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드라마 54

by 간서치 N 전기수

# 버스 안


MT를 마친 학생들이 버스 좌석에 앉아 있다. 선아가 제일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른다. 다른 좌석들은 이미 차 있고 경호의 옆자리만 비어 있다. 선아는 잠시 망설이다. 경호의 자리로 다가가 모른 척 옆에 앉는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주위 친구들은 서로 킥킥거린다.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 곁에 앉는 선아를 보는 경호.


경호 (잠시 머뭇거리다) 선아야. 네가 창가에 앉을래?

선아 어? 아니, 괜찮아.

경호 아냐, 네가 여기 앉아 (일어나 통로에 서 있는다)


선아가 창가 쪽으로 앉자 경호도 옆에 앉는다.


과대표 빠진 사람 없이 전부 탔지? 그럼 출발한다. (운전기사 보고) 기사님 그럼 출발해 주세요.


선아와 경호 일행을 태운 버스가 출발한다.


# 버스 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창가 쪽을 바라보는 선아. 선아를 흘끔흘끔 보는 경호.

경호는 가방에서 과자 봉지를 꺼낸다.


경호 (선아에게 건네며) 이거 먹을래?

선아 (경호가 내민 봉지를 보고) 어? 이게 뭔데?

경호 어, 이거, 백화점에서 산 감자칩인데, 한 번 먹어봐. 맛있어.

선아 아, 그래?

경호 잠시만 기다려봐 (힘껏 봉지를 뜯자 과자가 사방에 흩어진다) 에이 씨, 이런 미안. (인아 허벅지 위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조심스럽게 치운다)

선아 (웃으며) 아니, 괜찮아. 안 그래도 돼.

경호 (다시 과자 봉지를 내밀며) 그래도 한번 먹어봐.

선아 (과자를 하나 집어 입에 넣는다)

경호 어때?

선아 맛있네. 짜지 않고 맛있어.

경호 그렇지?

선아 너도 먹어.

경호 어? 어. (하나 선아를 보며 집어 입에 넣는데, 무슨 맛인지 모르는 표정)


# 휴게소


휴게소에 멈춰 선 버스.


과대표 (일어서서) 자, 휴게소에서 30분 정도 머물 거니까, 다들 볼 일 보고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


버스에서 내려 건물로 걸어가는 학생들.

선아도 여자 친구와 다정하게 걸어간다.

경호도 내려서 선아의 뒷모습을 보며 걸어간다.

그때 옆에서 경호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과대표.


과대표 경호야.

경호 아, 예. 형님.

과대표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지만, 내가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워서 그래. 경호야. 너무 그렇게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면 상대도 부담을 느껴서 도망가요. 그러니 차근차근 다가가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 몰라? 알았지? 천천히 다가가라고.

경호 아, 예!

과대표 그래, 한 번 잘해봐라. 내가 응원한다.

경호 네, 고맙습니다. 형님.


과대표는 어디론가 가고, 경호는 화장실로 향한다.


# 같은 장소


선아와 친구들은 번갈아 가며 휴게소 뒤에 펼쳐진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를 지켜보던 경호는 자리를 떠난다.


# 버스 안


앉아 있는 경호 옆에 선아가 와 앉는다. 선아의 손에 커피 두 잔이 들려 있다.


선아 (하나를 경호에게 내민다) 마실래?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그냥 아아 사 왔어.

경호 어? 고마워. 나도 아아 좋아해. (선아가 주는 컵을 받아 한 모금 마신다)

선아 근데, 아까 네가 준 감자칩 맛있더라. 백화점 꺼라 그런가?

경호 응? 하나 더 있는데 먹을래?

선아 엉? 하나가 더 있다고?

경호 어, 잠깐만 있어봐 (가방에서 감자칩 봉지를 꺼내 조심스레 뜯는다) 여기 있어. 내가 나중에 몇 개 사다 줄게.

선아 아니 그럴 것까지는 없고. (감자칩 하나 집어 입에 넣는다)


# CEO 실


민철이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그 앞에 미영이 서 있다.


미영 정말요? 그럼 그분이랑 결혼하는 거예요?

민철 (서류를 보며) 어.

미영 축하해요. 오빠. 아, 아니 대표님.

민철 괜찮아. 그리고 고마워. 아! 그러는 너는 경호랑 사귀기로 한 거니?

미영 어, 네, 그게, 그냥 조심스럽게 서로 알아가기로.

민철 아, 그래. 큰 결심 했네. 잘해봐. 괜찮은 놈이니까.

미영 (백 퍼센트 공감 못하는 표정) 네, 대표님.


# 복도


미영이 복도로 나온다. 걸어가는데 경호가 맞은편에서 다가오고 있다. 경호가 미영을 보자 입에 미소가 번진다. 미영이 얼른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걸어간다. 미영의 반응에 어색해진 경호도 고개를 숙이고 걸어온다. 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진다. 서로 가로지나 가려던 찰나에 미영이 경호의 손을 붙잡고 계단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 계단실


경호를 벽 앞에 세워 놓고 주위를 둘러보는 미영.


미영 팀장님.

경호 네, 미영 씨.

미영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회사 내에서는 서로 조심하기로.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그때까지는 서로 조심하기로. 제가 사내 연애를 피했던 이유는, 사이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만일 사이가 틀어지거나 누구라도 알게 되면 관계가 서먹해지기 때문이에요. 전, 우리 관계가 안정기에 들 때까지는 우리 사이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어요. 그러니 그때까지는 서로 조심하기로 해요. 우리.

경호 네, 잘 알겠습니다. 미영 씨. 제가 경솔했네요.

미영 그건 아닌데, 죄송해요. 이런 말씀드려서.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경호 그게 뭔데요?

미영 조금 시간이 걸릴 거예요.

경호 뭐가요?

미영 제 맘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실은 제가 과거에 크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어고.

경호 아, 네, 잘 알죠.

미영 예?

경호 (아차 하는 생각에) 아, 그러니까 제 말은 상처받으면 어떤지 잘 안다는 말이죠.

미영 아, 예. 그래서 아직은 누군가를 만나는 게 조심스럽거든요. 게다가 사내 연애라는 점도 조심스러워요. 주변의 시선도 있고,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싫고, 잘 되면 다행인데, 사이가 좋지 않거나 헤어지면 누군가는 떠나야 하니까. 그리고 제가 팀장 님에 가진 감정이 단지 저와 오빠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고마움인지, 아니면 애정인지 확인도 필요하고요. 그러니 답답하시겠지만 더디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경호 아, 예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거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천천히 생각하세요.

미영 이해해 줘서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여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고개를 드는데 눈에 들어오는 경호의 얼굴) 그런데, 피부가 왜 이래요?

경호 예? 피부가 왜요?

미영 (경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거칠잖아요. 각질도 있고. 아침에 씻고 로션 같은 거 안 발라요?

경호 (미영 손길에 당황하며) 예? 어, 아침에 로션은 잘 바르지 않은 편이라.

미영 씻고 나서 보습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있기는 한 거죠?

경호 있기야 있죠.

미영 근데, 안 봐도 무척 오래됐을 것 같은데.

경호 네, 조금. 언제 산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미영 (이 말에 한숨을 내쉰다. 옷매무새를 살펴보더니 또 한 번 한숨을 내쉰다) 옷은 또, 팀장님은 얼굴만 믿고 너무 외모에 신경 안 쓰는 거 아니에요?

경호 예?

미영 이번 주에 저랑 쇼핑 좀 해야겠어요.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아셨죠?

경호 네? 저야 그래주면 고맙죠.

미영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저, 그리고 저 먼저 나갈 테니까, 팀장님은 좀 있다가 아무도 없을 때 좀 나오세요. 아셨죠?

경호 네, 그렇게 할게요.


미영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간다. 잠시 후 경호도 따라 나간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


# CEO실


민철은 경호가 내민 서류를 보는데, 경호는 비실비실 웃고 있다.


민철 (경호를 보고) 왜 그래? 무슨 좋은 일 있어? 왜 그렇게 비실비실 웃는데?

경호 예? 아, 저기 미영 씨.

민철 내 동생?

경호 예.

민철 내 동생이 왜?

경호 아까 계단실에서 막 제 얼굴을 만지며, 피부가 안 좋다. 옷이 별로다 하면서 신경 써 주길래.

민철 (그런 경호를 빤히 본다) 네가 사랑에 빠지긴 단단히 빠졌나 보다.

경호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아, 예.

민철 (다시 서류를 보며) 내가 미영이를 가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지?

경호 예, 뭐라고 부르시는데요?

민철 어미 새.

경호 예?

민철 어미 새. 어미 새라고 불러. 미영이 걔가 겉보기에는 차가운데, 자기 사람이리가 믿고 한 번 마음을 주지. 그럼 엄청 챙긴다. 미영이가 그렇게 했다면, 어느 정도는 마음이 열린 거라고 볼 수 있어.

경호 (화색이 돈다) 아, 그렇습니까.

민철 어, 그러니 잘해봐. 내가 달리 도와줄 건 없고, 곁에서 응원은 해준다.

경호 아, 예 고맙습니다.

민철 팀장이 내 동생 좋아하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 동생이기 때문에, 또 네 과거 때문에 짝사랑만 한 것도 잘 알고.

경호 (감동 먹은 듯) 형님.

민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니까 네가 잘해봐. 누가 아니? 네가 내 매제가 될지.

경호 형님.

민철 (서류에 사인을 하고 경호에게 넘긴다) 그러니 잘해 봐라.

경호 고맙습니다. (화색이 도는 얼굴로 꾸벅 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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