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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Mar 25. 2020

신학을 권하는 이유

그대에게 신학을 권하노라-1-

내가 네게 신학을 권하면 너는 내게 뭐라고 할까. 그래, 아마 나보고 미쳤다고 할 거야. 그래,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나도 군에 있을 때(그 때는 나도 교회 다니지 않았었거든) 군대 동기가 내게 성경 이야기를 꺼낼 때 나도 그리 생각했거든. ‘이런 미친 놈을 봤나.’ 나도 그 때 너처럼 교회를 다니지 않았고, 도리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욕했었다. 오히려 그 때는 불교나 노장 사상에 관심이 더 많았어. 진지하게 ‘출가해서 학승(學僧)이 되는 건 어떨까’ 고민하기도 했었으니까. 


그 때는 나도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뭔가 부족해 보였어. ‘사람이 오죽 못났으면 보이지 않는 존재를 있다고 믿고 미친 듯이 저럴까. 자신은 스스로가 구원해야지.’ 그런데 웃기지. 그랬던 내가 군에 가서 변했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목사가 되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었으니까. 10년 넘게. 결국 목사는 되지 않았지만, 내 집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지. 바로 내가 틈틈이 사서 모은 백여 권의 신학 책들. 그래서 나 조금은 진지한데, 내 얘기 좀 들어보지 않을래?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 난 네게 결코 개종을 권하는 게 아니야. 너에게 회개하고 교회 나오라는 것도 아니고, 십일조 내라는 건 더더욱 아니야. 난 순전히 네가 신학에 관심을 가져 봤음 하는 생각에서 이 말을 하는 거야. 이유는 간단해. 내가 공부해 보니까. 신학은 참으로 매력적인 학문이야. 그 이유는 네가 약간의 인내심을 갖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알게 될 거야. 


한 때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거 기억나? 땡땡 인문학, 땡땡땡 인문학, 무슨무슨 인문학 같은 책들이 서점에 넘쳐 났었지. 그 때 한 가지 의문이 들더라. 인문학 열풍이 부는데, 왜 신학에 대한 이야기는 없을까. 


왜냐고? 인문학 이야기를 하면서 신학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지. 인문학 이야기를 하면서, 흔히 ‘암흑의 시대’라고 일컬었던 ‘중세 시대’를 빼놓고 인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치, 경제, 사회, 학문의 전 영역을 교회가 좌지우지 했던 중세 시대 말이야. 서양사 책을 만드는데, 그 시대를 빼놓고 만든다고 생각해봐. 고대와 근대의 전후 맥락이 과연 이해될 수 있을까. 


요즘 또 각광 받는 책이 뭔지 알아? 그래, 그렇지. 바로 심리학 책이야. 그런데 기독교를 빼놓고 심리학을 논할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걸. 왜냐고? 이유는 간단해. 내가 말이지 전에 오래 전에 영미 문학 비평가인 헤럴드 블룸의 『세계 문학의 천재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말이야. 그 책에서 저자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 우리가 흔히 ‘성 어거스틴’이라고 부르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최초의 심리학자’로 묘사하더군. 이 말인즉슨, 자네가 심리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 근원을 찾아 나서면, 종국에는 ‘성 어거스틴’이라는 교회사의 가장 뛰어난 교부와 만난다는 말이지. 놀랍지 않아. 한마디로 이처럼 서구 문명은 기독교를 빼놓고는 언급할 수가 없다는 말이야.

 

이처럼 신학은 너도 잘 알다시피 서구 문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기본 소양이라는 거지. 그래서 디트리히 슈바니츠 교수의 저서 『교양』에서 다음과 같이 서구 문명의 젖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던데.


서양 문화의 젖줄은 이 두 강 중에서 하나는 이스라엘에서 발원하며, 다른 하나는 그리스에서 발원한다. 이 두 강줄기는 모든 축복 문화에 영양가 높은 이야기들을 공급하는 두 가지의 중심적 텍스트다. 


창세기에 요셉의 이야기가 나와. 아버지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바람에 형들의 미움을 산 요셉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 거두절미하고 이 요셉이 이집트의 노예로 팔려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가 되지. 때마침 그 때 중동에 극심한 가뭄이 왔고, 이집트 총리 요셉은 식량을 구하러 온 형들을 용서하고 고향에 남은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모두를 이집트에 와서 살게 하지. 그 때 야곱과 그의 자녀들이 살게 된 지역이 ‘고센’ 땅이라 일컫는 곳인데, 쉽게 말하면 지리학에서 말하는 ‘삼각주(三角洲)’야. 여러 강줄기가 만나 비옥한 토지를 이루는 곳. 서양 문명도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와 성경이 만나 형성된 고센 땅 위에 세워진 문명이라 나는 말하겠어. 이처럼 성경을 말하지 않고는 서양 문명을 설명할 길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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