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철의 집
현관문이 열리고 인아가 들어온다.
양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다.
민철이 나와 장바구니를 들어준다.
민철 왔어?
인아 네, 어머니는요?
민철 방에.
안방에서 민철 모가 나온다.
민철 모 아이고, 내 며느라기 왔니? (양팔을 벌리며 인아에게 다가간다)
인아 어머니! (신을 벗고 민철 모에게 다가가 안긴다) 어머니 보고 싶었어요.
민철 모 그랬어? 나도 울 아기 많이 보고 싶었지.
인아 죄송해요. 제가 역까지 마중 나갔어야 했는데.
민철 모 마중은. 아이, 이렇게 집에서 보면 됐지.
인아 몸은 좀 어떠세요? 편찮으신 데는 없으세요? 얼굴이 햇빛에 많이 타셨어요. 선크림 좀 바르시지.
민철 모 시골 여편네가 피부가 좋을라고. 그러는 너는, 아가야, 너는 별일 없고? (민철을 보고) 쟈가 지난번처럼 너 또 울리진 않던?
인아 (민철을 힐끔 본다) 네, 그러진 않았어요.
민철 모 민철이가 너 또 힘들게 하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 테니까.
인아 네, 어머니. (민철을 보고 혀를 삐쭉 내민다)
민철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인아 어머니 배고프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금방 저녁 해드릴게요.
민철 모 아휴, 힘들 게 일하고 왔는데, 무슨 저녁을 해. 그냥 사 먹거나 시켜 먹으면 되지.
인아 아니, 그래도 어머니 오신 첫 날밤인데, 그럴 순 없죠. 조금만 계세요. 금방 제가 만들면 돼요. (주방으로 걸어가 앞치마를 두른다) 어차피 오빠 먹을 것도 해야 해요.
민철 민철이 먹을 반찬 말이냐?
인아 네.
민철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인아가 반찬 떨어지면 채워 놓는다니까요.
민철 모 아이고, 고마운 것. 아이고 이쁜 것.
민철 (장바구니를 들고 주방으로 간다) 어머니는 그냥 앉아 계세요. 인아가 알아서 할 거예요.
민철 모 (인아를 따라 주방으로 가 식탁에 앉는다) 너는 앉을 생각 말고 인아 좀 도와주고 그래.
민철 그렇지 않아도 도와주려 했어요. (팔을 걷고 손을 씻는다) 내가 뭘 하면 돼?
인아 저기 재료를 씻고 다듬어 주세요. 오빠.
민철 알았어. (파와 양파를 꺼내 손질하기 시작한다)
#같은 장소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세 사람.
인아는 민철 모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본다.
인아 어머니 어떠세요?
민철 모 (맛보고 나서) 물어볼 것도 없어. 나보다 훨씬 낫다.
인아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 어머니만큼 하려면 아직 멀었죠.
민철 모 아냐, 잘해. 미원도 안 쓰고 간이 내 입맛에 딱 맞는 게. 젊은 애가 참 잘 혀. 니는 요리 잘하는 여자 만난 걸 복으로 생각해야 혀.
민철 아이, 엄니도. 말 안 해도 잘 알아요.
인아 (민철을 보고 의기양양한 표정)
# 같은 장소
인아가 과일을 포크로 찍어 민철 모에게 건넨다.
인아 어머니는 며느리인 저한테 바라는 거 없으세요?
민철 모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바라는 게 별거 있겠니? 그저 밥 잘해 먹이고 옷 잘해 입히면 그만이지.
민철 그럼 됐네요. 그건 인아가 지금도 잘하고 있는 거니까.
민철 모 그리고 애 낳아서 잘 키우면 더 바랄 게 없고.
민철 아이, 엄니도. 왜 벌써부터 부담을 줘요.
인아 아니에요, 어머니는 손주가 몇 명이었음 하세요?
민철 모 나? 나는 둘?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둘. 그래야 외롭지 않지.
민철 아니, 엄니도 참. 엄니도 저 하나 낳아놓고는 인아에게 둘을 바라면 안 되죠.
민철 모 내가 하나만 낳고 싶어 너만 낳았냐?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인아 (웃음을 참는다)
민철 아이, 엄니도 참, 며느리 앞에 두고 별소리를 다하셔.
# 거실
민철 모 씻고 욕실에서 나온다.
인아가 나오는 민철 모를 소파에 앉힌다.
인아 어머니 여기 앉아 보세요. (민철 모 얼굴에 스킨을 펴서 발라준다) 이거 제가 쓰는 건데, 참 좋아요.
민철 모 너나 쓰니 나까지 발라준다고 그러냐. 내일이면 환갑인데, 뭐 달라질 게 있다고.
인아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아직 50대 중반인데, 관리하셔야죠. 이제 누워보세요.
민철 모 눕자. 마스크 팩을 붙여준다.
인아 20분만 누워 계세요. 저도 금방 씻고 나올게요.
민철 모 내 걱정 말고, 아가 너도 네 볼 일 봐라.
인아 네. (일어나 안방으로 걸어간다)
민철인 다른 욕실에서 씻고 나오다 마스크 팩을 하고 소파에 누워 잠든 민철 모를 본다.
인아 오빠! 20분 있다가 어머니 마스크 팩 떼어드려요. 알았죠?
민철 어? 어! 알았어.
인아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마 의자에 앉아 민철 모를 보고 미소 짓는다.
# 안방
욕실에서 인아가 머리를 말리며 나온다.
침대에 누워 있던 민철 벌떡 일어난다.
얼굴에서 마스크 팩을 얼른 뗀다.
그 모습을 보고 인아가 웃는다.
인아 오빠 뭐해요? 마스크 팩 붙이고 있었어요?
민철 아니, 그냥 한 번 해봤어.
인아 어머니는요?
민철 주무셔.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 드렸지.
인아 그래요? (눈빛이 변하더니 민철에게 다가가 침대에 눕힌다)
인아 (민철 위에 엎드린다)
민철 (잔뜩 긴장한 표정)
인아 뭐예요, 그 표정? 잔뜩 겁먹은 사람처럼.
민철 누가? 내가?
인아 네. 이런 내가 무서워요?
민철 아니, 무섭긴, 천만에!
인아 뭐가 아니에요! 겁먹은 표정 맞는데. (옆으로 돌아눕는다) 치, 오빠 한 테만큼은 가끔 요부이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 돼겠네. 잔뜩 긴장해 가지고. 말로는 70까지는 문제없다고 해놓고.
민철 (인아 쪽으로 상체를 일으킨다) 누가 겁먹었다 그래! 인아가 갑자기 돌변하니까 놀랐을 뿐이지.
인아 (민철을 보고) 제가 전혀 몰랐던 사람이 아니잖아요. 잊고 살았을 뿐이지. 오빠를 만나서 빗장이 풀린 거지 다른 남자도 아니고 오빠한테 이러는 건데 전혀 이상한 게 아니잖아요!
민철 그야 그렇지. 나도 잘 알아! 그건 그렇고 인아도 내가 빗장을 풀면 날 감당할 수 있겠어?
인아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감당할지 말지는 두고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민철 (인아를 위에서 내려보며) 그래? 그럼 나도 빗장 푼다?
인아 (민철을 곁눈질로 보다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민철 (이불과 함께 인아를 덮는다)
인아 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