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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31. 2020

내 답안지를 훔쳐본 그놈이 반에서 2등을 해버렸다.

당신의 재테크가 잘 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10 가지 지수

1989년 문학소년은 서울시 금천구의 가산중학교를 졸업 후, 엉뚱하게도 독산4동 집에서 꽤 먼 영등포 장훈 고등학교로 배정받게 되었다. 지금은 자율형 사립고로 바뀐 지 좀 되었지만 당시에는 장훈 여상과 한 운동장을 같이 쓰는 평범한 남고였다.


장훈고를 배정받고 첫 수업 날 확인해보니 우리 반에는 고등학교를 재수해서 온 애들이 세명 있었다. 지금은 고등학교 재수생이 거의 없을 듯 하지만 당시는 인문고를 가기 위해서 고등학교를 재수하는 애들이 있던 시기였다. 그중 한 명은 문학소년의 단짝이 되었고 나머지 두 명은 발랑 까지고 주먹을 꽤나 잘 쓰는 놈들이었다.


당시 문학소년은 수학을 너무나 싫어하는 고등학생이었다. 수학이 어찌나 싫었는지 수학의 정석 첫 장에 있던 '집합과 명제' 이외에는 거의 기억나는 게 없고, 공부도 하지 않았으니까. 모의고사를 볼 때는 집합과 명제만 풀고 나머지는 모조리 1번을 찍었다. 다행히 그 외 과목은 거의 항상 만점을 받았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보면 반에서 5등 안에는 항상 들었었다. 담임선생은 물론 반 아이들도 수포자(수학포기자)인 문학소년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모의고사를 보기 전날이었다. 영화 Saturday Night Fever에서 껄렁껄렁하고 디스코 춤을 잘 추는 학생인 존 트라볼타를 닮았던 재수생 중 한놈이 갑자기 문학소년을 조용히 불렀다. 그놈의 자리는 문학소년의 자리 오른쪽 바로 뒤 책상이었다.


문학소년. 미안한데 이번 시험 나 조금만 보여주면 안 될까? 아빠가 이번 시험도 못 보면 나를 죽인다고 했어. 한 번만 살려주라. 응?


사실 그놈이 문학소년을 겁을 주면서 보여달라고 했으면 안 보여줬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나 불쌍하게 부탁을 하는지 문학소년은 그만 보여주겠다고 약속을 해 버렸다. 다음 날 모의고사가 시작되고 나는 각 과목별로 문제를 다 풀고 답안지를 작성한 후, 5분 정도를 남겨놓고 팔을 들어 답안지를 오른쪽 밑으로 내렸다. 존 트라볼타 같은 그놈은 내 답안지를 후다닥 베끼기 시작했다. 내심 마음속 그 짧은 시간에 답안지를 얼마나 베끼겠어?라는 생각도 있었다.


모의고사는 끝났고 그놈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존 트라볼타 같이 머리를 빗으로 쓰윽 넘기며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당시 학교 매점에서 파는 싸구려 햄버거를 하나 건네줬다. 햄버거를 하나 받은 문학소년은 생각했다. 아무리 내 답안지를 커닝해봤자 나보다는 등수가 아래로 나오겠지.


얼마 후 모의고사 점수가 나왔는데 문학소년은 6등이었다. 언제나처럼 수학은 55점 만점 중 10점을 약간 넘었고, 나머지 과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다. 그런데 나의 답안지를 베낀 그놈이 2등을 해버렸다. 


존 트라볼타 갔었던 그놈은 문학소년의 수학 답안지는 커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학을 빼고 나머지 과목은 문학소년의 답안지를, 수학은 문학소년의 반대편에 앉은 다른 학생의 답안지를 커닝했고, 그 결과 수학을 뺀 나머지 과목은 문학소년과 같은 점수를 받고 수학 반타작을 한 그놈의 등수가 문학소년보다 잘 나왔던 것이다.


담임선생님은 갑자기 등수가 올라간 그놈이 수상하다고 추궁했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었기에 그냥 묻히고 말았다. 당연히 그다음 모의고사부터는 보여주지 않았고 그놈의 성적은 다시 바닥을 기게 되었다.  


당시 문학소년은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보여줬다고 해도, 어떻게 저렇게 귀신같이 모든 걸 커닝해서 나보다 등수가 잘 나올 수 있지? 저것도 능력이다. 시간이 흘러서 2학년이 되었고, 그놈들과는 다른 반이 되어서 그 이후에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


그때 문학소년의 답안지를 성공적으로 베껴서 2등을 한 그 녀석의 성적처럼, 재테크에 있어서도 나의 재테크가 잘 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수가 있지 않을까?




이 후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밀리의 서재에서"적금밖에 모르는 문과생의 돈공부"를 검색해 주세요. 강성범(문학소년) 저-2022년 1월 출간   https://millie.page.link/GCLV2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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