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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14. 2023

유치뽕짝 드라마 -75-

# 대학교 교수실


김 교수가 컴퓨터 앞에서 분주하게 작업 중이다.

노크 소리.


김교수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인아가 들어온다.


김교수    (일어나 인아에게 걸어간다) 어, 왔어? 

인아       선배, 오랜만이에요. 

김교수    어, 정말 오랜만이다. 5년 됐나?

인아       네, 뭐 그 정도 된 거 같아요. 

김교수    나 다 끝났으니까. 나가자. 잠깐만 기다려봐. (책상으로 다가가 컴퓨터를 끈다)


# 레스토랑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인아와 김교수.


인아    이렇게 비싼 거 안 사줘도 되는데. 이런 거 얻어먹으려고 연락한 거 아니에요.

김교수 아냐,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 정도가 뭐 어때서. 인아가 먼저 연락해서 놀랐어. 인아, 와인 마실래?

인아    아뇨, 전 괜찮아요. 선배 마실 거면 마시세요.

김교수 왜? 인아 와인 좋아하잖아.

인아    아, 저, 그게, 임신~~~~~~

김교수 아, 아. 그래! 인아 임신했구나! (만감이 교차)

인아    네. 4개월째.

김교수 아, 그래. 그랬구나. 

인아    교수는 주말 휴일도 없나 봐요. 

김교수 아, 늘 그런 건 아니고. 학회가 얼마 남지 않아서. 발표 준비를 하느라.

인아    아, 네!

김교수 그러는 인아는 어떻게 지내. 남편 분이 잘해줘? 

인아    네? 아, 네. 잘해줘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눈물이 맺힌다) 어머, 나 좀 봐. 임신해서 그런지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요. 

김교수 (손수건을 꺼내 건넨다) 여기. 이걸로 닦아.

인아    (받아 눈물을 닦는다) 고마워요. 선배.

김교수 (말없이 인아를 본다)


# 백화점


진열대에 놓인 만년필을 구경하고 있는 인아와 김교수.


인아    선배 교수 임용 축하 선물로 뭐가 좋을까 생각했는데, 만년필이 좋을 것 같아서. 넥타이를 선물할까도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김선배 난, 오히려 그게 좋을 거 같은데!

인아    (의외의 반응에 놀란 듯) 아, 네.


# 같은 장소


인아는 넥타이를 몇 개를 골라 김교수 목에 가져다 본다.

김교수는 흐뭇한 듯 인아를 내려 본다.


인아    이게 좋겠어요. 

김교수 그래, 

인아    (점원에게 주며) 이걸로 주세요.


점원이 계산하고 포장해 인아에게 준다.

인아는 다시 받아 김교수에게 준다.


김교수  고맙다. 인아야.

인아    고맙긴요, 늦게 드려서 오히려 죄송한걸요.

김교수 아냐, 괜찮아.


# 추모 공원


유골함에 민사장의 영정이 있다.

그 앞에 예를 갖추는 소영과 민철.


소영    아빠. 아빠가 친아들처럼 좋아하는 민철 오빠 왔어요. 

민철    (소영과 영정을 번갈아 본다) 늦게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사장님.

소영    아빠는 오히려 오빠가 와서 좋아하실 거예요. (영정을 보는데 흐느껴 운다)


민철이 다독여주자 소영은 민철 품에 기댄다. 


# 민철 차 안


소영    오늘 함께 와줘서 고마워요. 오빠.

민철    고맙긴. 응당 왔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보지 못한 내가 오히려 미안하지.

소영    아빠는 와 준 것만으로도 좋아하셨을 거예요.

민철    그럴까?

소영    당연하죠.~~~~~~저기. 오빠.

민철    어, 왜?

소영    저 오늘 기분도 울적한데, 제 술 상대 좀 안 해주실래요?

민철    (운전하다가 소영을 힐끗 본다)


# 호텔 바


테이블에 앉아 민철과 소영이 웨이터가 주는 술을 마신다. 

소영은 어느 정도 취한 상태다.


소영    (취기 섞인 말투로) 오빠. 너무하네. 나이 어린 여자는 싫은 것처럼 나와는 거리를 두더니, 뭐예요. 저랑 비슷한 나이의 여자랑 결혼한 거잖아요. 왜, 언니는 되고 저는 안 되는데요. 이거 불공평하지 않아요? 오빠 눈에는 제가 여자로 안 보여요? 

민철    소영아, 취했다. 그만 일어나자.

소영    아뇨, 저 안 취했어요. 오빠가 이렇게 똑바로 보이는데. 멋있고 잘 생긴 오빠. 민철 오빠. 그런데 많이 섭섭해요. 오빠한테 많이 섭섭해. 내가 얼마나 오빠 좋아했는데. 오빠는 어린 여자의 장난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러면 못 써요. 어려도 알 건 다 안다고요. 차라리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랑 결혼하면 억울하지나 않지. 나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어린 여자랑 결혼하고 애까지. 나도 그거 다할 수 있어요. 오빠랑 결혼도 할 수 있고, 오빠 아기도 임신할 수 있다고요. 왜냐, 나는 젊고 건강하니까. (민철에게 기대어 쓰러진다)


민철이 계산하고 소영이를 안고 술집을 나온다.


# 소영의 방


방문을 열고 소영이를 안고 들어오는 민철.

소영이를 눕히고 겉옷을 벗긴다.

모서리에 앉아 소영이 잠든 모습을 보다가 일어난다.

일어나려는 민철의 손을 소영이 잡아당긴다.

소영의 위로 쓰러지는 민철.

소영이 민철에게 입맞춤한다.

놀란 민철, 소영을 밀치고 일어난다.

당황한 민철 문으로 걸어간다.


소영    (침대에서 일어나) 가지 마요. 오빠도 절 원하잖아요. 가지 말라고요! (민철이 나가자 흐느껴 운다)


# 민철의 차


대리 기사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앉은 민철.

방금 전 호텔 방에서 일어난 일이 떠오른다.

정신을 가다듬는 사이 전화벨이 울린다.

화면을 보니, 석호다. 


민철    어, 석호야.


# 술집


석호와 민철이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석호    너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민철    어, 추모 공원에.

석호    추모 공원? 추모 공원에는 왜?

민철    어, 내가 전에 일했던 회사 사장님이 거기 안치되어 있거든.

석호    그럼, 그분 딸도 같이 갔냐?

민철    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석호    인아가 우리 집에 다녀갔단다.

민철    인아가?

석호    그래, 다녀만 갔냐? 아주 펑펑 울다 갔대!

민철    (말없이 술잔만 들이킨다)

석호    둘 사이에 무슨 일 있냐? 혹시 그 소영인가 하는 여자 때문이야?

민철    (말없이 술잔만 들이킨다)

석호    이 자식 안 되겠네. 야! 정신 차려! 너 이제 결혼한 지 1년도 안 됐어. 그리고 인아 임신 중이야!

민철    (말없이 술잔만 들이킨다)

석호    (민철의 멱살을 잡는다) 이 자식이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 민철 집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인아.

시계를 보니 열 시를 넘겼다.

텔레비전은 보고 있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다.

초인종 소리.

인아는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간다.

인터폰 화면에 석호가 보인다.

문이 열리고 석호가 들어온다.


인아    이 밤에 오빠가 무슨 일~~~


석호가 민철을 업고 들어온다.

멍과 상처 투성이의 민철의 얼굴이 보인다.


인아    (놀라 어쩔 줄 몰라한다) 오빠! 석호 오빠. 울 오빠 왜 그래요? 왜 이렇게 됐어요? 

석호    (말없이 민철을 업고 안방 침대로 가 눕힌다)

인아    (피떡이 된 민철의 얼굴을 보고 울며 석호를 본다) 무슨 일이에요? 예? 오빠. 자, 잠시만요. (안방에 달린 욕실로 가서 수건에 물을 적셔 와 민철의 상처를 닦는다) 우리 오빠 왜 이래요? 싸웠어요? 술집에서 싸웠어요? 몇 명하고 싸웠는데요? 열 명 하고 싸웠어요? 오빠도 알잖아요. 울 오빠 어디 가서 이렇게 맞고 다닐 사람 아닌 거! 무슨 말 좀 해봐요!

석호    (기어가는 소리로) 내가 그랬어.

인아    (닦다가 잠시) 네? 농담하지 말고요. 어디 가서 이렇게 됐는지 말하라니까요. 

석호    (좀 더 크게) 내가 그랬어. 

인아    (닦다가 중단하고) 오빠가요?

석호    어, 내가.

인아    그런데 (석호를 가리키며) 오빠는~~~~~~

석호    민철은 맞기만 했어. 

인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 정말로, 정말로 오빠가 울 오빠를 때렸어요?

석호    어, 내가 그랬어. 미안하다 인아야.

인아    아니, 왜요? 오빠가 왜 울 오빠를?

석호    그냥, 말하다가 그렇게 됐어. 

인아    그래도, 이건 아니죠. 사람을 이렇게 때려서는 안 되죠. 오빠는 울 오빠의 둘도 없는 친구잖아요. 친구가 어떻게 그래요? 게다가 오빠는 의사잖아요. 생명을 다루는 의사. 의사인 오빠가 어떻게 하나 밖에 없는 친구를 이 지경으로 (민철을 보니 울컥한다) 

석호    미안하다. 인아야.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인아    아무리 친구라도 이건 아니죠. 오빠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제 하나뿐인 남편이기도 하다고요. 오빠한테 크게 실망했네요.

석호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인아    됐어요. 이제 그만 가주세요. 

석호    그, 그래. 갈게. 다시 말하지만 정말 미안해.

인아    아뇨, 됐으니, 그만 가시라고요. 

석호    그래 (방을 나가는 석호)


방문이 닫히자 다시 민철 옆에 무릎 꿇고 물수건으로 상처를 닦는다.

민철이 게슴츠레 눈을 뜬다. 인아와 시선이 마주친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인아.


민철    (인아의 손을 잡는다) 가지 마.

인아    (손을 뿌리쳐본다)

민철    미안해. 내가 잘 못 했어. 환자를 두고 어디 가려고. 내가 잘 못 했어. 인아야. 정말로 미안해.


민철이 인아의 손을 잡아당기자 민철의 가슴 위로 쓰러진다.

상채를 일으켜 민철을 보는 인아


인아    (상처를 닦으며) 얼굴이 이게 뭐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민철    (얼굴을 찡그린다) 아, 아야. 그게 그렇게 됐어.

인아    정말로 석호 오빠가 그런 거예요?

민철    어.

인아    왜요?

민철    요즘 내가 인아한테 잘못한 게 많잖아. 맞을 짓을 했지. 그래서.

인아    세상에 맞을 짓이 어디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안 되죠.

민철    석호 너무 미워하지 마. 나 때문에 그런 건데.

인아    그래도 이건 아니죠. 

민철    그럼, 앞으로 영영 안 볼 거야?

인아    그건 아니지만, 당분간은.

민철    그러지 마.

인아    오빠는 그렇다고 맞아요? 맞기만 했어요?

민철    그럼, 내가 때려? 큰 일 나라고?

인아    아니, 막거나 피할 수도 있었잖아요.

민철    그냥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잘 못 했구나. 내가 맞을 짓을 했구나. 나 같은 놈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인아    말했잖아요. 세상에 맞을 짓을 없다고. 뭐, 오빠가 이렇게 맞고 들어오면 제 속이 시원할 거라 생각이라도 했어요?

민철    어!

인아    (민철을 노려 보다 일어나려 한다)

민철    (일어나려는 인아를 안는다) 미안, 농담, 농담이야. 농담이야.

인아    이거 놔요. 이거 놔요. 

민철    아냐, 미안해. 농담이야. 그럴 뜻은 아니었어.

인아    세상에 아무리 남편이 얄미워도 맞고 들어오는 걸 반기는 아내가 어디 있어요.

민철    미안해. 내가 잘 못 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인아    (민철이 말에 눈물이 맺힌다) 

민철    (인아를 꼭 안는다) 미안해. 그래도, 인아가 전에 이야기 한 그런 건 없었어.

인아    그런 거 뭐요?

민철    몸을 주거나 맘을 주진 않았다고!

인아    정말요? 그 말 믿어도 돼요?

민철    믿어도 돼! 하늘에 맹세코.

인아    알았어요. 믿을 게요.


인아를 보던 민철 인아 입술에 입맞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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