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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Sep 01. 2022

여자 얼굴 예쁜 건 1년 못 가나?

외모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모태 솔로 청년 시절 교회 형에게 이 사실 확인하기 위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 형은 미모의 동갑내기 교회 누나와 몇 년 전에 결혼했었다. 


형! 살다 보면 여자 얼굴은 1년을 못 간다는 데 누나가 아직도 예뻐요?


형은 지금도 자신의 눈에 누나가 예쁘다고 했었다. 십여 년이 지나 나는 예쁜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물론 50대를 바라보는 아내는 처음 만났던 30대의 젊음은 없다. 그래도 가끔 아내를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예쁜 여자랑 살고 있구나!

지금은 과거 교회 형의 대답이 나의 대답이 되었다. 왜 형이 그렇게 말했는지도 공감이 간다. 


얼마 전에 아내와 단양 휴가를 다녀왔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를 다녀온 아내가 내게 자랑했다. 어떤 아줌마가 아내를 아들의 여자 친구로 착각했다며 즐거워했다. 아내는 아마도 마스크를 써서 그런가 보라고 말했다.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후각이 가장 자극에 일찍 둔감해진다. 시각은 그보다는 길게 간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산 넘고 물 건너 여행을 갈 이유가 없다. 콘서트를 자주 다니던 과거 나의 상사는 그 감흥이 1달은 간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예쁜 여자랑 사는 감흥이 1년 안에 사라지진 않는다. 그보다는 좀 길게 간다. 50을 넘어 60, 그리고 70, 80을 넘어가면 외모의 평준화가 온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예쁜 여자랑 사는 기쁨의 유통기한이 1년은 아니다.


얼굴 예뻐봐야 소용없어. 1년 지나면 싫증 난다는 말은 돈이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는 말과 비슷하다. 연봉 7만 달러가 넘으면 아무리 부가 증가하여도 행복은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연봉이 7,8 천만 원 정도면 한계 효용의 법칙 안에서 가장 큰 만족을 누린다는 말이다.  


나는 차은우를 볼 때는 이런 소망이 생긴다.

이 얼굴로 단 하루 아니 1시간 만이라도 살아봤으면

아내를 닮은 아들을 볼 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아내 말이 아들의 친부도 외모가 좋았다고 했다. 오히려 코나 키를 닮지 않아 아쉽다고 한다. 나는 과거 선친을 미워했지만, 용서하고 난 후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아버지의 외모를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현대 사회에서 외모는 경쟁력이다. 성경적으로도 외모는 은사다. [유쾌한 심리학]에서 이런 심리학 실험도 읽은 기억이 있다. 유치원 원생들을 모아 놓고 두 명의 선생님 중 한 명을 선택하게 했다. 한 명은 나이는 많지만 외모가 예쁜 선생님. 다른 한 명은 젊지만 외모는 평범한 선생님. 결과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이는 많지만 예쁜 선생님에게 몰렸다. 


과거 고 황필호 교수님은 책에서 이런 말을 하셨다. 세상에 자랑하지 말하야할 게 두 가지가 있다. 자기 집 부자인 것과 자기가 잘 생기고 예쁜 것이다. 그 두 가지를 자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두 가지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기에 자랑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맞다. 성경에도 인생을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그 두 가지는 분명 이점이 있다. 물론 그 두 가지 이 점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지만, 삶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고 플랫폼의 발달로 그 두 가지 차이를 매울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랑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가치가 없거나 무익하지는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맘은 가벼워진다. 이것도 일종의 정신 승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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