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도의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
최근 경남 양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책방을 열었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은 인산인해다. 공정귀촌이라는 의미에서 그 지역의 공동체라는 한 마을이 지닌 가치는 클 것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분도 있겠지만 어쩌면 책이라는 물성이 지닌 것이 정치보다 문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책방은 그 존재만이라도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녹록지 않는 현실에서 책을 구입하지도 않지만 관심의 대상도 많지 않았다. 구조적 병폐보다 심각한 것은 책을 읽지 않으니 책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꺼린다는 것이 있다.
도서관은 또 어떤가? 서울 마포구청은 지난해 말 '작은 도서관' 9곳을 폐쇄하고 '독서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구청장은 도서관 예산의 약 3분의 1을 삭감한다고도 했는데, 마포중앙도서관장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자 그를 파면했다. 도서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한 도시의 문화적 상징이다. 도서관이 없다면 지속 가능성이 없을 것이고 미래의 가치를 무너뜨린다.
도서관은 또 얼마나 중요한 의제인가? 그 의문과 질문을 찾아가고자 방문한 책방과 도서관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챗GPT 등 온라인 환경이 급변함에도 여전히 책이 가진 다양한 힘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책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더로드, 2023.05.23)>은 사서의 눈으로 바라본 책, 책 세상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본 책, 독서의 의미와 가치, 도서관 이용자의 입장에서 견지한 도서관적 사고와 관점 등을 이야기한 책이다. 13곳의 동네책방과 8곳의 도서관 이야기에서 또 다른 길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과 책방에 깊숙이 들어간 순간들은 삶의 행운이었고 인연이 되었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로 시민들에게 아주 가까이 삶에 녹아 있었다. 김해 삼계동의 '화정글샘도서관'은 지역민에게 북 카페 같은 휴식공간과 여가의 중심지가 되었고, 창원 북면 무릉산에 '최윤덕도서관'은 생활 속 독서문화가 공존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소외된 주민들의 문화 공동체가 되어준 주촌의 '디딤돌 작은 도서관'은 사서의 무던한 노력의 가치를 보여 주었다.
밀양의 작은 농촌마을 사람들의 문화 사랑방인 '백산 작은 도서관'은 존재 자체만이라도 의미가 되었다. '밀양향교 작은 도서관'은 향교에서 보내는 느림의 시간은 옛 숨결을 그대로 담아볼 수 있었다. 북 캠핑의 힐링 공간 '가야산 독서당 정글북'은 도서관을 즐기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경남 최초 사립 공공도서관인 '마하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그야말로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알려준 진주 속 진주의 빛이었다. 마하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 스스로 작업하는 자유를 만나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는 동네책방은 또 어떤가? 제로 웨이스트 존의 특별한 공간을 내세우는 양산의 '기빙트리', 책이 마지막으로 쉬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헌책들이 모여 있는 '소소책방', 백석 시인이 스며든 공간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은 삶의 시어가 가득 채웠다.
고양이 소재로 굿즈와 책으로 채운 통영의 '고양이회관'은 고양이 작가가 열어가고 있었다. 고즈넉한 한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밀당책방', 거제의 독특한 매력의 책방 '거제대로북스'는 이웃과 삶을 책과 함께 열어가고 있었다.
책이 가득한 책방과 도서관에 오래 머물다 보면 이 장소는 다양한 것들을 보여준다. 주변의 환경과 아주 작은 꽃들도 철학적 의미로 다가왔다. 시간의 멈춤과 오랜 가치들의 빛나는 힘이 마음속으로 넌지시 들어온다. 편안함이 진정 마음으로 녹아내리는 순간이다.
책방과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 책 보다 그 공간의 가치가 크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람과 사람의 스친 인연들이 모여 가치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의미가 더 풍성하다. 나는 그 공간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하고 다양한 인연을 만나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의 일상이 전한 책방의 인연은 나를 자연히 일깨워주기도 한다.
오늘 하루 책방을 찾거나 도서관에 들러 책 한 권을 구입하고 대출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멋진 문화시민이다. 문화시민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함께 방황하고 함께 해결하면 된다. 관심을 가지고 후원자가 되면 된다. 그 관계 속에 지속 가능성이 있고 문도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책 여행을 통해 공간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저자 강상도는 책이 없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얕고 궁핍했던 사고를 넓히고자 간접 경험의 고통을 느꼈고 성장하면서 도서관과 책방의 공간에서 직접 경험이 조금은 나를 변화해 왔다는 것에 감사했다.
낮엔 학교에 출근하고 저녁엔 도서관으로 방문했다. 뭔가 알 수 없는 끌림이 오늘도 내일도 기대 이상으로 가득 차 있기에 희망적이었다.
경운초등학교 사서로 어린이들과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떠들며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싶어 아직도 무한한 공간에서 새로움을 꿈꾸고 있다. 도서관은 가슴 벅찬 멋진 일이기에 ‘나’를 위한 책 여행을 위해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다.
경남일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책 공간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들을 엮어 꾸준히 글을 써왔다. 쓴 책으로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 《삶과 맞닿아 있는 도서관의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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