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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10. 2023

유치뽕짝 드라마 -71-

# 영수 병실


병실에 영수, 미영, 민철이 있다.


민철.    좀 어떠냐?

영수.    네, 형님. 많이 좋아졌습니다.

민철.    (옆에 있는 미영이를 가리키며) 미영이가 돌봐줘서 그런 줄 알아.

영수.    아이, 잘 알죠. 그걸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민철.    알면 됐고. 암튼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1인실에 단 둘만 있다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신성한 병원에서.

미영.    아이, 오빠는 무슨.

민철.    암튼 우리 애랑 몇 달 차이 안 나면 알아서 해.

영수.    아이, 형님 아직 그 정도로 나아진 건 아닙니다.

미영.    그래요. 오빠. 우리가 아무리~~~~~~

민철.    좋아 보여서 그래. 그럼 난 가볼게.

영수.    네, 안녕히 가십시오. 형님.


민철이 병실문을 닫고 나간다.

미영은 문 앞까지 따라갔다가 영수에게로 돌아간다.


미영.    (확인하며) 소변통 비워야 하지 않아요?

영수.    아니, 그건 나중에 간호사 분에게 부탁하면 되는데.

미영.    괜찮아요. 화장실이 바로 옆인데. (들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미안함과 감사함이 섞인 영수의 표정.


# 병원 1층 로비.


출구로 걸어가는 민철.


여자 목소리.  아저씨!


다른 사람 부르겠거니, 걸어가는 민철.


여자 목소리.  아저씨, 민철 아저씨!


민철이 돌아보는데, 젊은 여자가 뛰어와 앞에 선다.

허리를 숙여 숨을 헐떡이는 여자. 누구지 하는 민철의 눈빛.


소영.     (숨을 고르고 허리를 핀다) 아저씨, 저 모르시겠어요? 저요. 민소영이요. 아저씨, 우리 아빠 회사에 일할 때, 저희 집에서 같이 사셨잖아요.

민철      (생각하다가) 아, 너, 소영이! 이야, 오랜만이다. 여기서 널 볼 줄이야.


# 병원 내 카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는 두 사람.


소영.    아저씨를 여기서 볼 줄을 생각지도 못했어요. 정말 세상 좁네요. 이런 데서 아저씨를 다 보구.

민철.    그래. 그건 그렇고 소영이를 마지막으로 본 때가 네가 고등학생 때였잖아. 이야, 이제 숙녀네 어엿한 숙녀야. 그래, 결혼은?

소영.    아직요. 그런 아저씨는요?

민철.    나? 나야 했지.

소영.    (실망감 어린 표정) 아, 예. 언제요?

민철.    얼만 안 됐어. 1년도 안 됐으니까.

소영.    그래요.

민철.    소영이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병원에는 무슨 일로?

소영.    그때 아빠 그렇게 돌아가시고, 미국 갔어요. 공부도 하고 일도 배우고. 어머니 편찮으셔서 잠시 귀국했어요.

민철.    (안타까운) 아, 그래, 그랬었구나. 어머니가 이 병원에 계시나 보네.

소영.    네. 아저씨 보면 반가워하시겠다.

민철.   그래. 조만간 문안 가봐야겠다.

소영.   그러는 아저씨는 병원에는 왜?

민철.   아는 사람이 입원해 있어서.

소영.    아, 네! 그럼 아저씨, 우리 나중에 식사 한 번 해요. 꼭이요.

민철.    그래, 그러자.

소영.    (테이블에 놓인 민철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건다. 자신의 스마트폰 벨을 확인한다) 이게 제 번호예요. (민철에게 건네준다)

민철.    (액정을 보며) 아, 그래. 알았어. 그럼 나중에 또 보자.


둘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한다.


# 공장 (회상)


창고에서 분주히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민철이 있다.

동료 한 명이 황급히 민철에게로 달려온다.


동료.    민철아. 그 소식 들었냐?

민철.    (일하며) 뭔 소식?

동료.    사장님이 얼마 전에 룸살롱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더라.

민철.    봉변?

동료.    엉! 술에 약을 탔는지, 정신을 차려 보니까, 테이블에 마시지도 않은 술병이 가득하고, 완전 덤터기 쓰고 오셨다던데. 아, 그리고 사장님 성격 알잖냐. 조폭한테 겁도 없이 덤볐다가 맞기도 했다러다.

민철.    (하던 일을 멈춘다)


# 룸살롱


룸살롱으로 들어오는 민철 그의 옆으로 술 취한 손님과 직원들이 지나간다.

계산대로 걸어가는 민철.


여자. 무슨 일로 오셨어요?

민철.  돈 받으러 왔는데요.

여자.  네? 뭐라고요?

민철.  돈 받으러 왔다고요.

여자.  (비웃는 듯) 무슨 돈이요.

민철.  얼마 전에 저희 사장님이 여기 술 마시러 왔다가 눈퉁이 제대로 맞고 가셨다기에, 과대 계산한 금액 받으러 왔어요.

여자.  이봐요, 아저씨. 경찰이에요?

민철.  아뇨.

여자.  나, 참 기가 막혀서. (지나가는 웨이터를 보고) 야, 태수야!

남자.  예, 누님.

여자.  이 분 좀 혁수 오빠한테 데리고 가라.

남자.  (민철을 쓰윽 보고) 예, 알았습니다. (민철이 보고) 가시죠.


남자를 따라가는 민철.


# 룸살롱 방


남자가 민철을 안내한 방안에는 검은 양복의 건달들이 모여 있다.

남자는 건달들에게 인사하고 나간다.


건달 1.  (일어나 무서운 표정으로 민철에게 다가간다) 너야? 떼인 술값 받으러 왔다는 새끼가? (민철의 뺨을 톡톡 때린다) 이 새끼가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와.


그 모습을 보고 웃는 건달들.

민철은 덤덤한 표정들.


# 같은 장소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통로를 지나간다.

뒤에 부하들로 보이는 남성들이 따라간다.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검은 양복들 여럿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깨진 술병과 술잔들이 널브러져 있다.

민철이 문소리에 그쪽을 본다.


남자.  누구야! 어떤 새끼들이야! (민철과 눈이 마주친다) 어! 형님. 민철이 형님!

민철.  어, 너, 태수! 오랜 만이다. 잘 지냈냐?

남자.  예, 예!

민철.  아, 여기 너희 사업장이었냐? 미안하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남자.  예, 형님.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민철.  아, 내가 아는 분이 여기서 바가지를 쓰셨다고 해서 그 돈 받으러 왔는데, 시비가 붙는 바람에, 뭐 이렇게 됐다. 정말 내가 정말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네게 먼저 연락했을 텐데.

남자.  아닙니다. 형님. 저희 애들이 잘못했나 봅니다. 일단 나가서 말씀하시죠.

민철.  그, 그래.


남자 일행과 민철이 나간다.


# 룸살롱 입구


남자.  형님.

민철.   어.

남자.  아직, 실력 여전하신 거 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민철.  아냐, 됐어. 난 지금이 좋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미안하다. 너의 사업장에 와서 깽판 친 거 정말 미안해

남자.  그건 됐습니다. 그럼 나중에 한 번 찾아와 주십시오. 제가 거나하게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민철.  그래, 고마워. 잘 지내라. 난 간다.


민철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남자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다.


# 회사


승용차가 건물 입구에 멈춘다. 노년 신사가 내린다. 얼굴에 멍과 반창고가 보인다.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민철이 다가간다.


민철.    사장님.

사장.    (걸음을 멈추고 남자를 본다) 어이, 한 군. 그래 무슨 일인가.

민철.    저기, 이거 (봉투를 내민다)

사장.    (건네받으며) 그래, 이게 뭔가?

민철.    돈입니다. 얼마 전에 사장님이 술집에서 바가지 쓰셨던 돈.

사장.    (놀란 얼굴로 민철을 본다)


# 집


큰 집에 차가 멈춘다.

사장이 내리고 민철이 같이 내린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 집 안 거실


사장과 민철이 거실로 들어선다. 아내가 안방에서, 딸 소영이 2층에서 내려온다.


아내.    당신 오셨어요.

소영.    아빠, 오셨어요.

사장.    어, 그래.


아내와 소영이 민철을 본다.


사장.    아, 여기는 한민철이라고 회사 직원이야. 여기는 아내 천숙자 씨, 그리고 얘는 내 하나밖에 없는 딸 소영이.

아내.    아, 네, 안녕하세요.

민철.    안녕하십니까. 한민철이라고 합니다.

아내.    만나서 반가워요.

소영.    (커진 동공) 안녕하세요.

민철.    (웃으며) 안녕.

사장.    이 친구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같이 살 거야.

아내.    네?

사장.    왜 밖에 별채 있잖아. 거기 쓸 거니까. 좀 치워놔.

민철.    아닙니다. 제가 치우면 됩니다.

사장.    그럼 소영이가 이 친구 청소하는 것 좀 도와줘라.

소영.    (싫지 않은 듯) 네, 아빠.


# 별채


내부를 둘러보는 민철과 그런 민철을 보는 소영.


민철.    (둘러보며) 작지가 않네. 생각보다 넓은데!

소영.    원래 집에 손님 오면 여기서 머물다 가시곤 했거든요.

민철.    아 그래. 깨끗해서 혼자 청소하고 정리해도 될 거 같은데, 소영 학생은 가서 쉬지 그래.

소영.    아네요. 겉보기만 그렇지 안 보이는데 구석구석 먼지가 많아요.

민철.    그래?

소영.    네!

민철.    나야, 도와주면 고마운데, 미안해서 그렇지. 공부할 시간 빼앗는 건 아닌가 해서.

소영.    괜찮아요. 그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민철.    그래?

소영.    네!


민철은 청소를 하고 소영은 이곳저곳 걸레질을 한다.


# 소영의 방


이른 아침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방 안에 알람이 울린다.

손을 뻗어 알람을 끄고 일어나는 소영.

욕실로 향한다.


머리를 털며 들어오는 소영. 화장대에 앉아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다.

거울 보고 화장을 시작하는 소영.


계단에서 내려오는 소영.

꾸안꾸 스타일로 헤어와 화장을 했다.


# 주방


식탁에 부모님과 민철이 앉아 있다.


소영.    (차분한 목소리로) 안녕히 주무셨서요? (자기 자리로 가 앉는다)

민철.    (소영을 보고) 우와, 소영이는 자 다 깬 얼굴도 화사하네.

소영.    (엷게 미소 지으며 머리를 넘긴다. 얌전하게 먹는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 안방


사장의 출근 준비를 돕는 부인.


부인.    요즘 소영이가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사장.    소영이가?

부인.    네! 요즘 들어 부쩍 외모에 신경 쓰는 게.

사장.    사춘기니까 그러지.

부인.    아니에요. 한 군 이 집에 들어온 후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도 봐요. 그 아침에 머리도 감고, 화장까지 했던데.

사장.    그랬어?

부인.    그럼요!

사장.    그래? 소영이가 한 군을 짝사랑이라도 하나?

부인.    당신은 괜히 한 군을 집에 들여보내가지고는.

사장.    뭐, 그런다고 연애라도 할까 봐? 별 걱정을 다해.

부인.    아니, 누가 그런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 거실


거실에 소영이 서 있다.

아침보다 한층 꾸민 모습이다.

사장이 나오자 같이 현관으로 걸어간다.


사장.    그럼 다녀올게.

부인.    잘 다녀오세요.

소영.    다녀오겠습니다.


# 집 앞


문 앞에 민철이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민철을 보고 좋아하는 소영.


# 차 안


뒷좌석에 사장이 앉아 있다. 조수석에는 소영.

민철을 의식하는 소영.

민철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민철.    소영이 먹을래?

소영.    이게 뭐예요?

민철.    내가 먹는 커피 사탕. 한 번 먹어봐. 카페인과 당분이 정신이 맑게 하는 기분이랄까.

소영.    (다소곳이 받는다) 고맙습니다. (받은 두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는다. 이따금 민철을 본다)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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