (쑥스러워한다)
미영 (입을 가리며 약간의 미소) 아, 네.
영수 (쑥스러워한다)
미영 저기, 과장님.
영수 예, 미영 씨.
미영 드릴 말씀이 있는데~~~~~
영수 예, 말씀하세요.
미영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저기 그런데~~~~~~
영수 예!
미영 (작은 목소리로) 아까 제 집에서 봤던 것은 없던 일로 해주셨으면 해서~~~~~~
영수 어떤 걸 말하는 건지?
미영 (부끄러워하며) 저기, 피.
영수 피? 피요?
미영 (말없이 끄덕인다)
영수 아, 아! 네! 그거요. 물론이죠. 그래야죠.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습니까.
미영 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영수 그것 때문에 신경 쓰셨다면 그러지 마세요. 저 미영 씨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미영 네~~~~~저기 그리고
영수 네, 미영 씨.
미영 옷은 제가 새것으로 사드릴게요.
영수 아휴,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제가 세탁해서 입으면 돼요.
미영 피가 묻었어요. 다른 피도 아니고 생리혈이. 버리고 당연히 제가 새 옷으로 사드려야죠. 제가 미안해서 그래요.
영수 아휴, 그러실 필요 없는데.
미영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이만 가보셔야죠.
영수 오늘만큼은 제가 있는다니까요. 저랑 있는 게 불편하시면 저기 밖에 있을까요?
미영 아뇨, 그러면 제가 더 미안할 것 같아요.
영수 그럼, 여기 있을게요. 제 걱정은 안 해도 돼요. 형님이 내일 쉬라잖아요. 낼 미영 씨 식사할 만큼 회복되면 그때 갈게요.
미영 아, 네, 그럼. 그러세요.
영수 네. 그래야 제 마음도 놓을 것 같아서.
미영 네, 고맙습니다.
영수 (미영을 빤히 본다)
미영 (얼굴을 만지며) 왜 저를 그렇게 쳐다보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영수 아뇨, 미영 씨 이제 보니 생얼이었네요.
미영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영수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미영 씨가 생얼인 걸 모를 정도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시다는 말을 하는 건데.
미영 (영수 말에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라한다) 아이, 과장님도.
영수 아니 정말요. 농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