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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13. 2023

유치뽕짝 드라마 -74-

# 민철 사무실(현재)


민철이 일하는데 소영이 소파에 앉아 있다.


민철    그래서, 나랑 저녁 먹기 위해서 찾아왔다고?

소영    네, 저 신경 쓰지 말고 일하세요. 전 기다리면 돼요. 제가 아저씨 일 방해한 건 아니죠?

민철    아니, 괜찮아. 거의 끝나가.

소영    그래요? (일어나 민철의 옆으로 걸어간다. 부부 사진이 놓여 있다) 어, 이 분이 오빠 아내 분이구나. 우와! 미인이시다! (태아 사진을 보고 본다) 어, 이건 태아 사진인데, 언니 임신했어요?

민철    어, 이제 4개월 지났어.

소영    어, 어떡하죠?

민철    왜?   

소영    실은 아저씨 집에 가서 집밥 해달라고 하려 그랬는데. 귀국 후 외식만 하니까 집밥이 그립더라고요. 

민철    그거라면 걱정 마. 내가 해주면 되지.

소영    아저씨가요? 

민철    엉!


# 민철 집


인아가 현관문으로 민철을 마중 나왔다.

현관문이 열리고 민철과 소영이 들어온다.


인아    오빠 왔어~~~(소영을 보고 놀란다)

민철    아, 이쪽은 민소영이라고, 내가 이십 대 후반 때일했던 회사 사장님의 딸. 얼마 전에 미국에서 귀국했는데, 집밥이 먹고 싶대서 데리고 왔어. 괜찮지?

인아    네? 네!

소영    안녕하세요, 언니 민소영이예요. 오빠랑은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오빠한테 집밥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오빠가 해준다고 해서요. (인아에게 과일 바구니를 건넨다)

인아    (받으며) 네, 어서 오세요.


소영은 집 안을 둘러보며 거실로 가 소파에 앉는다.

민철은 안방으로 들어간다.


인아    뭐, 마실 거라도?

소영    아뇨, 괜찮아요. 

인아    아, 네.


민철이 옷을 갈아입고 나와 주방으로 걸어간다.

인아가 민철에게 다가간다.


민철    인아는 앉아 있어. 내가 하면 돼.

인아    아뇨, 제가 할게요.

민철    아냐, 내가 한다니까. 몸도 무거울 텐데 앉아서 쉬어.


인아는 쭈뼛거리며 소파로 걸어가 소영 옆에 거리를 두고 앉는다.


소영    사진에서 본 것보다 미인이세요. 

인아    아, 네 감사해요. 소영 씨도 예쁘신데요. 

소영    오빠가 결혼한 이유를 알겠어요.

인아    (엷은 미소)

소영    오빠가 저 고등학생 때 아빠 회사에서 일했거든요. 저희 집에서도 같이 살았고요. 

인아    아, 예.

소영    지금 임신하신 거예요?

인아    네. 5개월 접어들어요.

소영    아, 그런데 배가 많이 안 나왔어요.

인아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소영    오빠가 잘해줘요?

인아    네? 네.

소영    이렇게 예쁘시니 잘해줄 수밖에 없겠네요.

인아    (어색한 미소) 아, 예

민철    다 됐습니다. 모두 오세요.

소영    정말요? 오빠?


소영이 일어나 식탁으로 걸어가고 인아가 뒤따라 간다.


소영    (식탁을 보고) 반갑다 집밥. 얼마 만에 먹어보냐! 오빠 고마워요!

민철    고맙긴, 하긴 했는데, 소영이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

소영    (식탁에 앉으며) 맞고 안 맞고가 어디 있어요. 오빠가 해준 집밥이라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는데. 언니는 좋겠어요. 오빠가 이렇게 다정하고 요리도 잘해서.

인아    네? 네.

민철    한 번 먹어봐.

소영    네! 잘 먹겠습니다. (밥 한 술 떠서 입에 넣고, 반찬도 집어 입에 넣는다) 으음! 맛있어, 맛있어! 오빠 아주 맛있어요! (그러면서 민철의 팔을 만진다)

인아    (신경 쓰이는 소영의 손길)

민철    그래? 맛있어?

소영    네. 정말 맛있어요.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 (민철의 팔을 두드린다)

민철    소영이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인데.

소영    언니도 드세요.

인아    네, 네. (먹기 시작한다. 불편한 표정)


# 거실


셋이 소파에 앉아 있다.

인아가 과일을 깎고 있다.


소영    아까 너무 많이 먹어서 과일이 들어갈지 모르겠는데.

민철    밥 배, 과일 배 따라 있는 거 아니었어?

소영    아이, 오빠는! (민철을 툭 친다)

인아    (깎다가 잠시 그 장면을 본다)

소영    오빠 여기요. 드셔 보세요. (하나 집어 민철에게 내민다)

민철    고마워 (받아먹는다)

소영    언니도 드세요.

인아    (한층 불편한 표정) 예? 예.


소영은 웃으며 민철의 때린다.

그걸 보는 게 많이 불편한 인아.


# 현관문


신을 신는 소영

마중 나온 민철과 인아.


소영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 죄송해요. 언니.

인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소영    제가 나중에 살게요. 그때 또 봬요.

인아    네, 그러죠.

민철    잘 가. 밤길 조심하고.

소영    네, 오빠. 그럼. (민철의 손을 잡았다 놓는다)


문을 열고 나가는 소영.

닫히자마자 주방으로 걸어가는 인아.

인아를 따라가는 민철.


민철    미안해. 놀랐지. 아니 소영이가 집밥이 먹고 싶다는 거야. 그런데 연락을 하면 인아가 임신한 몸으로 또 부산하게 차릴 거 아니야. 그래서 연락 안 하고 같이 왔어. 화났어?

인아    (화났지만) 아뇨, 괜찮아요. 화 안 났어요. (거실 테이블에서 접시를 챙겨 주방으로 간다)

민철    정말 화 안 났어? 괜찮아?

인아    (정리하고 설거지한다) 네.

민철    (인아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미안해.

인아    (손이 닿자마자 자리를 옮긴다)

민철    (약간 어색해진 민철)

인아    (보지도 않고) 씻으세요. 주무셔야죠.

민철    어? 어, 어! (인아를 살피며 안방으로 걸어간다)


# 안방


민철이 침대에 누워 있다.

인아가 씻고 나와 화장대에 앉아 화장품을 바른다.

말없이 인아를 보는 민철.

일어나 침대로 와 민철 옆에 돌아 눕는다.

민철이 팔로 감싸려는데, 인아가 손길을 살며시 걷어낸다.


민철    (일어나 앉는다) 말도 없이 소영이 데리고 온 일로 화났어? 화났으면 화났다고 그래. 말로만 화났다고 하고, 화난 기색 내지 말고.

인아    주무세요. 피곤하실 텐데.

민철    인아야!

인아    (일어나 앉는다) 오빠가 젊은 여자를 허락도 없이 집으로 데리고 온 걸 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요? 이 집은 오빠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제 공간이기도 해요. 우리 모두의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 공간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젊은 여자를 말도 없이 데리고 왔는데, 제 기분이 좋을 리 있어요? 그런데, 오빠는 제 기분은 개의치 않고 오빠 생각대로만 따라주길 바라는 거잖아요. 그런 오빠한테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오늘은 그냥 절 내버려 두세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기 싫으니까. (돌아누워 버리는 인아)

민철    아니, 소영이는 그냥 내 친동생 같은 애야. 인아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라고. 모르겠어?

인아    (눈을 감은 채 말이 없다)

민철    (인아를 바라보다 다시 바로 눕는다)


# 공인중개사 사무실


소영과 민철이 나란히 앉아 맞은편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아파트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 공인중개사, 민철과 소영이 둘러본다.

두 사람은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들으며 집안 내부를 살핀다.


공인중개사    두 부부가 사시기에는 이 집이 딱일 겁니다. 대형 마트도 가깝고요. 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단지와 가까워요. 초품아라고 하죠. 

소영            (부부라는 말에 민철을 보고 웃는다)

민철            (부부라는 말에 당황해한다) 아, 네.


# 카페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소영    바쁜데 이렇게 저와 집 같이 봐주러 가서 고마워요. 오빠. 제가 부동산 계약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이제 엄마 퇴원하면 같이 살 집이 필요했는데, 오빠 덕분에 해결할 수 있어서 고마워요.

민철    내가 소영이를 도와주는 건 당연하지. 나도 소영이 아버님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잖아. 그러니 내가 소영이를 도와줘야지. 안 그래?

소영    아까~~~ 공인중개사 아저씨가 저희 두 사람을 보고 부부인 줄 알았나 봐요.

민철    그러니까.

소영    그런데 그거 알아요?

민철    (소영을 말없이 본다)

소영    저는 그 소리가 나쁘지 않았어요. 왠지 그랬으면 좋았겠다. 그럴 수도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민철    (당황하는 눈빛)

소영    오빠를 처음 보고 좋아했잖아요. 오빠는 제 첫사랑이니까. 오빠는 그런 저를 어린 애로만 봤었고. 그래서 오빠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빠 아내 분 보니 저보다 한 두 살 많은 거잖아요. 며칠 전 오빠 집에 가서 언니 보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미국 가지 말고 한국에 남아서 내가 좀 더 오빠한테 적극적으로 끈질기게 대시할 걸 그랬나?' 물론, 아빠 돌아가시고 회사 정리하고 떠난 거였지만. 뒤늦게 후회가 됐어요. 이제 와서 소용없는 이야기지만~~~~~~ 어머, 내 정신 좀 봐. 오빠한테 괜한 이야기를 했네요.

민철    아, 아냐. 뭐. 추억이니까. 안 그래? 소영이도 이제 좋은 짝 만나야지. (시선을 피하며 커피를 마신다)

소영    (민철을 보다가) 그럼 일어날까요? 오빠 바쁜데.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오빠.

민철    아냐, 무슨 일 있음 연락해.

소영    아! 며칠 있음 아빠 기일이라 추모 공원 가려는데 오빠도 같이 갈래요?

민철    그래? 그럼 나도 가야지. 사장님 기일이면 나도 가야지. 그럼 그때 내 차로 같이 가. 

소영    그래 줄래요? 그럼 전 편하고 좋죠. 잘 됐네요. 엄마도 입원해 계셔서 혼자 가기 그랬는데, 오빠가 가준다니까 든든할 것 같아요.


# 인아 회사


일하고 있는 인아.

인아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린다.

스마트폰을 열어 보는 인아.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알리는 알람이다.

클릭하니 소영의 계정.

망설이다 수락하고 피드를 열어본다. 

첫 페이지에 방금 전 민철이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는 사진 여러 장이 있다.

캡션에는 "오빠랑 집구경. 부부 느낌 만끽"이라고 적혀 있다. 

그 밑으로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민철의 사진도 있다.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인아.


# 민철 인아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철.


민철    (신을 벗고 거실로 걸어가며) 나 왔어.


조용한 실내.

인아를 찾는 민철.

인아는 작은 방에 있다.


민철    인아야, 여기 있었네. 여기서 뭐 해? (인아에게 다가간다)

인아    아니, 오지 말고 거기 있어요.

민철    (다가가다가 멈춘다) 어? 왜? 또 무슨 일인데.

인아    우리 오늘부터 각방 쓰기로 해요. 

민철    어? 각방? 갑자기 왜?

인아    오빠랑 한 방 한 침대에서 같이 자기 싫어졌어요. 그러니 오늘부터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각방 써요.

민철    왜? 또? 혹시 소영이 때문에 그래? 그건 그때 이야기 끝난 거 아니었어?

인아    문제는 오빠가 진행형인 게 문제죠. (스마트폰을 열어 보인다.)

민철    아니, 그건, 소영이가~~~

인아    오빠, 이 여자랑 살 집 구하러 갔었어요? 

민철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게 아니라, 소영이 어머니가 입원 중인데, 퇴원하면 같이 살 집이 필요하다고 같이 구해 달라고 해서 함께 임장 다녔을 뿐이야. 

인아    왜 그 일을 오빠가 하냐고요. 그 여자는 한국에 친구나 친척도 없대요? 

민철    있지. 있는데, 오래 시간 한국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오니 연락할 사람이 나 밖에 떠오르지 않더래. 나도 소영이 아버님한테 빚진 게 많아. 내게 사업하는 법을 알려주신 분이고, 꽤 많은 사업 자금까지 선뜻 내어 주신 분이야. 그러니,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도 내가 나선 것뿐이지. 인아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아니니까.

인아    그럼, 그 말의 의미는 제가 아무리 오빠가 이 여자랑 사적이든 공적이든 만나는 게 불편하고 싫더라도 계속 만나겠다는 거네요?

민철    그야, 인아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니까.

인아    오빠만 아니면 뭐해요! 이 여자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 이상 오빠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민철    그 말은 소영이가 무슨 꽃뱀이라도 된다는 말로 들리는데, 없는 자리에서 그리 말하면 안 되지.

인아    (할 말을 잃은 인아) 오빠 맘 잘 았았으니까. 이제 나가요. (민철의 등을 떠민다)


인아에게 밀려 쫓겨난 민철.


# 민아의 집


식탁에 마주 앉은 민아와 인아.


민아    언니 집에 오는데 뭘 또 이런 걸 사 왔어. 그냥 오지.

인아    그래도. 아이들은?

민아    뭐, 유치원 가고, 학교 가고.

인아    아, 그렇구나. 

민아    그래, 요즘 어때? 오빠랑 잘 지내? 뱃속 아기는 잘 크고?

인아    응? 응! 잘 지내. (초점을 잃은 시선)

민아    (인아를 본다) 인아야.

인아    응, 언니.

민아    무슨 일 있니? 표정이 안 좋아.

인아    아냐, 아무 일도.

민아    아니, 그냥 네 낯빛이 어두워 보이길래. 무슨 일 있나 해서.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너,  언니는 못 속인다. 언니 의사잖아.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는 의사니까. 고민 있으면 속 시원하게 말해봐. 없으면 말고.

인아    (입술이 떨리더니 울음을 터뜨린다) 언니! 엉엉엉.

민아    (놀라서 어쩔 쭐 몰라하다가 티슈를 여러 장 뽑아 인아에게 준다) 인아야, 왜 울어? 인아야 무슨 일이야?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준다)


# 민아의 집


집으로 들어오는 석호.

민아는 석호를 거실로 데려가 소파에 앉힌다.

석호를 노려 보는 민아.


석호    갑자기 왜 그래? 그런 무서운 눈으로 날 보고.

민아    민철 오빠 왜 그래요? 오빠 그런 사람으로 안 봤는데, 실망했어요.

석호    민철이? 민철이가 왜?

민아    오늘 인아가 다녀갔어요.

석호    인아가? 그런데?

민아    낯 빛이 안 좋길래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는 거예요. 어찌나 놀랐던지. 그래서 물었죠. 왜 우냐? 뭐 때문에 그러냐? 그랬더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오빠가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소영인가? 오빠가 젊었을 때 도움 받았던 사장님의 딸이라나.

석호    그거라면 나도 알지. 민철이 교도소 나와서 어렵게 취업했던 곳인데, 사장님이 배려 많이 해준다고 했었어. 그래서 그랬나 보지.

민아    아니, 그러면 결혼까지 해서 배 속에 아기까지 있는 아내 두고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도 돼요? 며칠 전에는 그 여자랑 집까지 보러 다녔대요. 그 여자가 인스타그램에 뭐? "오빠랑 집 구경. 부부 느낌 만끽"이라고 적었대요.

석호    (심각해지는 표정) 민철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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