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뽕짝 드라마 -58-

by 간서치 N 전기수

# CEO 실


미영이 일하다 말고 정면을 본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을 연다.


미영 (이모티콘) 지금 어디예요?

영수 창고요. 물품 들어온 게 있어서 검수 중이요.

미영 (이모티콘) 아!

영수 왜요?

미영 (이모티콘) 아뇨, 그냥 궁금해서.

영수 아, 네!


카톡을 닫고 일어나는 미영.


# 회사 창고 근처


창고 쪽으로 걸어가는 미영. 입구를 천천히 지나가며 옆을 힐끗 본다.

영수가 서류를 들고 물품을 확인하는 영수가 보인다. 그 앞에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영수를 보고 웃고 있다.

그걸 보고 멈춰 있는 미영. 둘의 모습이 다정한 게 눈에 거슬린다. 여자가 영수 앞에서 교태를 부린다.

미영의 눈에 불꽃이 이글거린다.


여직원 여기서 뭐 해?

미영 (정신이 들어) 어? 아, 나? 저기, 대표님이 뭐 좀 확인하고 오라고 해서.

여직원 아! 그래? 그럼 수고해 (사라진다)

미영 어, 수고해. (다시 영수 쪽을 본다)


화가 단단히 난 미영이 돌아가려다 멈춰 서더니 다시 영수 쪽을 본다. 뭔가 단단히 맘먹은 것처럼 영수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영수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사뿐 거리며 걷는다. 둘 사이로 끼어들면서 영수를 마주 보고 여자를 등진 채 서 있다.


미영 (여자를 의식하며 어깨에 손을 얹는다) 아니, 장 팀장님 여기서 뭐 하세요?

영수 (미영을 보고 잠시 놀란 듯) 아, 저, 아까 이야기했는데요. 재고가 들어와서 확인하고 있다고.

미영 (여자를 의식하며 영수 몸에 터치) 아, 그러시구나.

영수 그런데, 미영 씨가 여긴 어쩐 일로.

미영 네? 아! 그러니까, 저기, 대표님이 찾으셔서.

영수 대표님이 절 찾으신다고요?

미영 네, 대표님이 팀장님을 찾으시네요.

영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어? 전화 온 거 없는데.

미영 대표님이 전화기를 차에 두고 오셨다고 해서요, 전화기도 찾으러 가는 길에 전해 드리려고.

영수 아, 네!

미영 (여자를 견제하며) 그런데, 이분은?

영수 거래처 직원이세요. 송숙희 씨라고.

미영 아, 그러시구나. 만나서 반가워요. 한미영이라고 해요.

숙희 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송숙희라고 합니다.


여자 사이에서 오가는 미묘한 신경전.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미영 그럼, 전해 드렸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그럼(여자가에 어색한 웃음 지어 보이고, 영수를 가볍게 노려보고 출구 쪽으로 걸어간다)

영수 대표님에게는 검수 끝나고 간다고 전해 주세요.

미영 네, 그러죠.


가벼웠던 발걸음이 입구 쪽에 와서 무거워진다.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고는 다시 대표실로 향한다.


# 대표실


문을 세게 닫으며 들어오는 미영. 자리에 앉아서는 씩씩거린다. 눈앞에 영수와 숙희의 다정한 모습이 보인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영수가 들어온다.


영수 대표님 안에 계세요?

미영 (보지도 않고 차갑게) 아뇨, 안 계세요.

영수 아니, 아까 대표님이 저 찾으신다고.

미영 (밑을 본 채 일하며) 좀 전까지 계셨는데, 오시기 전에 약속 있으시다고 나가셨어요.

영수 아, 예.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서 나가는 영수)

미영 (말없이 나가는 영수에 더 화가 난 미영)


미영이 식식거리고 있는데, 모니터에 카톡 대화창이 떠오른다.


영수 화났어요?

미영 (이모티콘) 아뇨. 화 안 났는데요.

영수 화난 것 같아서.

미영 (이모티콘) 저 화 안 났어요.

영수 그러지 말고 말해줘요. 왜 화났는지.

미영 (이모티콘) 저 화 안 났다니까요.

영수 화난 거 같은데.

미영 (이모티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 화 안 났으니까 대화 그만하죠. 됐죠.


# 구내식당


사람들이 줄지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미영이 식당에 들어서는데 영수가 앞에 줄 서 있다. 미영이 들어오는 걸 보는 영수. 눈이 마주치자 미영은 차갑게 고개를 돌린다. 그런 미영이 신경 쓰이는 영수. 영수의 차례가 돼서 식판에 음식을 담는데. 영양사가 다가와 말을 붙인다.


영양사 지난번에 식자재 정리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저희들끼리 했으면 무척 힘들었을 텐데.

영수 아, 네. 뭘요.

영양사 맛있게 드세요. 차린 건 없지만.

영수 괜찮습니다. 영양사 님 솜씨가 좋으셔서 맛있는걸요.

영양사 (교태 섞인 웃음) 아니, 팀장님은 참 말씀도.

미영 (한층 치밀어 오르는 분노. 더는 있을 수 없어 식판을 놓고 나가려는데)

동료 미영아, 너 어디가?

미영 어? 나?, 화장실.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는 미영.


# 회사 앞


퇴근 시간 직원들이 정문을 나선다. 미영이도 나온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영수는 보이지 않는다. 미움과 설움이 올라온다. 울 것 같지만, 주위 시선이 있어 꾹 참고 걷는다.


# 미영의 집 근처.


힘없이 걸어오는 미영.


영수 (목소리) 왜 화났어요?

미영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영수다. 분노와 원망이 섞이 눈으로 영수를 본다) 화 안 났거든요. (뒤돌아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영수 (따라가며) 화났어요. 미영 씨 제게 화났잖아요. 아무리 눈치 없어도 화난 건 알겠거든요.

미영 (돌아보지도 않고 혼잣말로) 그래도 눈치 없는 건 아네.

영수 미영 씨 왜 화났냐고요?

미영 (가다가 멈춰 서서 영수를 본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 따라오지 말고 가요. 왜 자꾸 따라와요? 사람 귀찮게? (다시 돌아서 걸어간다)

영수 (미영 앞으로 달려가 멈춰서 어깨를 잡는다) 미영 씨, 날 봐요.

미영 (뿌리치며) 이거 놔요. 저 좀 내버려 두라니까요.


미영이 앞으로 가려는데 영수가 놔주질 않는다.


영수 이러지 말고, 말을 해봐요. 왜 제게 화가 났는지.

미영 (영수의 말에 잠잠해지더니 영수를 노려 본다) 정말로 모르겠어요? 제가 왜 화가 났는지?

영수 예, 모르니까, 물어보죠. 전 잘 못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미영 씨가 화가 난 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미영 됐어요. 모르면 그냥 가세요.

영수 그러지 말고 말을 해봐요. 말을 해야 알지.

미영 (다시 노려보고) 무슨 남자가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그리고 지조는 왜 그렇게 없어요?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하나도 없어!

영수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미영 그걸 몰라서 물어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영수 모르니까~~~(뭔가 생각난 듯) 저기 혹시 아까 거래처 여직원 때문에 그래요?

미영 (울음을 참아보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많아졌다)

영수 그 사람은 그냥 거래처 직원이에요.

미영 그 여자뿐이겠어요?

영수 또 뭐요? 누구요? (잠시 생각하다가) 영양사요?

미영 (말이 없다)

영수 아니, 그건 전에 퇴근길에 여자들끼리 무거운 거 나르길래, 그냥 도와준 것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

미영 (비꼬듯이) 그럼 그 여자들이 문제겠네요. 아!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어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지 않는다? 그렇죠? 그게 문제죠?

영수 (답답해 어쩔 줄 몰라한다)

미영 저랑 약속한 거 다 잊었죠? 약속했잖아요. 얼굴값 하지 않기로. 잊었어요?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이마에 서로 도장까지~~~(뭔가 생각난 듯) 아니 팀장님은 제 입술에 도장을 찍었었잖아요(자기 입술을 가리킨다) 겉만 순수하지 속은 완전히~~~~~~잉크, 아니 체온이 식지도 않았는데~~~

영수 (미영의 말이 끝나기 전에) 미영 씨, 제 얘기 잘 들어요. 제 얘기 잘 들어요. 저! 그 사람들한테 아무런 관심 없어요. 아무런 감정도 없고. 예? 알겠어요? 뭐 열 여자 싫다 하는 남자 없다지만, 전 미영 씨 하나면 충분해요. 알겠어요? 저 약속 어기지 않았어요. 모르겠어요? 저 5년 가까이 미영 씨 짝사랑했다니까요. 그런데 이제 와서 꿈이 이뤄질 마당에 그걸 걷어차겠냐고요? 쪽박을 깨뜨리겠냐고요? 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 그 여자들이 제 앞에 와서 홀딱 벗고 춤을 춘다고 해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아시겠어요? 아시겠냐고요. 뭐, 그렇다고 제가 고자라는 건 아니고, 미영 씨 외에 다른 여자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거예요. 알겠어요? 예?

미영 (영수의 말에 살짝 감동한 듯 눈물을 닦는다) 정말이에요?

영수 예? 뭐가요?

미영 정말, 그 여자들이 팀장님 앞에서 홀딱 벗고 춤을 춰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 있어요?

영수 (단호하게) 예!

미영 (영수의 시선을 피하며) 아니, 오전에 봤던 거래처 여직원은 여자인 제가 봐도 글래머던데요. (손을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에 가져가 표현한다)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빵빵하고. 그런데도 괜찮겠어요?

영수 예! 당연하죠. 제 눈에는 미영 씨가 잴 예쁘니까.

미영 (벌어지는 입술을 당긴다)그, 그럼, 제가 그런다면요?

영수 예?

미영 전 그 여자만큼은 아닌데, 제가 그런다면 어떨 것 같냐고요?

영수 (붉어지는 얼굴) 미영 씨가요?

미영 (쳐다보지는 않고) 네. 제가요.

영수 미영 씨가 그러면~~~~~~(혼잣말로) 어휴 상상만 해도.(화끈거리는 얼굴)

미영 예?

영수 아뇨. 그러니까 미영 씨가 만약 그런다면 변하겠죠.

미영 변하다니, 뭘로요? 뭘 어떻게 변한다는 건데요?

영수 (시선을 피한 채)허, 헐크로요.

미영 헐크요? (입을 가리고 까르르 웃는다)

영수 (어쩔 줄 몰라하는 영수)

미영 아, 그러니까, (두툼한 팔뚝을 만지며) 팀장님에도 야수 같은 면이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영수 없, 없, 없지는 않죠. 저도 남잔데. 혈기가 왕성한.

미영 치~ 혹시 설마 지금 상상하는 건 아니죠?

영수 (헛기침을 한다) 아뇨, 무슨.

미영 (몸을 웅크리며) 아직은 안 돼요!

영수 당연하죠. 그러니까, 지금 제 말은 지금 그런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미영의 뱃속에서 공복 신호가 울린다.


영수 배고프세요?

미영 배고프죠. 그럼 아까 그 모습 보고 화가 나서 먹지도 않고 나왔는데.

영수 그랬어요? 미안하네. 가요 저녁 먹으러. (미영의 손을 잡아당긴다)

미영 (못 이기는 척 따라간다)


# 고깃집


불판에는 고기가 익어 간다. 영수가 익은 고기를 미영의 앞접시에 놓는다. 허겁지겁 먹는 미영.


영수 천천히 먹어요. 채해요.

미영 그건 그렇고, 자꾸 그렇게 인물값 할 거예요?

영수 전 인물값 안 해요.

미영 그렇죠. 인물값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인물값 하는지 모르죠.

영수 전요, 제가 한 번도 잘 생겼다는 생각한 적 없거든요.

미영 그런 소리 마세요. 누가 들으면 화내요.

영수 (벽에 걸린 거울을 보고) 내가 잘 생겼나. 난 전혀 아닌데.

미영 그만해요. 먹었던 게 넘어오려 하니까.

영수 그러는 미영 씨는요.

미영 제가 뭘요?

영수 누가 들으면 미영 씨는 미운 오리 새끼인 줄 알겠어요.

미영 제가요? 제가 어떤데요?

영수 나 참, 내 입으로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회사에 미영 씨 좋아하는 남자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미영 남자들이요? 저를요?

영수 예!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아무 남자에게나 웃어주지 말아요. 알았죠?

미영 제가요? 전 그런 적 없는데.

영수 그쪽도 마찬가지네. 자신도 남자한테 웃음을 흘리 건 모르지.

미영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할래요?

영수 (깨갱) 아니, 그러니까 다른 남자들한테는 미소 짓지 말라는 말이죠. 아, 그 예쁜 얼굴로 남자 직원들 보고 웃어주니까, 미영 씨가 자기들을 좋아하는 줄 알잖아요.

미영 그러면 화내며 말해요?

영수 그러라는 게 아니고, 형식적인 웃음만 지으라는 거죠. 형식적인 웃음만.

미영 그러고 보면 팀장님도 제가 은근히 신경 쓰였나 보네요.

영수 그럼,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잘해주는 거 보고 좋아할 남자가 어디 있답니까.

미영 알았어요. 그럼, 앞으로는 팀장님 말대로, 다른 남자들은 형식적으로만 대할게요. 그럼 됐죠.

영수 (좋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그럼, 됐죠. 뭐. 얼른 드세요. 식으면 맛없어요.

미영 팀장님도 드세요. 굽기만 하지 말고.

영수 저는 먹는 거 보기만 해도 배 불러서.

미영 (입을 가리고 웃는다)

영수 (고기를 구우면서 미영을 보면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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