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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 읽기를 반성합니다

책은 무의식적 감각보다 의식의 감각이 더 무섭다.

by 강상도

여름방학 때 개인적으로 읽은 책은 가출 청소년의 방황을 그린 청소년소설 <경우 없는 세계>, 기후재난 SF 동화 <노 휴먼스 랜드>, 천선란 작가의 SF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인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유시민의 과학공부를 길어 올린 생명과 우주에 관한 진실,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 등을 다룬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교사가 아이들의 글과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어린이의 문장>, 권여선 작가의 깊고 집요한 물음의 소설 <각각의 계절> 등이다. 청소년 소설과 문학, 과학책의 도전, 어린이의 세계 이해 등 책모임과 손에 닿은 것들이 재미를 더했고 새로운 지식을 넣었다.


글쓰기는 여름에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썼고, 책방지기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었고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양자역학의 물리적 개념과 충돌하여 인간의 치밀한 심리묘사로 풀어내는 판타지 연극 ‘평행우주 없이 사는 법’ 연극공연을 관람한 리뷰를 작성했다. 꾸준히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일깨우는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독서와 글쓰기는 닮았다. 나를 위한 것외 누군가 자극하는 일이기에.

무더위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기다.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가장 하기 싫어하는 행위 중에 하나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이 문장이 시대를 넘어갔지만 답이 없는 그 쓸쓸한 이면이 슬프다.


책은 의무적으로 읽었고, 읽겠다는 다짐, 남들을 의식(사서이기 때문에)하고 그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있었다. 책을 읽는 수만큼이나 독서경험이 쌓여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지 않았다면 손에 닿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텍스트가 주는 순간의 짜릿함, 머릿속에 그려진 글과 마주하는 파라노마는 절대 맛볼 수 없다는 것.

나는 그 매 순간에 책을 읽어 나아가는지 모른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책 속의 글과 문장을 즐기고 싶었다. 책의 문장에 스며드는 나는 책의 주인공이다. 세계다. 그 순간만큼 즐기고 있다.


책은 무의식적 감각보다 의식의 감각이 더 무섭다.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감각적인 익숙함이 늘 지배적으로 자리 잡는다. 예를 들면, 책상에 놓여 있는 대출한 책, 독서동아리에서 읽을 책과 구입한 책은 의식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기간과 강제성을 띄고 있어 끝까지 읽겠다는 마음이 의식적으로 뇌에 전달된다는 것.

무의식적으로 책 읽기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는 충실한 독자가 된다. 읽는다는 자체에 무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책이 곧 일상이 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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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 책 읽기에 나는 반성한다. 반성이 더 나은 독서의 효과를 불러 모아 모은다. 자신만의 독서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생각의 변화, 마음가짐의 변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즉, 의식의 독서에서 무의식의 독서로 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우리의 삶에서 책이 멋진 도구가 되려면 프란츠 카프카 말한 “책을 읽고 도끼를 찍은 것 같은 강렬함이 없다면 그 책을 읽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절실함과 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에 읽는 삶이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늘 근본적인 이유를 묻고 묻는 것이 정직한 독자로 나아가는 하나의 방향이다. ‘얕은 읽기’의 방식이 문해력을 저하시키고 읽는 독자로 성장하지 못하는 방해물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읽는 독자로 성장하지 못하는 방해요소들을 제거하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릴 때부터 독서하는 자세와 방법을 기본으로 독서교육을 가르쳐야 한다. 독서의 맛과 즐거움이 시작되는 과도기에 무의식으로 가는 중요한 일들을 함께 고민할 때가 왔다. 청소년 때의 사춘기와 중년 여성의 갱년기가 있듯이 독서가 지루해질 때, 슬럼프에 빠질 때 독서 전문가에게 상담할 필요성도 우리의 현실을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 모든 과정들이 독서하는 의식으로 가는 힘이 된다. 모든 것은 개인적인 독서지만 결국 사회 문화적인 독서로 성장하는 나라야 말로 자연스러운 독서로 만들어진다.

의식적인 책 읽기의 반성은 그런 의미에서 나를 들여다 보고 책 읽기를 점검하고 더 나은 독서로 가는 길에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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