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서치 N 전기수 Dec 03. 2023

기후위기만큼이나 인류가 처한 심각한 위기

두 번째 재앙

기후위기만큼이나 인류가 처한 심각한 위기가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게 그토록 심각한 위기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만약 저와 여러분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이미 그 재앙은 만성화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누구든, 어느 곳이든, 어느 국가 민족이든지 상관없이 전 인류가 처한 심각한 위기는 다름 아닌

집중력의 위기입니다.

왜 집중력 위기가 기후위기 못지않은 인류가 심각한 문제이자 재앙인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집중력은 얼마나 되십니까. 저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오래 하지 못합니다. 글을 쓰다가 스마트폰을 열어 봅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씁니다.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 간식을 꺼내 먹습니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글을 씁니다.


최근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책을 읽는 사람은 정말로 보기 드뭅니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훑어보죠. 어떤 SNS 플랫폼이든지 하나의 게시물을 읽으면 다음 게시물이 연이어 화면에 뜹니다. 무심코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 릴스를 보면 한 시간은 그냥 흘러갑니다. 어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만든 코드 하나가 전 인류를 스크롤의 구렁텅이에 빠뜨렸습니다.


카페나 식당에 가면 이런 부모를 봅니다. 자기들은 대화하고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던져 줍니다. 어른들이 대화하는 동안 아이들은 액정 화면만 보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신이 자녀의 집중력을 망치고 있다는 걸 모릅니다. 어릴 적에 너무 강한 자극에 길들여지면 독서에 흥미를 잃습니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기본인 리터러시 능력과는 영영 이별이죠. 글만 잘 써도 돈을 버는 시대인데 말이죠.


집중력이 왜 중요할까요?

집중력 저하는 인간의 오성(Understanding)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오성의 기능은 한 가지 주제나 문제를 끈기 있게 붙잡고 나가게 합니다. 사람들의 집중력 저하로 이제는 정치인이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유권자의 집중력 덕분에 한 가지 이슈가 터져도 며칠이 지나면 잠잠해질 테니까요.


반대로 마케터나 기업가는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집중력이 점차 떨어짐에 따라 소비자의 욕구 역시 자주 변하고 다양해질 겁니다. 그에게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마케터와 기업가는 전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번 집중력 저하가 어떤 정치적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해 볼까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이미 유권자층의 집중력 저하가 가져온 재앙을 몸소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깊은 사고 없이 투표한 결과를 2년 가까이 경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무조건 1번 아니면 2번만 찍는 지역감정도 집중력 저하의 한 단면입니다. 법 밖에 모르는 정치 경험 전무한 검사가 종합예술가인 정치인의 최정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 가능했습니다. 내년에는 과거 IMF 이상의 경제 위기가 올 거라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합니다. 집중력 저하가 가져온 나비 효과를 모두가 뼈저리게 경험할 겁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작가 호머가 쓴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세이렌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돛대에 결박하였습니다. 현대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붙잡으려는 여러 세이렌들이 많습니다.


특히  SNS 플랫폼 업체들은 가장 거대하고 힘 있는 세이렌들입니다. 그들은 시청자의 집중력을 붙잡아 광고로 돈을 법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시청자의 눈과 손을 붙잡아 두기 위해 갖은 방법을 이용합니다. 스크롤 기능과 알고리즘의 추천 기능은 시청자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머물도록 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SNS가 주는 자극에 물든 사람은 소설 같은 긴 호흡의 글을 읽지 못합니다. 덕분에 각종 추천도서 목록에 삐지지 않는 [총. 균. 쇠]를 읽는 사람이 희귀해질 겁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과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십여 년 뒤에 태어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랬으면 손가락만 빨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요한 하라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을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집중력 저하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느껴봤으면 합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간의 집중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정보를 퍼 나르는 SNS의 알고리즘과 그런 속성을 잘 아는 속물 정치인 만나면 한국에도 보우소나루 같은 극우 정치인이 권력을 잡을 겁니다. 저와 여러분은 미래에 벌어질 정치 재앙의 일부를 맛보고 있습니다.


저도 집중력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기에 저는 최근에 과거에 사두었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다시 꺼냈습니다. 개개인이 집중력 저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빅테크 기업들의 알고리즘을 바꾸도록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넣을 테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부는 OO를 주는 수단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