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의 역사 10] 10.26 사태 전말
#. 아래 내용은 2024년 4월에 출간된 '암살의 역사' 서두 부분.
"신재순이 한창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김재규가 별안간 박정희에게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고 소리쳤다. 뒤이어 권총을 뽑아 '너 이 새끼 건방져'라고 외치며 차지철에게 총탄을 발사했다. 김재규가 쏜 총탄은 차지철의 오른쪽 손목을 관통했다. 차지철은 '김 부장, 왜 이래'라고 외쳤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당황한 박정희는 '지금 뭐 하는 짓들이야'라고 소리쳤다. 김재규는 '너도 죽어봐'라고 말하며 박정희의 오른쪽 가슴에 두 번째 총탄을 발사했다."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땐 대체로 공과 과를 함께 바라보곤 한다. 긍정적인 인물도 과가 있을 수 있고 부정적인 인물도 공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 측면을 폭넓게 바라보는 것은 해당 인물을 객관적,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공과를 둘러싼 의견 대립이 극심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본편의 주인공인 '박정희' 대통령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의 보수, 진보 세력은 박정희를 매우 상이하게 평가한다. 보수는 경제를 크게 발전시키고 국방을 튼튼히 한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한다. 진보는 친일 행위, 군부 독재, 민주세력 탄압 등을 자행한 독재자로 평가한다. 때로는 양 진영이 박정희의 공과가 혼재함을 간과한 채, 자신들이 바라보는 측면만을 내세우며 충돌한다. 이에 따라 박정희란 인물은 매번 정치적 이념적 대립의 중심에 있었다.
실제로 박정희는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경제 발전에 전력을 다했다. 중화학공업, 수출산업을 육성하고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 국토종합개발과 산림녹화, 군 현대화 사업 등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대한민국의 경제 수준과 삶의 질은 눈에 띄게 향상됐고 농업 국가에서 현대 산업화 국가로 탈바꿈했다. 이런 측면에서 박정희는 산업화의 역군이자 훌륭한 지도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이다. 박정희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철저히 탄압했고 3선 개헌과 유신헌법 제정 등을 통해 장기집권을 획책했다. 그 결과 무려 18년 동안 권좌에 머무를 수 있었다. 이런 측면은 박정희를 전형적인 독재자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나아가 불행한 결말로 인도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박정희가 암살당한 '10.26 사태'가 그것이다.
이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 여러 해석이 있지만, 박정희 장기집권 무리수가 커다란 역효과를 낸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다. 역사적으로 순리를 거스르는 정치적 행위는 대개 역효과를 발생시켰다. 박정희 이전 시대에는 3.15 부정선거가 있었고, 이후에는 12.12 쿠데타 등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일으킨 주체들은 그 결말이 좋지 못했다. 결국 18년 절대권력을 무너뜨린 '궁정동 총성'은 박정희가 장기집권 수순을 밟는 순간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정희 정권 말기 각종 파열음과 10.26 사태 전말을 되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