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이라는 경전-21-
죽어가는 불 앞에서, 부는 사람은 낙담한다. 인간은 그 꺼져가는 불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쓴다.
2006년 4월 21일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했다. 제목하여 『데보라 윙거를 찾아서』였다. ‘그랑 블루’와 ‘펄프 픽션’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여배우 로잔나 아퀘트는 불혹에 이르면서 서글퍼진다. 거울을 볼 때마다 늘어나는 주름살과 줄어만 가는 일거리가 그녀를 슬프게 한다. 그러던 차에 왕년에 잘 나갔던 데브라 윙거는 어떻게 지낼까 하는 궁금함에 찾아 나선다. 그녀의 추적은 데보라 윙거로 시작해 당대 여배우들을 찾아 인터뷰 하는 것으로 커져간다.
그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히로인들 역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자로써의 삶과 고뇌를 안고 살아간다. 기네스 펠트로, 맥 라이언, 샤론 스톤 등 모두들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좁아지는 운신의 폭과 배우로서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카로스의 날개로 태양 가까이 오르던 그녀들이기에 녹아내리는 촛농과 함께 빠진 깃털과 함께 추락하는 그녀들의 고통도 남보다 컸다.
현대인들은 늙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내가 늙는다는 것은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갈홍은 『포박자』에서 누구나 수련을 통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사회적으로 혼란한 전국 시대에 도교는 ‘불로장생’이라는 이상향을 낳았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끝내 찾지는 못하였다.
1940년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는 평생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가질 수 있는 꿈의 낙원 ‘샹그릴라(sangri-La)'가 등장한다. 그보다 훨씬 앞선 시대를 살다간 독일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작품 중에 「청춘의 샘」이란 작품이 있다. 그 작품을 보면 한 가운데 사각형의 커다란 욕조가 있는데 중앙에 있는 동상에 샘물이 흘러나오고 많은 남녀들이 목욕을 하고 있다. 좌측에는 병자나 노약자들이 자력으로 혹은 들것이나 수레에 실려 온다. 샘물에 목욕을 하고 나간 사람마다 벌거벗은 젊어진 몸으로 나와 우측에 위치한 천막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서는 베풀어진 연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남몰래 숲 속에 숨어 사랑을 나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어지고자 하는 욕망은 모든 인간의 염원인 것이다.
'Anti-Aging'의 물결이 거세다. ‘청춘의 샘’을 찾고자, 만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사들은 노화의 메커니즘을 밝혀보려 애쓰고, 환자들은 어떡하면 시대를 거스를 수 있는지를 알고자 소망한다. 그러다보니 노화방지는 연회비 1500만원에서 3000만원을 호가하는 하나의 산업으로써 성장하였다. 어느 노화방지 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의 말에 따르면 노화방지 클리닉에서 하는 일은 단순한 약 처방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젊음과 건강을 되찾게 해준다고 한다.
노화방지 산업의 성장으로 대한 여성비만노화방지학회 홍영재 회장에 따르면 호르몬 시장 규모만 해도 2008년 500억 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아울러 태반 주사 등의 각종 처방이 각광을 받고, 화장품 시장에도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atic)과 약품을 뜻하는 파마슈티컬(Phamaceutical)이 합쳐진 ‘코스메슈티컬(Cosmaceutical; 의학적 기술을 결합해 만든 화장품)’ 시장이 최근 5년간 한 패 평균 두자리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이나 바다 건너 미국까지 앞으로 도래할 초고령 사회와 맞물려 안티에이징 산업의 성장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한마디로 인간의 욕구와 상술이 결합한 현대판 ‘청춘의 샘’을 파는 봉이 김선달이 늘어나고 있다.
안티 에이징 기술로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보톡스다. 주사로 시술한다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지만, 반 년 정도의 주기를 두고 또 맞아야 한다. 보톡스 만으로 안 될 때 흔히 사용하는 것이 필러(filer)다. 이 역시 진피 구성 성분을 주사로 주름진 부위에 주입하는 것이다. 보톡스가 회당 30만 원선이라면, 필러는 회당 150만원 전후다. 그 다음으로 반영구적 시술로는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시술이 있다. 시술 대상에 따라 사용되는 기기도 다르지만, 이맥스의 경우 회당 50만 원선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최소한 3차례 이상 받아야 효과가 있다. 여기에 어떤 시술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안티 에이징 클리닉의 시장은 폭넓다. 안티 에이징에 관여하는 호르몬도 8가지가 있어 피부 성형 분야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안에는 탈모와 관련된 부분도 있고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의 시장도 다르지 않다.
안티 에이징은 아직 미성숙 학문이다. 아직 하나의 의학 체계로 분기화 되지 않았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코엔자임Q10’ 만해도 고혈압에 어느 정도 의학적 근거가 있을 뿐 나머지 질병에 대해서는 근거에 대한 판단유보를 받았다. 요즘 많이 통용되는 태반제제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호르몬제나 비타민 등 안티에이징 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위험도 지적받고 있다. 아직 노화의 메커니즘은 물론 안티에이징의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레발만 설치고 있다.
그럼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은 없는가?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십습관-특히 소식과 자연식-과 운동, 그리고 마음상태가 중요하다. 그 밖에도 절주와 금연 충분한 수면과 휴식과 스트레스 예방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또한 안정적인 상대와 섹스를 하는 것도 노화를 지연시키고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2006년 4월 20일 동아일보
뉴스메이커 3007년 10월 23일,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