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역사상 최강의 소드마스터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무신들이 그 족적을 남겼다. 이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무신을 꼽으라면 단연 '척준경'이다. 우리에겐 '이자겸의 난'과 고려사 반역 열전에 기록된 것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무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사인 '고려사'를 살펴보면 척준경은 '여진 정벌' 때 빛을 발했다. 1107년, 17만의 고려군이 여진족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했다. 고려군은 '석성'을 공격했는데 여진족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때 총사령관인 '윤관'이 척준경을 불러 "해가 저물면 일이 급하게 될 것이니, 네가 이관진 장군과 함께 여진족을 공격하라"라고 명했다. 이에 척준경은 "제가 일찍이 장주에서 잘못을 저질러 죄를 지었는데, 공이 저를 장사라고 하면서 조정에 용서해 주실 것을 청했습니다. 오늘이 제가 몸을 던져 그 은혜를 갚을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척준경은 석성 앞에 이르러 갑옷을 두르고 칼과 방패를 잡았다. 그런 다음 성벽을 타고 적진 한가운데로 '홀로' 뛰어들어, 여진족 추장 여러 명과 병사들을 때려죽였다. 척준경의 현란한 검술과 재빠른 몸놀림에 여진족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한마디로 '괴물', 그 자체였다. 이를 본 고려군은 사기가 드높아졌고, 일제히 공격을 가해 여진족을 크게 물리쳤다. 난관 속에서 척준경이 눈부신 활약을 펼침으로써 일순간 전세를 유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척준경은 공로를 인정받아 비단 30 필을 하사 받았다.
척준경의 무공은 계속된다. 1108년, 윤관과 오연총이 정예병력 8000명을 거느리고 '가한촌' 병목의 작은 길로 진격했다. 그런데 여진족이 나무가 우거진 곳에 매복하고 있었고, 고려군이 이르자 기습공격을 가했다. 고려군은 참담하게 패배했고 군사들은 고작 10여 명만 남았다. 졸지에 윤관 등은 여진족에게 포위됐다.
급박한 상황 가운데 척준경은 군사 10여 명만을 이끌고 윤관을 구원하려 했다. 이때 동생인 척준신이 "지금 적진이 매우 견고해 도무지 깨뜨릴 수가 없으니 헛되이 죽는 게 무슨 이득이겠습니까?"라며 만류했다. 척준경은 동생의 만류를 뿌리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는 돌아가서 연로하신 아버지를 모셔라. 나는 나의 몸을 나라에 바쳤으니 의리상 그만둘 수 없다." 이후 척준경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적진으로 돌진했고, 순식간에 여진족 10여 명을 때려죽였다. 윤관은 진정한 구세주를 만난 셈이었다. 때마침 이관진과 최홍정 등이 군사를 이끌고 합류해 적의 포위를 푸는 데 성공했다. 척준경은 도망치는 여진족을 맹렬히 추격해 36명을 추가로 베었다. 간신히 살아난 윤관은 척준경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지금부터 나는 너를 아들로 여길 것이니 너도 나를 아버지처럼 여겨라"라고 말했다.
'영주성' 전투도 빼놓을 수 없다. 여진족이 2만 명이 넘는 군사들을 거느리고 영주성 남쪽에 와서 포위했다. 윤관은 적의 규모가 상당하니 밖으로 나가 싸우지 말고 안에서 방어전만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준경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만일 나가서 싸우지 않는다면, 적군의 수는 날로 증가하고 성 안의 양식은 바닥이 날 것입니다. 밖에서 구원군도 오지 않는다면 장차 어찌 되겠습니까. 오늘도 신이 출전해서 죽을힘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청하건대 공들은 성위에 올라가 신이 어떻게 싸우는지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척준경은 이내 결사대를 이끌고 출전해 순식간에 적군 19명의 목을 베었다. 척준경과 결사대의 엄청난 무력에 놀란 여진족은 겁을 먹고 퇴각했다. 척준경은 호기롭게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성으로 돌아왔다. 윤관 등이 망루에서 내려와 척준경 등을 맞이한 뒤, 서로 손을 맞잡고 절을 했다고 한다. 이 밖에 '공험성 전투', '웅주성 전투' 등에서 척준경은 그야말로 괴력을 발휘하며 눈부신 공적을 세웠다.
지금까지 서술한 모든 내용들은 야사나 민담에 속한 것들이 아니다. 엄연히 '정사'에 기록된 내용들이다. 정확성과 세심함을 중시하는 사관들이 유독 한 인물만을, 그것도 역적으로 규정된 인물을 구태여 띄워주고 과장할 이유는 없다. 상술한 내용들이 사실이기에,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척준경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역사적 인물은 매우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역사 덕후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함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척준경의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이자겸의 난' 부분도 충분히 흥미로운 포인트다. 아울러 그동안 반역자로만 알려진 척준경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