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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Sep 26. 2023

삶의 언어가 흐르는 책 문화 공간, 창비부산

부산역 건너 이바구길에 마치 일제강점기의 영화 세트장에 온듯한 인상을 준 건물이 우뚝 서 있다. 1927년 근대 부산 최초의 개인 병원인 '백제병원'이 있던 건물이다. 성당처럼 고즈넉하면서 멋들어졌다.

100년이 넘은 국가등록문화재인 구 백제병원 건물 2층에 창비출판사가 운영하는 책 문화 공간 '창비부산'이 있다. 여기가 서점이라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독자를 위한 출판사 창비의 책,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 공유, 홍보하는 곳. 역사가 고스란히 깃든 곳에 책이 있고 언어가 있고 삶의 이야기가 되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고전적인 가을로 물씬 풍긴 색감과 창밖의 햇살이 비친 곳의 아늑함이 따뜻했다. 독서하는 방에서는 그저 작가의 언어 속에 스며들 시간이다. 창의 빛과 벽의 색이 예술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풍경이 되었다.



낡고 오래된 벽은 세월의 무게만큼 역사의 현장에 온 것처럼 공간이 지닌 의미를 몸소 새겨도 보았다.

창비 출판사의 책과 작가, 부산작가 3인 문학선이 매대에 비치되어 있고 유홍준, 공선옥, 곽재구 작가의 육필 원고와 『창작과 비평』의 창간호~최신호까지 볼 수 있다. 김수우, 오선영, 서형오 3인 3색 작가의 방은 작가의 세계와 언어, 순수와 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호흡할 시간이다.



흥미진진 두근두근 미술행 탐험 티켓, 레디 슛 액션! 책장과 스크릿을 넘나드는 이야기들, 당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책 한 잔, 여름 제철 독서하기 등의 주제별 북큐레이션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산 독자가 나누고 싶어 한 창비의 문장들'은 글귀에 드러난 애달프고 보물 같은 문장들은 읽어도 읽어도 가슴 찐한 문구들이 파고든다.

금정구 부곡동의 독자 '황누리'님의 추천 문장은 강지이 작가의 <시인의 말>, <수평으로 함께 잠겨 보려고>에서의 나누고 싶은 문구다.



"여름 샐러드를 먹으면서 흰 눈이 쌓인 운동장을 함께 달리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고, 또 있었더라도 우린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다. 그런 믿음은 이상하게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고, 일부 전시 도서는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스마트 더책'과 '큰 글자 도서' '책갈피 만들기' '사인용 그림책' 등 독자가 좋아할 만한 작은 배려의 서비스가 돋보인다.

'독서토론', '저자와의 만남', 다양한 '독서클럽'을 등의 책 문화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강원국의 진짜공부, 안미란, 정지아 작가의 북토크도 진행되었다.



창비의 공간은 책과 작가의 이야기가 스며든 시간이다.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아주 오래전 역사의 문화가 스민 이야기가 온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창가의 앉아 서늘한 바람과 가을 향기가 풍기는 자리에서 책과 함께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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