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의미 있는 작업
그동안 5권의 역사책을 집필, 출간했다. 평일엔 본업, 주말엔 틈틈이 책을 썼다.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관련 이야기를 널리 공유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따른 것이다. 벽돌 쌓듯 노력이 축적되다 보니 어느새 열매가 맺어졌다. 출판사도 좋은 곳을 만나 본인이 의도한 대로 책을 낼 수 있었다. 이것은 상당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역사책을 집필, 출간하면서 느낀 점들이 있다. 몇 가지 소회들을 나누고자 한다.
사람들은 본인이 책을 썼다는 것, 그것도 역사를 주제로 한 책을 쓰고 시장에 내놓았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줬다. 책 내용에 대한 긍정과 더불어 나름의 '작품'을 생산할 때 들인 수고와 노력을 가상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의 폭이 넓어졌다. 집필한 책들을 무기로 삼아 플랜 B를 모색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작지 않다. 그동안 설민석 등 여러 역사가들이 역사를 (과거 대비) 대중 친화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맞다. 그래서 본인도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여전히 역사에 대한 거리감이 간단치 않게 남아있었다. 책 내용을 읽어보기도 전에 막연하게 "어려울 것 같다"라며 난색을 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던 게 단적인 예다. (다행히 난색을 거두고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술술 읽힌다.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공교육의 문제점이 크다. 기실 역사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분야가 될 수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 역사는 대중들에게 그렇게 인식돼 있다. 그러나 상술했듯 우리나라는 다른 상황이다. 이 문제의 근원은 공교육에 있다고 본다. 공교육에서 역사라는 분야를 단순 '암기과목'으로 만들어버렸다. 연도와 유물의 이름 등을 수없이 외워야 하는 재미없는 분야로 만든 것이다. 학창 시절의 역사 교육 '트라우마'가 역사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역사에 대한 공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암기가 아닌 스토리텔링(이야기) 위주로 말이다.
결론적으로 역사책 집필과 출간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개인적인 커리어 달성을 떠나, 역사라는 중요한 분야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 작업은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