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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May 09. 2020

설레고 가슴이 뛴 마지막 말

첫 책 출간의 긴 여정의 끝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가 책방 이야기를 쓰는 것을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약간의 변명을 시작해 본다.

사서로 근무하면서 책은 모든 것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우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별 하나하나 반짝이는 순간들이 우주와 맞닿아 있는 상상을 종종 하곤 했다.

책의 우주는 그 공간을 구성하는 도서관 또는 책방만의 고유한 것이라 생각됐다. 어릴 적 아무도 없는 책방의 구석진 공간에서 나는 상상의 멋진 꿈을 꾸어보기도 했다. 지금이야 그런 공간이 없어 아쉽지만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에 어릴 적 꿈꿔왔던 삶이 조금씩 변화됨을 인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경남의 동네 책방과 흔하지 않은 작지만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경남이야기 명예기자를 하면서 경남의 책방과 도서관, 인문 공간을 담아내고자 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서게 됐다.

주말이면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설레며 행복했다. 경남의 동네마다 책방과 작은도서관을 들르며 책방이라는 공간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사실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냉랭하게 대하는 경우에 부딪히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책방 안 개개인의 사정과 사연들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부부가 함께하는 책방부터 오누이, 친구, 직장동료,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책방은 그 안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들이 함께 잠재되어 있는 꿈의 방이다.

한 분 한 분의 책방지기를 인터뷰하면서 책을 좋아하고 빠져드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안타까울 때가 더 많았다.

책방을 차리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낮에는 강의를 하고 밤에는 책방 운영과 함께 글을 쓰거나 무엇을 만드는 등 고군분투하는 책방지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책방지기는 책방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공간에 있는 책방지기는 책과 함께 인생살이를 보듬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글의 향기 같은 사람이다. 책방지기만의 철학을 담은 책방은 그 향기가 다르다. 오래 남는다.

동네 골목골목마다 있는 작은도서관도 그런 의미에서 새롭고 반가운 마을 사랑방이다. 유명 인사들의 어린 시절은 책과 뗄래야 뗄 수 없었다. 그런 멋진 공간에 사서가 있고 무한한 책들이 수놓아져 있다.

도서관은 머물지 않는다. 그 공간이 가진 역동성이 사람을 움직이고 책의 가치를 높여 나간다.

동네마다 소리 소문 없이 퍼져있는 책모임과 인문 공간도 또 그 얼마나 가치 있는가?

동네 골목에 책이 머무는 공간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쓸쓸하겠는가? 상상해 보라.

그래서, 한 톨 한 톨 쌓아가는 동네의 작은 공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들이 머무는 여행길에 소소한 삶을 사는 책방지기의 책 이야기가 전해졌으면 한다.

동네의 책방과 작은도서관은 각각의 방식으로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을 연결하며 전파하고 있다.        

아직 희망은 있다. 그 공간에 머문 따뜻함이 스며든 정신이 있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경남의 동네책방과 도서관, 인문 공간을 찾아다닌 것은 행운이었고 가슴 벅찬 나의 존재를 이끈 인생의 한 페이지였다.

이 글을 쓴 내내 가슴 뛰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아낌없이 속살을 벗겨 내어 준 책방지기와 사서, 관장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 이 글을 끝내면 아직도 아쉬운 부분도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이 그저 좋아서 주말이면 떠난 소소한 일상은 또 다른 이의 그 공간에서 행복한 즐거움을 들여다보니 그 시간만큼 좋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저의 글이 경남의 책방, 도서관에 한정되지만 책으로 연결된 인간미 넘치는 정이 숨겨져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책방의 문을 열고 다가선 처음 만난 그 시간처럼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책이 머문 공간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첫 책이 나오는 이 시점에서 어설프고 엉성해도 설레고 가슴이 띈다.         

2019. 6. 10.

햇살이 곱게 비치는 도서관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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