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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10. 2023

유치뽕짝 드라마 -72-

# 룸살롱


접대 중인 민 사장. 옆에 민철이 앉아 있다.

상대방이 민철에게 술잔을 내밀자 민 사장이 자신이 받아 마신다.


# 민 사장 차


뒷좌석에서 잠들어 있는 민 사장.

운전하고 있는 민철.

차창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 민 사장 집


민철이 민 사장을 부축해서 거실로 들어온다.

민 사장을 소파에 앉힌다.


부인.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민사장 소영이. 소영이는? 아빠가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네. 소영아. 얘 소영아!

부인.    소영이 아직 안 들어왔어요.

민사장 아니, 아직 안 들어왔다고? 아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안 들어와?

부인.    당신이 걱정되시면 한 번 찾아 나서 보든가요. 남은 애가 아직 안 들어와서 속이 타 죽겠는데, 당신은 술이 넘어가요?

민철.   제가 한 번 나가 찾아볼까요?

부인.   한 군이? 그래주겠나?

민사장 아니, 한 군이 나갈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민철.    하루가 지나지 않아 받아 주지 않을 겁니다. 제가 나가서 찾아보겠습니다.


민철이 현관으로 걸어가 신을 신고 나간다.


부인.    고마워요. 한 군. 비 오니까 이거 쓰고. (우산을 건네준다)


# 민 사장 집 앞


민철이 우산을 쓰고 나와 걸어간다.


# 골목


불량해 보이는 남녀 학생들이 모여 있다.

벽에 소영이 서 있다. 그 주위를 여학생들이 둘러쌌다.


여학생 1. 야, 민소영. 너, 상철 선배한테 선물 받았다며?

소영.      (간신히 끄덕인다)

여학생 2. 하튼 얼굴 반반한 것들이 더 꼬리를 친다니까. 상철 선배는 내 거야. 이 년이 어딜 넘봐!

소영.       꼬리 친 것 아냐.

여학생 1. 이게 죽으려고 어디서 말대꾸야! (손이 올라간다)

소영.      (움찔한다)

여학생 2. 이 년 말로 해서는 안 되겠는데. 그 예쁜 얼굴에 스크래치 좀 내줘? (소영의 턱을 잡고 좌우로 돌린다)

민철.    (소리) 어이 학생들!


남녀 학생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본다. 소영이도 고개를 돌린다. 우산을 들고 민철이 서 있다.


소영.      (울먹이며) 아저씨!

남학생 1. 어이, 아저씨. 그냥 가던 일 교사. 괜한 남의 일에 끼어들다가 피 보지 말고. 예?

민철.      (소영이를 가리키며) 그러지 않아도 저 학생만 데리고 갈까 하는데, 보내 주지.

남학생 1. 아니, 이 아저씨가 귀때기가 막혔나 말귀를 못 알아들어. (민철을 밀친다) 다친다니까. 곱게 보내줄 때 가라고!


민철이 남학생 1의 디딤발을 차니 남학생 1이 바닥에 쓰러진다.

소영에게 다가가는 민철.

지켜보던 남학생들이 덤벼보지만 민철은 큰 힘 들이지 않고 학생들을 제압한다.

먼저 쓰러졌던 남학생 1 이 광경을 보고 무릎 꿇는다.

민철이 소영을 붙잡고 있는 여학생들을 노려 본다.

소영을 풀어주는 여학생들.


소영.    (민철에게 달려간다) 아저씨!

민철.    (한 팔로 소영의 어깨를 감싼다) 앞으로 이 학생 건드리지 마. 오늘은 이걸로 끝내는데, 그때는 이걸로 안 끝내.


소영을 데리고 자리를 빠져나가는 민철. 외투를 벗어 소영에게 걸쳐 준다.


# 길


민철이 한 손은 우산을 들고, 한 손은 소영의 어깨를 감싸고 걸어간다.

소영의 어깨에는 민철의 외투가 걸쳐져 있다.


소영.    아저씨.

민철.    응, 왜?

소영.   그런데, 제가 거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민철.    전에 지나가다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걸 봤거든. 혹시 있나 해서 와봤지.

소영.    (민철을 주시한다) 네~~~


# 민 사장 집


소영이 신을 벗고 엄마에게 달려간다.


소영.    엄마! (엄마 품에서 운다)

부인.    아이고, 내 새끼. 많이 놀랐겠네.

민사장 (딸의 등을 다독이며 민철을 본다) 고맙네. 내 딸을 구해줘서.

민철.    괜찮습니다.

부인.    고마워요. 한 군. 정말로 고마워요.

민철.    아뇨, 그러실 것까지야.

소영.    (눈물을 훔치며) 아저씨 고마워요.

민철.    아냐, 많이 놀랐겠는데, 아까 일은 잊고 잘 자.

소영.    네, 아저씨도요.


민철이 나간다. 소영은 현관 쪽을 보고 있다.


# 소영의 방


침대에 누워 있는 소영.

소영을 재우고 나가는 부부.


# 안방


부인이 방 안으로 들어와 화장대 앞에 앉는다.

민 사장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부인.    (거울로 남편을 보고) 당신은 이 시국에 신문이 눈에 들어와요?

민사장. 무슨 큰일이라도 났어?

부인.    하마터면 하나뿐인 딸에게 큰일이 날 뻔했어요.

민사장 그래서 큰일이 났냐고.

부인.    당신도 참. 당신은 소영이가 납치됐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죠?

민사장 이 사람이 이 밤에 왜 갑자기 시비야.

부인.   태평하게 신문을 보고 있으니 하는 말이죠.

민사장 그야, 아무 일 나지 않았으니까. 한 군이 잘 해결하고 왔으니까 그러는 거지.

부인.  그나저나, 한 군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민사장 그건 왜 묻는데.

부인.    전에 그러지 않았어요? 당신이 술집에서 바가지도 쓰고, 맞고 왔는데 한 군이 가서 정리하고 왔다고. 이번에도 소영이를 불량 학생들에게서 구해줬으니 하는 말이죠.

민사장.  (신문을 보며) 조폭이었어.

부인.     예? 조폭이요? 조폭이면, 조직폭력배 아니에요?

민사장.  맞아.

부인.      아니, 당신 제정신이에요? 조폭을 집에 들이면 어떻게 해요!

민사장.   아니, 이 사람이. 그래서, 무슨 안 좋은 일 있었나? 오히려 한 군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생각 안 해? 한 군이 아직도 조폭이야? 한 때 조폭이었다는 거지. 지금은 맘 고쳐 먹고 잘 살아보려는 사람을~~~ 그리고 당신은 그런 편견 가지면 안 되지 않아? 나 당신과 결혼하려고 할 때 당신 부모님이 날 얼마나 반대했어! 어? 전과자 자식이라고. 당신이 부모님 반대 무릎 쓰고 나와 결혼한 거 아니야. 난 당신의 선택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이 정도 사는 거 아니겠냐고.부인.    그야 그런데.

민사장. 그러면, 그 친구 과거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마.

부인.     아, 알았어요.

민사장. 그만하고 자자고. (침대로 가 눕는다)


부인이 옆에 와서 눕는다.


부인.    그나저나 소영이 말이에요.

민사장. 소영이가 또 왜?

부인.    아니, 이번에 보니까, 성적이 떨어졌더라고요. 한 군 오면서부터인 거 같은데~~~ 듣고 있어요?

민사장 그 일이라면 내게 맡겨둬.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만 잡시다.


# 거실


식사를 마치고 민 사장이 거실로 나온다.

소영이 뒤를 따라오면서 식당에 있는 민철을 의식한다.

민철이 뒤이어 나온다.


민철.       잘 먹었습니다.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부인.      (주방에서 나온다) 한 군, 잠깐만, 이리 와서 뭐 좀 가지고 가요.

민철.      아? 예! (다시 주방으로 들어간다)

민사장.    소영이는 잠깐 여기 앉아봐라.

소영.       (민철을 보고 있다가) 네? 네, 아빠. 긴 소파에 앉는다.

민사장.    너, 이번 중간고사 성적 떨어졌다며?

소영.        네? 네.


민철이 접시와 꾸리미를 들고 주방에서 나온다.


민사장.    너,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맘이 콩밭에 가 있는 거니? 엄마가 그러는데,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며.

소영.       (민철을 의식하며 작은 소리로) 많이는 아니고, 5등 정도 떨어졌어요.

부인.       (소영 앞에 앉으며) 5등이 적은 거니?

소영.       (민철을 의식하다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 그건 아닌데.

민철.       (거실에 서 있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럼 가보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사모님. 그럼 쉬십시오.

부인.       (현관으로 걸어간다) 그래요,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

민철.       아닙니다. 맛있겠는걸요. 그럼. (인사하고 신을 신고 나간다)

소영.       (울 것 같은)


# 소영 방.


문을 쾅 닫고 들어오는 소영.

책상에 앉아 엎드려 울기 시작한다.

한참 울다가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본다.

별채가 보인다.

별채 옆에  민철이 개랑 놀고 있다.


# 마당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소영.

개와 놀고 있는 민철.


민철.    (소영을 보고) 소영아.

소영.    (쭈뼛거리며 나온다)

민철.    (다가간다) 괜찮아?

소영.    (개가 다가오자 어루만진다) 네.

민철.    (소영의 어깨를 툭 친다)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더 잘 보면 되지. 안 그래?

소영.    흐흠. 이번 중간고사 때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어요. 저 원래 이 정도 아니거든요.

민철.    그래. 내가 봐도 그래 보여.~~~

소영.    (안심하는 표정)

민철.    그럼 이건 어때?

소영.    네?

민철.    다음번 시험에 소영이가10등 이상 성적이 올라가면아저씨가 소영이 소원 하나 들어줄게.

소영.    (귀가 솔깃해진다) 소원이요?

민철.    어, 소원!

소영.    아무 소원이 나요?

민철.    응!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아무거나.

소영.    (초롱초롱한 눈망울)


# 안방


민 사장이 신문을 보고 있는데, 부인이 들어와 민 사장을 데리고 나간다.


# 소영 방문 앞


계단을 올라온 두 사람. 부인이 민 사장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준다.

도둑 발로 소영의 방으로 다가가 조용히 방문을 여는 부인.

부인이 오라는 손짓에 민 사장이 살며시 다가간다.

방 안을 보니 소영이 열공 중이다.

이 모습을 보고 웃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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