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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16. 2023

유치뽕짝 드라마 -76-

# 카페


인아가 앉아 있는데, 김교수가 카페로 들어온다.

인아를 보고 자리로 와 앉는다.


김교수.  오래 기다렸어?

인아.     아뇨, 저도 온 지 얼아 안 돼요.

김교수  식사 하지 아직 안 했지. 나가자.

인아.     아뇨, 선배. 브런치 먹었어요.

김교수. 아, 그래?

인아.    뭐 좀 마실래요?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교수 내가 사면 돼.

인아.    아뇨, 제가 살 게요.


#. 같은 장소


인아.    오늘 제가 선배를 찾아온 이유는 선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해서.

김교수 응? 그게 무슨?

인아.    실은 얼마 전까지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남편에게 화가 좀 나 있는 상태였어요. 그때 문득 김 선배 생각이 났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서 제가 연락을 한 거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김 선배를 만나면 조금 맘이 풀릴지도 모르겠다. 뭐. 이런 생각?

김교수. 그랬었구나.

인아.     김 선배를 만난 날 남편과 화해를 했어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그간에 쌓였던 모든 미움과 설움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새삼 깨달았어요. 아! 부부 사이에서 받은 상처는 부부 사이에서 풀어야 하는구나. 다른 사람을 찾을 게 아니라. 그래서 남편과 김 선배에게 미안했어요. 미안해요, 김 선배. 선배가 어떻게 말하든, 어떤 비난을 하든 달게 받을 게요. 정말 미안해요.

김교수.  (말없이 인아를 본다)

인아.     (조심스럽게 김 선배를 본다) 선배.

김교수. 아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난 오래간만에 널 봐서 좋았어. 그럼 된 거 아니야?

인아.     선배.

김교수. 남편과 화해했다니 다행이다. 그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마. 난 괜찮으니까.

인아.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선배.

김교수. 그만 일어나자. 바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아.    (김 교수가 일어나는 걸 지켜보다 일어선다)


# 호텔 카페


민철과 소영이 마주 앉아 있다.

한동안 서로 말이 없다.


소영.    오빠, 얼굴의 상처는?

민철.    아, 이거? 별 일 아니야. 신경 안 써도 돼.


다시 대화가 끊긴다.


민철.    소영아.

소영.    (민철을 본다)

민철.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소영이는 그냥 내 동생 같아.

소영.    하지만. 언니는.

민철.    모르겠어.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때도 지금도 난 널 한 번도 여자로 느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그렇다고 네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게 아니야. 소영이는 아름답고 여성스럽지. 다만 그런 매력이 내게 어필된 적이 없었다는 것뿐이야. 그에 비하면 아내는 너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이라. 이게 말로 어떻게 설명이 안돼. 난, 너만 괜찮다면 앞으로도 널 볼 생각이었거든. 내가 사장님께 많은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보답 차원에서도 널 도와주고 싶은데, 아내가 불편해하더라. 내가 그 점을 간과했었더라고. 내가 괜찮으면 아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내가 널 만나는 걸 싫어하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이렇게 너와 단 둘이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혹여 만나더라도 아내랑 같이 만날 거고.  

소영.    요 며칠 새아빠랑 오빠가 원망스러웠어요. 아빠는 날 좀 몇 년 만 일찍 낳지. 왜 늦게 낳으셔서 오빠한테 제대로 어필도 못해 보게 하셨을까. 또 오빠는 더 어리고 미혼의 나보다 왜 언니를 더 좋아할까.

민철.    (노기가 잠시 떴다가 사라진다) 내가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인연이란 걸 무시 못해. 내 인연은 소영이가 아니라 내 아내인거지. 소영이의 인연은 다른 곳에 있겠지. 사랑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 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거야. 자격도 안 되는 놈이 주제넘은 말일 것 같은데, 난 네가 좋은 남자를 만날 거라 생각해. 그때 되면, 내가 왜 나를 갖고 그랬을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올 거야. 혹시 만나면 내게도 소개해주고.

소영.    (울음 섞인 음성) 됐어요. 그 얘기는. 오빠 말 잘 알아 들었어요. 저 때문에 곤란한 일 겪었다면 죄송해요. 그냥 단 한 번이라도 오빠한테 여자로 확인받고 싶었나 봐요. 제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한 번이라도 그 사람에게 여자로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오빠한테 그랬어요.

민철.    (잠시 바라보다) 음~~~ 우리 그만 일어날까? (일어난다)

소영.    (일어난 민철을 빤히 쳐다본다)


# 민철의 집 거실


소파에 앉은 민철과 인아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텔레비전을 보던 민철이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 인아의 어깨를 감싼다.

가만히 있는 인아.


민철.    오늘 소영이 만나고 왔어.

인아.    (민철을 본다)

민철.    만나서 잘 이야기하고 왔어. 정리하도록.

인아.    저도 오빠한테 할 말 있어요.

민철.    (인아를 본다) 뭐?

인아.    실은 오빠랑 사이 안 좋을 때, 김 선배 만났어요.

민철.    김 선배?

인아.    왜, 오빠랑 결혼 전 강원도 여행 갔다 오는 길에 전화했던 유학 중이던 선배.

민철.    아, 아! 그분.

인아.    지금은 교수 임용돼서 대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있거든요. 축하도 할 겸 며칠 전에 만났어요. 한편으로는 오빠가 나 말고 딴 여자 만나는데 나라고 딴 남자 못 만나냐는 심정으로.

민철.    그, 그랬어?

인아.    네, 한 번 만났어요. 오빠랑 화해한 날.

민철.    뭐, 그, 그럴 수도 있지.

인아.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민철.    뭐가, 그분이?

인아.   아뇨, 제 마음이. 마음이 좋지도 않고, 편하거나 위로가 되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녀와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 오빠한테 미안해요.

민철.   아, 아냐, 내가 그렇게 만들었는 걸. 내 잘못이지. 난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인아 마음을 잘 살피지 못했어. 미안해.

인아.    네~~~ 그런데, 어떻게 참았어요?

민철.    뭘? 뭘 참아?

인아.    소영 씨가 유혹하는 걸 어떻게 이겨냈냐고요? 남자라면 백이면 백 그런 경우 넘어가지 않나?

민철.    이 사람 날 뭘로 보고. 내가 그렇게 쉬운 남잔 줄 알아?

인아.    소영 씨 예쁘잖아요. 여자가 봐도 날씬하고 예쁜데. 남자 눈에는 오죽하겠어요. 그리고 저 임신 때문에 오빠가 많이 참는 거 같은데. 쉽지 않았을 텐데~~~

민철.    확인시켜 줘? 확인시켜 줘야 믿겠어?

인아.    뭘 확인시켜 줘요? 뭘 어떻게 확인시켜 줄 건데요?

민철.    좋아 알았어. (일어나 인아를 번쩍 안아 든다)

인아.    (놀란다) 아, 아니. 제 말은~~~

민철.    됐고. 오늘 밤 각오해. (인아를 안고 안방으로 걸어간다)


안방을 닫고 들어가는 민철.


# 영수 입원실


짐을 정리하고 있는 영수와 미영.

짐을 가방에 넣고 닫는다.


미영.    다 됐네요.

영수.    드디어, 퇴원이다. 이 지극 지긋한 병원이랑 안녕이다.

미영.    (울먹이더니 울기 시작한다)

영수.    미영, 왜 울어?

미영.    오빠가 저 아니었으면 맞지도, 다치지도 않고, 병원에 입원할 일도 없었을 텐데, 저 때문에 괜히 몸고생 맘고생 한 것 같아서.

영수.    (미영을 안고 다독여준다) 괜찮아. 괜찮아. 난 오히려 하루 종일 미영이랑 있어서 좋았는 걸! 그러니 울지 마. 그냥 해본 소리니까.

미영.    (눈물을 닦고 영수의 품에 안긴다) 이제 아프거나 다치지 마요.

영수.    (등을 다독이며) 그래, 안 그럴게. 그러니 울지 마.


# 영수 집 근처 시장


미영.    여기 잠깐 차 좀 세워봐요.

영수.    어, 알았어.

미영.    오빠는 그냥 차에 있어요. 금방 갔다 올게요.

영수.    어? 어!


미영이 차에서 내리더니 시장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꾸러미를 들고 차에 타는 미영.


# 영수 집


집 안으로 들어와 주방에 장바구니를 내려놓는다.

재료를 꺼내어 씻고 다듬기 시작하는 미영.


미영.    조금만 기다려요.

영수.    내가 도와줄게. (미영에게 다가간다)

미영.    (영수를 제지하며) 저 혼자 하면 돼요. 오빠는 그냥 쉬고 있어요.


조리하는 미영을 식탁에 앉아 흐뭇하고. 보고 있는 영수.


# 같은 장소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두 사람.

식사하는 영수를 보고 있는 미영.


미영.    (영수의 표정을 살핀다) 어때요?

영수.    음! 맛있어! 맛있다.

미영.    오빠 입맛에 맞아요?

영수     어, 내 입맛에 딱인걸.

미영.    (영수를 보고 웃는다)


# 안방.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영수.    내 집에 와서 미영이가 차려준 밥도 먹고 참 좋다.

미영.    (영수를 보고 웃는다)

영수.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갑자가 졸리네.

미영.    그럼 자요.

영수     그럴까? 미영도 같이 자자.

미영.    네?

영수.   미영도 같이 자자고 (미영을 안고 눕는다)

미영.   (자지러지며 웃는 미영)


서로 마주 보고 누운 두 사람.

미영은 영수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 같은 장소


마주 본 채 잠든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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