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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May 29. 2022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 걷는 재미 ‘쏠쏠’

일상에서 걷기는 잠시 멈춤의 시간이다. 치유의, 힐링의 시간이기도 하다. 걷는다는 것의 단순함 속에 우리는 나 자신의 몸짓과 생각을 드러낸다. 어렵지도 않아 마음만 먹으면 실천이 가능하다.
루소, 홉스, 니체, 칸트, 아인슈타인, 소로 등 이들을 흔히 철학자라 불린다. 그들의 공통점은 걷기를 즐겨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철학자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를 통해 우리는 거듭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결국,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다. 고성의 고성읍과 삼산면에 걸쳐있는 갈모봉 산림욕장은 편백나무가 70% 대부분 차지할 정도로 빽빽하게 하늘로 뻗어 멋스러움을 자아낼 정도다.

탐방은 A코스 등산로를 출발하여 소금쟁이 고개쉼터~통천문~여위 바위봉~갈모봉 정상까지 왕복으로 2시간 소요된다. 하지만 가는 길에 편백나무와 고성의 바다, 신록의 연둣빛 숲이 있어 걷는 길이 즐겁다. 2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산책길 코스는 5월의 울창한 숲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좌우로 마주한 빽빽한 편백나무 터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편백나무와 함께 하는 길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 길 위에서 쉬는 곳도 많아 명상의 시간도 가지면 좋은 듯싶다. 가끔 편백나무에 기대어 보고도 하고 냄새도 맡아보고 높은 곳을 향해 팔을 뻗어보는 것도 이곳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힐링 방법이다.



팔각정을 지나 내리막길로 걷다 보면 어느새 소금쟁이 고개쉼터가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 소금장수들이 쉬어가던 고개라 해서 붙어졌다. 쉼터에는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와 휴식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잠시 쉬었다 길을 나섰다. 쉼터에서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과 평평한 코스로 가는 길로 나뉜다. 우리는 평평한 길로 향했다. 20분 정도 걸어가면 갈모봉 정상(1.2㎞)으로 향하는 데크가 나온다.


좁은 길을 따라 오르고 내려가다 바다내음과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마주한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一怒一老)라 새겨져 있는 나무 장승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다가 가까워졌는지 바람은 시원하고 연초록의 자연 물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정상에 가기 전 하늘로 통하는 높은 문이라 뜻의 통천문(通天門)이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그야말로 비밀스럽고 신비로워 석문의 의문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위 위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의 단단한 기상이 아로새겨져 있는 듯하다. 암봉으로 된 여우 바위봉에서 바라보는 고성의 앞바다와 잔잔한 구름은 그야말로 신선이 따로 없었다.



갈모봉 정상까지는 지척에 있다. 정상은 고성 바다와 섬, 산의 줄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환상적이다. 솔섬과 자란도, 와도, 남해, 통영 수우도 등 눈여겨볼 것이 많았다. 한 폭의 동양화 같아 그 풍경을 오래 간직하고픈 마음이다. 내려오는 길도 가히 아름답다. 편백나무 터널이 끝도 없이 둘러 쌓여 환영을 받는다. 마치 천국의 계단으로 인도하는 듯해 마음이 평화롭고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갈모봉 산림욕장은 편백나무의 피톤치드도 마시고 바다와 섬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환상적이면서 매력적인 곳이다.

* 이 글은 경남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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