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이라는 경전 -31-
실수로 해서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치자. 특별히 깔끔한 사람 아니고서는, 특히 남자라면 대수롭지 않게 다시 집어 털고 입에 넣을 것이다. 그렇담 과연 그런 짧은 시간에도 세균이 음식에 옮길 수 있을까?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클렘슨대의 연구자들은 세균들이 빨리 이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타일, 목제 카펫 같이 흔한 소품 표면에 식중독일 일으킬 만큼의 많은 양의 살모넬라균을 옮겼다. 시간을 달리하고 측정한 결과, 5초 후에는 150개에서 8000개의 세균이, 1분 뒤에는 그 수에 10배에 달하는 세균이 생겼다. 한 마리의 살모넬라균이 30분마다 배로 증식하면 일주일 내에 모든 사람이 묽은 변을 쏟아낼 것이다.
세균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들과 공존해왔다. 지금도 여러분들의 입 안과 코 속, 그리고 피부, 소화기 안에도 많은 세균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만큼 세균과 인간 간의 전쟁의 역사도 길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 경에 의해 항생제 페니실린을 내놓은 이후로 세균에 대한 인간의 확인 사살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세균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미 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합성 페니실린의 일종인 메티실린에 내성을 지닌 ‘황색 포도상구균(MRSA)'이 창궐한다. 그 세균 때문에 2005년 미국에서만 1만 90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인간이 좋은 취지로 시작한 세균과의 전쟁은 오히려 세균을 더 강군(强軍)으로 만들었다. 병원 안에서만 감염된다고 믿었지만, 일명 ’USA300'으로 명명된 균주는 인간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목욕보다는 향수를 찾던 습성이, 손을 씻기 보다는 항생제를 찾는 습성으로 전이된 결과다.
세균은 일단 자리를 잡으면 죽을 때까지 머무르며 새로운 침입자를 쫓아낸다. 효과가 광범한 항생제는 그중 대부분을 죽이기도 하지만 대개 몇 주만 지나면 똑같은 종류가 다시 생겨난다. 참고로 ‘항생제에 내성이 있다(antibioitic resistant)'라고 주장하는 제품은 요주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박테리아는 유전물질을 서로 교환하므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는 제 아무리 인체에 이롭다고 해도 절대 몸속에 들여보내면 안 된다.
만약 우리가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쌀 찌고 누구는 찌지 않는 체질이 장내 세균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내 세균이 식욕과 신진대사를 관장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는 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손꼽히기도 하지만, 식도 역류와 식도암 예방기능과 천식 발병률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6년 2월 9일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05년 3분기 항생제 처방률에 따르면, 동네 병원의 감기약 항생제 처방률은 61.79%로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45.01%, 종합병원 48.15%, 병원 52.21%보다 크게 높았다. 병원 간에도 높은 쪽과 낮은 쪽으로 나뉘어졌는데, 처방률이 높은 병원 측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이 높고 낮음으로 병원의 질을 구분 짓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감기 환자 항생제 처방률은 51379%로 미국의 43%(1999), 네덜란드의 16%(2000), 말레시아의 26%(2002)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판 뉴스위크, 2007년 11월 7일, p159~164
2006년 2월 10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