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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맹시대, 좋은 독자로 연결이 필요할 때

책은 절로 우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by 강상도

나에게 가을이 왔다는 것의 직감은 풀벌레 소리가 요란해질 때다. 가을 하면 떠올리는 것 중 ‘독서’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가을 때면 독서행사가 열리지만 일시적이고 실천 없는 독서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책맹(冊盲)’이라 한다. 세계 최하위 독서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2021년 기준, 1년간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 47.5%)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왜 책을 읽지 않는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미디어 콘텐츠’의 등장이다. 실제로 시간과 여유보다는 ‘관심의 부재’에서 오는 심각한 책맹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 읽기의 관심은 어디서 오는가? 좋은 책을 추천해 주는 좋은 독자의 만남이 필요하고 독서를 하고 있는 직장동료, 지인,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고 책 상담가나 책 읽기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마음도 관심의 대상이다.

한 예로 백만 북튜브 김송 씨는 책을 읽지 않은 시기에 지인의 책 추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책의 의미와 재미를 함께 찾는다면 평생독자로 나아간다는 것. 책과의 인연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통해 ‘책’을 이어주는 힘이다. 우리 주변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의 사서와 동네책방 책방지기, 가까운 지인찬스로 좋은 독자를 만나보면 어떨까요? 필자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책과의 인연을 통해 좋은 독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서와 친해지면 자연히 책과 친해질 가능성은 높다. 단순히 책을 추천하는 것에 거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 독서와 관련된 프로그램과 책모임, 작가와의 만남, 인문기행, 글쓰기, 그림책 읽기 봉사 등 만나는 곳마다 책의 인연으로 쌓아가는 가능성은 커진다. 사서와 책 읽는 독자와의 인연은 책과 할 수 있는 즐길거리가 많아진다. 지역민과의 책 읽기 연계 활동은 결국 지역을 살리고 도서관을 살리는 중요한 가치다.

동네책방은 한 분 한 분의 독자에게 세심한 책 읽기에 닿을 수 있다. 책방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책방은 동네 사람들에게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인연의 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책방에서 들려오는 책과 인연은 들어도 좋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경남 거창의 소문책방에서는 평생 책을 접하지 않은 독자에게 돌잔치를 열어주는 곳이 우리가 바라던 책에게 다가가는 책과의 연대의 시간이다.”


함양군의 오후공책에 방문한 한 학생의 질문이 뇌리를 때릴 때도 있었다.

“사람들이 동네책방에서 책을 어떤 마음으로 보면 좋을까요?”

그 답을 찾기보다 중요한 것은 책방만의 세계를 인정하고 균형의 사유로 들여다보는 것.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고마움이 있듯이 책방의 책방지기에게 고마움으로 다가가는 마음도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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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경우 특별한 경험들이 지금까지 좋은 독자로 남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었다. 20대에는 대학교수의 리포트로 내어주신 경제서적의 <신사고 이론 20>, <블루오션 전략>의 책들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사고가 있는 독서의 폭을 넓혀 갈 때였다. 사서가 되면서 평범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처럼 좋은 독서가들을 만났다. 대학도서관에서 만난 한 교수는 나에게 인생 필독 책들을 소개했고 필사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동료직원 중에서도 고전의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독서의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지역주민, 학부모, 교직원, 학생 등 독서를 사랑하는 책모임할 때도 개성이 강한 사람들과의 독서는 다양한 책들의 세계를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받았다. 나 스스로 배움의 독서를 알고 책모임을 만들고 리더가 되었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네책방에서 만난 책방지기의 책의 이야기는 전문가다운 섭렵의 힘이 느껴졌고 여러 독서가를 만나면서 그 선한 영향력을 가까운 지인에게, 학생들에게, 주변인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다. 책 한 권이 주는 생각지도 못한 좋은 독자와의 연결의 힘은 대단했다.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작은 인연들이 모여 귀할 정도로 사람의 가치를 인연으로 연결되는 힘을 배웠다. 오늘날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읽지 않는 시대에 좋은 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책을 만나고 삶을 만나고 일생을 만나는 멋진 일이다.


"좋은 독자를 만나는 일은 좋은 책과 연결되는 일련의 행복한 독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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