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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Mar 21. 2022

봄은 왔건만...

7일간의 자가격리 일지


나는 절대로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걸리고 말았다. 이겨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위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록은 먼 훗날 또 다른 삶을 품어주리라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1일 차 : 기침과 콧물이 나 컨디션이 로다. 휴가 같지 않는 휴가를 얻었지만 이동거리가 좁으니 몸이 나른하고 계획했던 책 읽기는 잘 넘어가지 않는 상태다. 잠깐 누워있다가 다시 기운을 내어 본다. 약을 챙겨 먹고 할 일을 챙겨보았다. 1일 차는 그렇게 무리 없이 지나갔다.


2일 차 :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가 좋았다. 이런 날에는 산수유가 핀 마을이나 벚꽃이 만개한 어느 가로수길을 걷고 싶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

오늘의 몸상태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하지만 나른한 몸은 여전히 나를 책보다는 소파에 앉아 프로그램에 주시했다. 보지 못했던 한국기행을 연달아 보았다. 약의 기운으로 다시 누웠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다시 다짐해 본다. 3일 차에는 책 읽기와 글쓰기가 될 수 있도록 메모지에 별표까지 했다. 나의 다짐이겠지만 흩어지는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하고 일상을 견디기 위한 나만의 조절 능력이기도 하다.


3일 차 : 봄은 왔건만... 새벽에 봄비가 다녀갔는지 창밖의 풍경이 깨끗하다.

아직 몸상태가 그렇게 완벽하지가 않았다. SNS에 올린 자가격리 사연들이 동정심을 유발하고 나를 견디고 조절하는데 약간의 위로감을 주었다. 함께 공유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먼저 격리를 한 선배들은 책 읽기와 집안 청소, 드라마 보기 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이든 하는 것보다 나를 편안하게 내려놓는 자세가 중요하다.


4일 차 : 단단한 시어들을 마시고 싶다.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이유를 격리되고 나서야 알 것 같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마음을 놓고 보니 그저 어려웠던 것들이 너그럽게 보인다. 내일보다는 오늘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앞선다.


5일 차 : 아침 출근시간이 그립다. 라디오에 나오는 시사와 잔잔한 음악은 출근길의 기쁨이었다. 주말이면 떠났던 소소한 시골길에 만난 풍경은 또 얼마나 가고 싶은지 몸이 요동친다. 자기를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불편한 편의점 중


6일 차 : 일주일이 더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짙어질 때 현실이 직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적이다. 나 자신의 시선이 더욱 붉어올 때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

걸린 사람과의 동정심이 의외로 나를 보듬어 주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위안을 얻는다. 약에 취해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때가 잠시 무의식의 세계로 나를 내려놓는다.


7일 차 : 격리 마지막 날이다. 일주일을 정리하면 다시 출근할 준비를 한다. 아직 코는 맹맹하지만 몸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하루 더 쉬었으며 좋겠지만... 또 이런 날이 다시 주어진다면 알차게 보내야겠다.


자가격리가 나에게 생각할 여유와 몸을 다시 되돌아보았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잠시 음악에서 독서에서 글쓰기에서 단단하게 채워졌다. 고마운 시간이다.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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