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드라마 55

by 간서치 N 전기수

# 민철의 아파트(회상)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영수 (큰 소리로) 형님 저 왔습니다.

민철 (목소리) 그래, 왔니?

영수 (신은 벗지 않고) 네!


영수 눈에 처음 보는 여자 구두가 눈에 들어온다.

그때 안방에서 민철이 나온다. 민철을 보고 인사하는 진수.


민철 (손짓하며) 들어와.

영수 네. ( 신을 벗고 거실로 올라선다)

민철 (작은 방을 향해) 미영아!

미영 네, 오빠.


작은 방에서 미영이 나온다.


민철 (진수를 가리키며) 인사해. 이 친구는 오빠 고향 후배 장영수. (미영을 가리키며) 여기는 내 여동생 한미영. 전에 얘기했지?

영수 (어쩔 줄 몰라하며) 아, 예. 안녕하세요. 저기 저, 장영수라고 합니다.

미영 안녕하세요. 한미영입니다.


미영은 오빠를 보고 있는데, 영수는 미영을 보고 있다.


민철 (영수를 보고) 아직 밥 안 먹었지?

영수 예? 아, 예.

민철 미영아. 이 친구 아직 밥 안 먹었다니까, 밥상 좀 차릴래.

미영 네, 오빠. (부엌으로 간다)


미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영수.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는 두 사람. 영수는 민철과 대화하면서 힐끔힐끔 미영의 뒷모습을 본다.


영수 그럼, 동생 분과 같이 살기로 하신 겁니까?

민철 뭐, 그렇게 됐어. 젊은 여자 혼자 자취하는 게 불안하기도 해서, 주거비도 줄일 겸 들어와 오빠랑 사는 게 어떻냐 했더니 그날로 들어오더라. 나도 심심하지 않아서 좋고. 뭐 요즘에는 남자 친구 만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지만. 남자 친구가 운동 선수래. 체대 다닌다고 했나. 국가대표 복싱 상비군이라고.

영수 아. 예. (살짝 실망한 표정)


# 영수의 원룸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영수. 신을 벗고 들어와 바닥에 눕는다. 천장에 민철의 집에서 봤던 미영의 모습이 떠오른다. 배시시 웃는 영수. 옆으로 돌아 눕는다.


# 민철의 아파트


영수가 민철의 아파트로 들어선다.


영수 형님, 저 왔습니다.


미영의 방문이 열리고 미영이 나와 영수를 보고 인사를 한다.


미영 오셨어요? 오빠. 손님 오셨어요.

영수 (어색하게) 아, 예. 저기 이거. (과일 바구니를 내민다)

미영 뭘 이런 걸 사 오셨어요.

영수 두 분 드시라고.

미영 안 사 오셔도 되는데. (미영이 다가와 과일 바구니를 받는다) 고맙습니다.


미영이 바구니를 받아 부엌으로 걸어간다. 민철이 나오다 과일 바구니를 본다.


민철 야, 넌 그냥 오지 뭘 이런 걸 또 사 왔냐.

영수 그냥, 두 분 드시라고.

민철 그래, 고맙다. 잘 먹을 게.


미영이 부엌에서 커다락 도시락을 들고 나온다.


민철 (미영을 보고) 어디 가니? (미영 손에 들린 짐들을 보고) 그건 또 뭐야.

미영 오빠는 알면서 물어봐요.


미영이 가지 않고 민철 옆을 배회한다.


민철 왜, 안 가고?

미영 (민철에게 다가가 팔짱을 낀다.) 오빠, 나 용돈 좀.

민철 너, 내가 용돈 준 지 얼마 안 됐잖아. 벌써 다 썼어?

미영 아니, 남자 친구 시합 있어서 이것저것 해 먹이다 보니 금세 다 썼지 뭐예요. 그러지 말고 몇 만 원만 주시면 안 돼요?

민철 열녀 났다. 열녀 났어.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몇 만 원 쥐어준다) 자, 여기 있다. 그리고 가서 네 남자 친구한테 전해. 이번 시합에서 지면 내가 가만히 안 둔다고. 알았어?

미영 (두 손으로 지폐를 받고 핸드백에 넣는다) 네. 오빠. 고마워요. 잘 쓸게요.


이 장면을 멍하니 서서 지켜보는 영수. 무슨 생각에선지 미영을 따라나선다.


영수 이거 무거우실 텐데, 제가 차 타는 데까지 들어다 드릴게요.

미영 아뇨, 괜찮아요. 제가 들고 가도 돼요.

영수 아뇨, 주세요. 제가 들어다 드릴게요.


영수가 미영의 손에서 찬합이 담긴 가방을 받아 든다.


# 버스 정류장


미영 (영수에게 다시 찬합 바구니를 받으며) 여기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영수 아뇨, 뭘요.

미영 그럼 안녕히 가세요. (답례한다)

영수 (꾸벅 절하며) 아, 예. 예. (머뭇거리다 다시 민철의 집으로 향하는 영수)


미영은 버스에 오른다.


# 미영 남자 친구의 아파트


남자 친구를 놀라켜 줄 마음에 흥분한 미영이 도어록 비밀 번호를 누르고 미영이 안으로 들어간다.

낯선 여자의 구두를 보자 얼굴이 굳는다. 방 안에서 들리는 남녀의 웃음소리. 미영이 구두를 벗고 방 쪽으로 걸어간다. 남녀의 웃음소리는 더욱 크게 들린다. 문 손잡이를 잡는 미영의 손이 떨린다. 문 손잡이를 잡기만 할 뿐 좀처럼 열지 못하는 미영.


문이 벌컥 열리자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미영. 바닥에 찬합들이 떨어진다. 속옷 차림의 남자 친구가 그녀 앞에 서 있다.


남자 친구 야! 너, 너, 언제 왔어?


홀가분한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있던 여자가 미영을 보자 이불로 상체를 가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 소리에 넋이 나간 미영이 여자를 본다. 남자 친구는 침대 옆에 떨어진 옷가지를 챙겨 있고 미영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 아파트 공터


남자 친구 야, 한미영. 내가 너보고 언제 음식 해달라고 했냐? 왜 연락도 없이 와서 사람을 당황스럽게 해? 오면 온다 말하고 오던가. 내가 언제 너보고 서프라이즈 해달래?

미영 그게 지금 오빠가 나한테 할 말이야? 저 여자 누군데? 저 여자 누구냐고? 왜 저 여자가 오빠 침대에 누워 있는 건데?

남자 친구 아이, 그, 그건 네가 알 바 아니고~~~~~~야,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 솔직히 너한테 숨이 막혀. 못 살겠어.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냐? 넌 내게 헌신한다 생각하겠지. 근데 난 숨이 막혀. 숨이 막힌다고. 이건 적당히 해야지 무슨 엄마도 아니고. 난 그냥 편하게 만날 그런 여자를 원해. 너같이 집착하는 여자 말고. 너 어릴 때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니? 왜 이렇게 사람을 숨 막히게 해!

미영 언제는 그런 내가 좋다며?

남자 친구 야, 그때는 좋은 줄 알았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야. 그러니 너도 너에게 맞는 남자를 만나. 그게 서로에게 좋아. 너 설마 내가 너랑 잤다고 이러는 건 아니지? 요즘 시대에 그게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미영이 날린 뺨에 남자의 얼굴이 돌아간다. 욱한 남자의 손이 머리로 올라가다 멈춘다.


남자 친구 (뺨을 어루만지며) 그래, 이걸로 끝내자. 상처받았다면 미안하고. 그동안 고마웠다. 나 갈게.


남자가 미영을 남겨 두고 걸어간다. 미영은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다.


# 민철의 아파트


영수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미영의 신발이 있는지 확인하는 영수. 있다.


영수 (화색 띤 얼굴로) 형님 저 왔습니다.


반응이 없다. 의아해 신을 벗고 안방으로 걸어가는 영수. 노기 띤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민철.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간다.


영수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민철 (고갯짓으로 미영의 방을 가리키며) 쟤 때문에.

영수 미영 씨요? 무슨 일로?

민철 그 새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그 새끼 만난다고 바리바리 싸 가지고 나간 날. 그날 이후로 방 안에 틀어박혀 울기만 하고 나오질 않는다. 먹지도 않고.

영수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미영 씨가요?

민철 그래. 그래서 물어봤지, 처음에는 대답도 안 하고 문도 열어주지 않더라고. 그래서 문 안 열면 부숴버린다고 하니까 그때 열어주더라. 그래서 물었지. 무슨 일이냐고. 한참을 대답 안 하다가 나중에 얘기하더라. 그 개자식이 딴 년이랑 그 짓거리를 하는 걸 목도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거 있지. 당장 달려가서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려고 했는데, 동생이 잡더라. 또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그 개자식을 어떻게 해야 속이 시원할까. 영수야.

영수 (말없이 듣지만 얼굴이 붉어진다) 형님. 이런 일에 형님이 나설 게 뭐 있습니까.

민철 그럼? 애들을 불러?

영수 아니죠.

민철 그럼?

영수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민철 네가? 아서라. 네가 왜 내 일에 나서냐.

영수 형님! 형님 가족의 일은, 곧 제 가족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형님은 그냥 계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체대


복싱 체육관으로 걸어가는 영수.


# 체대 복싱장


넓은 체육관에 복싱 훈련을 하는 학생들.

문을 열고 들어노는 영수. 한 학생에게 말을 건다. 영수의 말을 들은 그 학생에 어디론가 걸어가더니 연습 중이던 미영의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다.


남자 친구 저를 찾으셨다는데, 무슨 일이시죠?


# 같은 장소


남자 친구와 영수가 글러브를 낀 채 대치한 상태다.

둘 다 헤드기어도 쓰지 않았다.

학생들의 환호가 그들을 감싼다.

심판의 손짓에 중앙으로 나오는 두 사람.


남자 친구 아씨, 객기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내려가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럼 헤드기어라도 쓰시죠.

영수 (말없이 피식 웃는다)


공이 울리고 경기는 시작된다.


무섭게 공격해 들어오는 남자 친구. 이리저리 잘 피하는 영수.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다급해진 남자 친구의 공격.

영수는 가볍게 받으며 매섭게 맞받아 친다.

상대가 보통내기가 아니란 걸 느낀 남자 친구.

영수의 공격이 점점 매서워진다.

조금씩 밀리는 남자 친구. 코너에 몰린다.

영수의 연타에 정신을 못 차린다.

얼굴이 터지고 멍든 남자 친구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려보지만 영수의 한 방에 앞으로 쓰러진다.

일순간 조용해지는 실내.

장갑을 벗어 내팽개치는 영수.

쓰러진 남자의 뺨을 여러 대 때려 정신이 들게 한다.

부은 눈을 뜬 남자.


영수 야, 내가 경고하는데, 너! 이 시간 이후로 미영 씨 앞에 나타났다가는 넌 내 손에 죽는다.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링 밖을 내려오자 홍해처럼 갈라지는 인파.


영수 (한 학생을 보고) 야, 너! 저 새끼 락카 어디 있어?

학생 (라커룸을 가리키고) 저, 저기요.

영수 안내해!


학생을 따라 라커룸으로 향하는 영수.


# 라커룸


영수 저 새끼 캐비닛 어떤 거야?

학생 저, 저건데요. (하나를 가리킨다)


다가가 문을 박살 내는 영수. 그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링으로 걸어간다.

영수는 링으로 올라가 바닥에 앉아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 스마트폰을 내민다.


영수 풀어!


스마트폰을 풀어 영수에게 내민다.

사진첩을 뒤지는 영수.


영수 오늘은 이거 내가 가져간다. 만에 하나 인터넷상에 이상한 영상 올리면 넌 내 손에 뒤진다. 지구 끝까지라도 좇아가서 니 모가지를 비틀어 놓을 테니까 각오해.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상한 거 찍어서 올린 거 있어?

남자친구 (힘 없이,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영수 네 친구들에게 보낸 사진이나 영상은?

남자친구 (고개를 저으며)

영수 만일 그게 거짓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남자친구 (고개를 끄덕인다)

영수 (학생들을 향해) 이 새끼한테 야한 영상이나 사진 받은 사람!! (잠잠하자) 없어? 나중에 나오면 나한테 죽는다!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해라! 정말 없어?

학생들 예!


그때 코치가 들어온다.


코치 뭐야! 뭔 일이야!

코치를 보자 황급히 걸어 나가는 영수. 코치와 눈이 마주친다. 나가는 영수를 붙잡는 코치.


코치 야, 너, 장영수?


코치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나가는 영수.


코치 야, 장영수! 영수야! (혼잣말로) 저 새끼. 약물 끊었나?


뒤에서 코치에게 다가온 학생.


학생 코치님, 아시는 분입니까?

코치 장영수 몰라?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니들 선배야. 야, 이 자식들아!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고) 야, 저 새끼는 왜 저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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