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읽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는 것. 가을이 오면 여름이 아쉬운 것은 유난히도 그 여름이 뜨거웠던 감정들이 쏟아져 있기 때문이다. 여러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섞어 답답한 수증기로 나타날 때 한 순간 폭발음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의 감정은 날씨에 상당히 민감하다. 그 감정이 오래 지속할수록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 기억을 알고 있었다. 땀을 흘리고 흐린 그 세월만큼이나 성숙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는 것을.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에서도 뜨겁고 습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유찬과 하지오 두 아이의 여름은 너무 단단하게 묶일 정도로 복합적인 감정과 갈등, 분노와 배신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열일곱 살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에 읽는 독자로서 가슴 아파했다.
부모를 잃은 유찬의 마음을 읽었고 지오의 삶을 바라보고 소망했다. 독자로서가 아니라 삶의 선배로서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은 나 또한 삶이 싱겁고 불안할 때 누군가가 잘하고 있다는 마음의 응원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 주변인의 역할이 중요했다. 새별이, 주유, 할머니와 코치, 아빠 그리고 동네사람들의 소소하지만 우리 곁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희망적이었다.
증오하지만 나쁜 사람이 없다는 것과 유찬 할머니의 말에도 한참 동안 울컥했다.
“그래 찬아. 다 잊어뿌자. 그렇게 해 보자. 고맙데이. 고마워.”
“내 온 마음을 다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는 거. 그리고 나는 그걸 절대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책에는 옳은 선택의 순간은 없다. 다만 진심을 다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그것이 최선의 선택을 했고 후회하지 않는 것임을.
“네 가슴에 자꾸만 널 괴롭히는 그 못되고 뜨거운 여름을 내가 꽉 먹었다고 이제 안 뜨거울 거야. 괴롭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을 거야. 두고 봐”
이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내가 겪은 여름 중 가장 찬란하고 벅찬 여름이 될 거라는 걸. 나도 그 뜨거운 여름을 견뎠고 이겨왔다. 자꾸만 궁금해진다. 다가올 여름이 식히지 않도록 나는 그 여름을 단단하게 묶었다. 우리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여름을 그리워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