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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승절 기념식

[이야기] 기념식이 갖는 의미

by 최경식


얼마 전 중국에서 치러진 거대한 행사에 눈길이 갔다. '전승절' 기념식이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가 5월 9일을 대독일 전승일로 기념하는 것처럼, 중국도 중일 전쟁에서 일본에게 승리한 9월 3일을 전승절로 기린다.


사실 중국 공산당이 중일 전쟁에서 기여한 바는 거의 없다. 기껏해야 '백단대전' 뿐이었고, 이외에는 자신들의 세력 확대에만 몰두했다. 현재 중화민국(대만)에 있는 국민당이 전쟁을 지휘했고 (외력에 힘입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중화민국은 중국 공산당이 주도적으로 전승절을 기념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다만 공산당도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중화민국의 기여를 애써 외면했지만, 지금은 인정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전승절 기념일도 기존의 8월 15일이 아닌 9월 3일로 변경했다. 이 날은 중화민국 국민혁명군 참모총장인 허잉친이 일본군 지나파견군 사령관인 오카무라 야스지에게 항복 문서를 받아낸 날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간 부분은 열병식에서 보인 중국의 군사력이다. 중국군 1만 2000여 명이 열병식에 동원됐다. 극초음속 미사일, 레이저 무기, 수중 드론 등과 더불어 100여 대의 항공기와 수백 대의 지상 장비가 투입됐다. 특히 미국 타격용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61은 물론 육·해·공 모두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적 핵 3축 체계'도 선보였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날로 성장하는 중국의 군사력이 실로 위협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톈안먼 성루에 중국, 러시아, 북한의 3 거두가 함께 올랐다는 점도 놀라웠다. 66년 만에 '북중러 연대'가 나타난 것은 과거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이 함께 했던 것을 연상시켰다. 미국 트럼프의 여러 가지 무리수가 이들의 연대를 촉발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신냉전'의 암운이 드리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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